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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광고도, 유명 모델도 없는데 연평균 26% 성장"…'러쉬' 비결은?
"TV광고도, 유명 모델도 없는데 연평균 26% 성장"…'러쉬' 비결은?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05.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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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 공감 늘어… 포장 '최소화' 지속가능한 소재 사용
러쉬 매장 한 쪽에 적혀 있는 기업 신념 © 뉴스1 김연수 기자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 26.4%'

대부분의 기업과 상공인들이 불황을 걱정하고 있지만 이곳 만큼은 예외다. 바로 영국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러쉬는 TV광고는 물론 유명인을 모델로 쓴 적도 없이 거둔 성적표여서 더 눈에 띈다.

러쉬는 최근 국내에서도 가치 소비,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러쉬는 창립 때부터 환경, 동물,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모든 비즈니스 단계에 있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자사의 윤리 기준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그 원료를 포기했고,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캠페인으로 전환해 모두가 윤리적 생산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가끔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들은 지난 4년간 전 세계 매장에서 연평균 매출 17%이상, 국내에서는 26%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이러한 기업 신념은 러쉬 매장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 22일 명동의 러쉬 매장에 들어가니 좋은 향기와 함께 형형 색깔의 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얼핏 보면 인테리어 소품 같지만 알고 보면 목욕 용품, 스킨케어 제품들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제품의 자세한 설명과 고객이 직접 향을 맡고,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하는데 이는 고객들의 불필요한 구매를 막기 위해서다.

◇포장 최소화…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들어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쓰오일박스, 블랙팟, 낫랩 © 뉴스1 (사진 김연수 기자)

특히 화려함으로 눈길을 끄는 욕실용 제품들은 포장 없이도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한 개발자의 뜻이 담겨있다.

러쉬의 상징인 '블랙 팟(Black Pot)'은 재활용된 플라스틱 PP(폴리프로필렌)로 만들어졌다. 러쉬코리아는 고객들의 재활용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블랙 팟 5개를 가져온 고객에게 2만5000원 상당의 '프레쉬 마스크'를 증정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수거된 블랙 팟은 2013년 3만8405개, 2014년 6만7175개, 2015년 7만5690개로 꾸준히 증가했고 2017년에는 20만6880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모인 블랙 팟은 공정 과정을 거쳐 새로운 블랙팟으로 만들어진다.

'낫 랩(Knot-wrap)'은 2005년부터 러쉬에서 제품을 포장할 수 있도록 선보이고 있는 포장재로, 도시락을 보자기로 쌓는 일본 전통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사용된 보틀을 녹여 실로 뽑아 디자인된 이 천은 고객들이 스카프, 헤어밴드, 가방 등 일상생활에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매 시즌 컬러와 패턴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

'배스 오일 박스(Bath Oil Box)'는 직접 고른 배스 오일 4개를 담아 보관, 포장할 수 있도록 한 배쓰 오일 전용 상자다. 러쉬와 '제임스 크로퍼 3D'의 협업으로 버려진 테이크아웃 커피 컵을 재활용해 만들어졌다. 커피 컵은 종이와 플라스틱을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지만, 재생지를 생산하는 기술력을 가진 제임스 크로퍼 3D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포장 용기로 재탄생 했다.

◇ 동물실험 금지, 인권보호, 공정거래…기업신념

러쉬는 원재료 하나까지 인권과 환경 보호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모든 제품에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FAT(Fighting Animal Testing)' 라벨이 부착돼 있다. © 뉴스1 김연수 기자

러쉬 명동 매장 곳곳에는 기업 신념이 담긴 문구, 제품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러쉬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이를 중단하도록 적극적인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다. 2012년부터 대체 실험에 기여한 개인 혹은 단체를 후원하는 '러쉬 프라이즈(LUSH PRIZE)' 시상식이 대표적이다. 동물대체시험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이와 관련 크레이그 레이몬드 러쉬 프라이즈 대변인은 과거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정보를 공유할 기회나 소통창구가 없었던 게 현실"이었다며 "이들의 목소리를 한 곳으로 모으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시상식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러쉬는 본사에 크리에이티브 바잉(Creative Buying) 팀을 두고 있다. 이는 양질의 원료를 구매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아동인력 노동착취 등 자사의 에티컬 바잉(Ethical Buying) 기준에 맞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한 예로 2007년 러쉬 바잉팀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 위치한 팜 오일 공급지를 방문한 후 삼림은 물론 야생동물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것을 알고 비누 베이스에서 팜 오일을 제거했다. 또한 이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천연 운모를 얻기 위해 간 인도에서 몸집이 작은 어린 아이들이 동원된다는 사실을 알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독일 회사의 합성 운모로 대체하기도 했다.

이제 러쉬는 '지속가능한' 공급이 아닌 '재생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원정 러쉬코리아 에틱스 디렉터(Ethics Director, 윤리 담당자)는 "러쉬는 현재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훼손된 지구환경과 지역사회를 '재생(Regeneration)'시키는 일을 더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구를 구성하는 생태계가 선순환하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함(Sustainability) 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리:펀드(Re:Fund, Regenerative Lush Fund)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리:펀드는 훼손된 환경 및 사회를 복구하는 재생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과거에 비해 기부와 후원에 초점을 맞춘 러쉬의 새로운 콘셉트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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