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8:58 (수)
야행성 조류에 카메라 플래시 터트린 사진작가들
야행성 조류에 카메라 플래시 터트린 사진작가들
  • (경주=뉴스1) 최창호 기자
  • 승인 2019.07.07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촬영 편의위해 둥지 주변 나뭇가지 짤라내기까지
6일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 주차장 인근 나무에 둥지를 튼 천연기념물 324-3호 솔부엉이 부부가 둥지에서 나와 잠시 쉬고 있다. 2019.7.7/© 뉴스1

(경주=뉴스1) 최창호 기자 = 일부 사진가들이 야행성 조류의 눈을 멀게 할 수 있는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려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늦은 오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에 전국에서 사진작가 30여명이 모여들었다.

지난달 중순 옥산서원 주차장에서 멀지 않은 고목나무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은 천연기념물(324-3호) 솔부엉이의 모습을 찍기 위해서다.

옥산서원은 수려한 계곡과 숲에 둘러쌓여 계절마다 솔부엉이, 올빼미 등 천연기념물이나 희귀철새들이 찾는 곳이다.

이들 중 일부가 야행성 맹금류의 시력을 잃게 할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 플래시를 마구 터트렸다.

갑자기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자 먹잇감을 물고온 어미 솔부엉이가 방향을 잡지 못해 휘청거렸지만 여기저기서 섬광이 계속 번쩍거렸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의 한 수의사는 "야행성 맹금류가 순간적으로 강한 빛을 눈에 맞으면 비행 방향을 잃고 주변 나뭇가지 등에 날개가 걸려 다칠 수 있다. 둥지에 남은 새끼들도 먹이를 공급받지 못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유명 사진작가 A씨는 "지난해에는 경주 황성공원에서 일부 사진작가가 솔부엉이를 촬영한다며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훼손한 상식 이하의 일도 벌어졌다.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에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솔부엉이가 무사히 둥지를 떠날 때까지 담당 직원을 현장에 보내 서식을 방해하는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천연기념물의 서식 등을 방해하면 문화재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