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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반려인구 천만시대 '보신탕' 간판 사라진다…달라진 '복날 풍경'
[르포]반려인구 천만시대 '보신탕' 간판 사라진다…달라진 '복날 풍경'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문동주 인턴기자
  • 승인 2019.07.22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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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통 중구 OO보신탕→OO식당으로 간판 바꿔
서울시, 보신탕집 100곳 미만 추정… 개고기 섭취 부정적 인식 높아져
서울시내 한 보신탕집.© News1 김연수 기자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문동주 인턴기자 = "동네에서 저희 집이 마지막 남은 보신탕 집이에요. 간판에도 보신탕 이름을 뺐습니다."

중복인 22일 오전 아직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 서울 중구에서 10년 넘게 보신탕집을 운영했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가게의 간판은 'OO식당'으로 간판이 바뀌어 있었다. 여전히 보신탕을 팔기는 했지만 주메뉴는 삼겹살과 된장찌개, 김치찌개다.

업주 A씨는 "이 구역에서 보신탕을 팔던 가게들은 다 사라지고 남은 건 우리밖에 없다"며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긴 온다. 오늘도 중복이라 사람들 많이 올 거라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복날'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복날엔 보신탕을 즐겨 먹던 사람들이 이젠 삼계탕, 추어탕, 메밀국수 등을 찾고 있다. 실제로 이날 이곳에서 점심시간에 만난 40대 남성 두 명은 "난 이제 보신탕 안 먹으려고" "난 있으면 먹지만 찾아다니며 먹게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또 다른 보신탕집. 간판에 삼계탕, 보신탕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 곳에서만 70년째 보신탕을 팔고 있다는 업주 B씨는 "예전보다 손님이 많이 줄긴 했지만 복날엔 여전히 보신탕을 많이 먹는다. 아닐 땐 삼계탕이나 추어탕이 많이 팔린다"며 "최근 닭이랑 미꾸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신탕을 찾는 연령대는 다양한 편이고, 가끔 호기심에 오는 외국인 손님도 있다"며 "인근 보신탕집은 대부분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시내 보신탕집은 2005년 528곳에 달했지만 2014년 329곳으로 줄었다. 더이상 공식 집계된 통계자료는 없지만 서울시는 100곳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 3대 개 시장'으로 꼽혔던 성남 모란시장에 이어 지난 11일 부산 구포개시장도 폐쇄했다. 특히 경기 성남 모란시장이 개 도축 시설은 사라지고 개고기 유통은 아직 하는 것과 달리 부산 구포개시장은 도축뿐만 아니라 판매 시설까지 모두 폐쇄했다. 마지막 남은 대구 칠성원시장마저 내년까지 정리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은 사회적 인식 변화 때문이다. 지난해 동물자유연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개 식용 인식 설문조사 전체 응답자(1006명) 중 59.6%는 개고기 섭취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고, '긍정적'으로 느낀다고 답변한 사람은 1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고기 섭취 경험자는 52.5%로 그중 74.4%가 '주변 권유'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고기 식용 금지 청원이 단골메뉴다. 공감 20만명을 넘은 것도 세 차례에 이른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면서도 "개를 사육하는 농장이 다수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해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포함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동물자유연대는 이날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개 식용을 권유하지도, 강요하지도 말자는 '독(DOG)하지 않은 생활' 캠페인을 진행했다. 비타민 등 작은 선물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며 올 여름부터 개식용을 권유 또는 강요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기 위한 지장 찍기 등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먼저 다가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일부 나이 든 남성들은 "돼지는 안 불쌍하냐" "난 그래도 먹을 것"이라며 일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불만을 나타내는 시민들은 항상 계시다"며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사람들의 인식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가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독(DOG)하지 않은 생활' 캠페인을 진행했다. © 뉴스1 김연수 기자


시민들에게 나눠준 '대한민국 견생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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