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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올바른' 유기동물 보호소 표본,용인시 직영 보호소 가보니…
[르포]'올바른' 유기동물 보호소 표본,용인시 직영 보호소 가보니…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08.23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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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와의 협업 통해 입양률 67%…최후 안락사 3%
용인시 유기동물 보호소 © 뉴스1 김연수 기자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보호소가 아닌 수용소, 가면 살기보단 죽는 수가 많은 곳'

바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의 현주소다. 이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러 가기도, 입양하러 가는 것도 꺼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곳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편견을 뒤집는 보호소가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용인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다.

용인시 동물보호센터는 2017년도 용인시 처인구에 설립됐다. 삼가역에서 내려 숲길을 따라 15분 정도 오르니 그 모습이 드러났다. 깨끗한 건물 외관에 이따금씩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가 어둡고 지저분한 그동안의 보호소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2층 입양상담실로 들어가자 보호소 직원들이 모여 입양을 갔거나 가야하는 개들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한쪽에선 입양신청자들과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었다.

김영준 사양관리사를 따라 둘러본 시설은 그동안 봐온 유기동물 보호소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깨끗했다. 본래 100마리를 수용할 공간으로 만들어진 이곳에는 현재 170여 마리의 개들이 보호되고 있다고 했다.

개들은 새로 입소하면 지알디아, 파보, 코로나 등 전염성 질환 검사를 받는다. 견사마다 구조 당시 개의 사진과 포획장소, 포획 일자, 사상충 검사날짜, 기타 접종 내역 등이 꼼꼼히 기록돼 있었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배설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은 방역 업체에서 나와 소독을 하고 있었다.

용인시에서 직영으로 운영중인 유기동물 보호소 © 뉴스1 김연수 기자

개들은 처음 본 사람에 대한 경계심보다 밝은 표정으로 먼저 다가왔다. 이곳의 개들은 운동시간이 정해져 있다. 철창 안에만 갇혀 지내는 것이 아니다. 한쪽에선 소형견들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실외에 묶여있는 개들 위로 설치된 임시 그늘 천막까지 보호소 대부분의 시설은 보호소 직원들이 직접 개들을 위해 만들어 준 것이다.

본래 동물원에서 일을 했다는 김 사양관리사는 유기동물보호소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가 이곳에 와보고 마음이 바뀌어 함께 일하게 됐다고. 그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한 마리라도 더 입양 보내기 위해, 더 좋은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단순히 안락사를 안 시킨다며 겹겹이 케이지를 쌓아 가둬두는 것이 복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용인시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수의사가 상주해 있어 입양을 보내기 전 무료 중성화 수술을 지원한다. 입양을 보냈다고 끝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자체 커뮤니티를 통해 직원들과 입양자들이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그는 "입양 간 동물의 95% 이상은 중성화를 했다. 처음에 반대하는 분도 있지만 중성화를 안 했을 경우 반려동물에게 생길 수 있는 질병 등을 설명하면 입양하는 아이를 위해 동의하신다"며 "중성화 수술은 또 다른 유기동물을 발생시키지 않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선 유기동물을 입양받는 입양자도, 직원들도 교육을 받는다. 무조건 입양을 많이 보내겠다가 아닌, 또 다시 버리지 않을 평생가족을 찾아주기 위해서다. 덕분에 파양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그는 "입양신청자는 2~3회 교육을 받는다. 입양 가서 살게 될 환경은 입양심사에 중요한 요소"라며 "우리들(직원)도 좀 더 전문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훈련교육, 미용교육 등을 자진해서 듣고 있다. 사람도 동물도 서로가 안 다치기 위해선 직원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미용 교육을 받고 있는 사양관리사들. © 뉴스1 김연수 기자

안락사에 대한 질문엔 불가피한 부분을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그는 "사고를 당해서 들어와 이곳에선 더 이상의 방법이 없을 때 등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 함께 상의하고 전문가 의견까지 고려해 할 때도 있다"며 "하지만 단순히 개체수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감당이 안 돼서 안락사를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입양률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 유기동물 보호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등을 통해 보호소 소식, 유기동물의 입양홍보를 하고 있다. 또 사단법인 용인시동물보호협회와의 오랜 협업으로 국내입양 뿐만 아니라 해외입양도 추진하고 있다.

김 사양관리사는 "여전히 이런 시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버스광고는 물론 직접 공원이나 시장을 찾아가는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며 "특히 어르신들은 정보가 부족한데 한번은 입양 홍보를 위해 데리고 갔던 강아지가 할머니께서 잃어버린 강아지인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입양을 못 간 개들은 용인시동물보협회에 기증해 해외입양을 가고 있다"며 "결국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위한 교육과 이러한 시설을 알리기 위한 홍보가 함께 이뤄져야 버려지는 동물은 줄이고, 입양되는 동물은 늘어날 수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용인시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동물보호소로 들어온 유기·유실된 동물은 총 945마리로, 분양 또는 기증 된 동물이 634마리, 주인에게 반환된 동물이 217마리, 안락사 37마리, 폐사된 동물이 30마리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안락사가 이뤄지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7979마리의 유기동물이 입소해 4252마리가 안락사됐다.

유기견들을 입양하기 위해 직접 방문한 외국인 가족. 사진 김영준 사양관리사 제공 © 뉴스1

강아지들 견사 © 뉴스1 김연수 기자

시민에 의해 도로에서 구조돼 보호소로 입소한 유기견 © 뉴스1 김연수 기자

개체수가 늘어나며 실외에서 보호중인 유기견들. 직원들이 직접 설치해준 임시 그늘 천막 . © 뉴스1 김연수 기자

입양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위해 만든 커뮤니티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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