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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고 있는 야생동물카페…염증 있는 왈라비까지 체험에 사용
증가하고 있는 야생동물카페…염증 있는 왈라비까지 체험에 사용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문동주 인턴기자
  • 승인 2019.08.30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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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휴메인벳, '2019 전국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 발표
야생동물 거래 증가…유기 및 탈출 시 '생태계 교란' 위험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문동주 인턴기자 = 야생동물카페의 동물복지와 공중보건, 위생 문제 등이 꾸준히 지적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야생동물카페 수는 2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휴메인벳은 지난 29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2019 전국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6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서울, 인천, 부산, 경기도에 위치한 야생동물카페 12곳을 각 업소 당 1회 이상, 최다 3회 방문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되는 야생동물카페의 숫자는 2017년 35개 업소에서 64개 업소로 증가했다. 지난 2017년 10개 업소였던 서울은 이번에 18개 업소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전과 비교해 충청, 경남, 제주 등 지역적 분포도 넓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사육되는 동물 종은 '라쿤'으로 36개 업체에서 전시하고 있었다. 직접 방문했던 12곳 중에서 7개 업소가 라쿤을, 8개 업소에서 미어캣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7년 조사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었던 제넷고양이, 자칼, 바위너구리 등 새로운 종의 동물들이 유행처럼 카페에 보급되고 있었다.

식품접객업으로 신고한 7곳 중 식품위생법에 따라 동물의 전시 공간을 완전히 분리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현행법상 동물의 출입, 전시, 사육이 수반되는 영업장과 식음료 섭취공간을 분리해야하나, 대부분의 업소에서는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았다. 식음료 섭취 공간을 나누어 놓은 곳이라도 동물의 출입이 가능하거나 식음료 조리 공간까지 동물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이 관찰됐다.

최태규 휴메인벳 대표 겸 수의사는 "방문객이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하면서 동물의 배설물이 입으로 들어가게 될 위험이 크다"며 "동물이 털이나 발에 배설물이 묻은 채 방문객과 접촉하거나 테이블 위로 올라가는 것은 라쿤회충 등 전염병 감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 사료를 라쿤에게 먹이로 주고 있는 모습. 사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휴메인벳 제공 © 뉴스1

12개 업소 중 예방접종 증명서를 부착해 놓은 곳은 4곳 뿐이었다. 하지만 모두 개 종합백신(DHPPL)과 광견병 백신 접종으로, 이러한 예방접종은 개에서의 항체 형성 효과를 라쿤에게서 막연하게 기대할 수 있을 뿐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임신한 개체나 갓 젖을 뗀 것으로 보이는 동물을 전시에 사용 곳도 4곳이나 있었다. 생후 한 달된 작은 토끼를 고양이와 합사하는 것은 토끼에게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지만 어떤 울타리도 없이 같은 공간에 놓여 있었다. 꼬리 끝이 잘린 미어캣과 얼굴 부위에 염증이 있는 왈라비 등 질병이나 부상을 입은 동물들도 체험에 사용됐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야생동물 질병에 전문성이 있는 수의사는 물론 반려동물 수의사가 상주하는 곳도 없었다"며 "촉탁수의사가 있다 해도 근무하는 인원은 대부분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추가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질병이 감염된 채 방치된 경우가 발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균성 골수염에 감염된 왈라비, 사육되는 캥거루과 동물에서는 죽음을 부르는 가장 흔한 질병이다. 사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휴메인벳 제공© 뉴스1

체험용 먹이주기로 인해 특히 대부분의 라쿤들은 비만이었다. 12개 업소 모든 곳에서 먹이주기 체험이 일시적 또는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는데, 대부분 개나 고양이 배합사료를 먹이고 있어 영양 불균형 등으로 인한 건강 이상이 우려됐다.

공격성이 있거나 합사에 실패한 동물들은 케이지에 격리, 방치한 곳은 8곳이었다. 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바위너구리는 케이지를 물어 뜯거나, 라쿤은 무의미한 행동을 목적 없이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보였다.

현장 조사 결과 야생동물카페 대부분은 동물의 본래 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연환경은 고사하고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 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 야생에서 흙바닥을 박차고 뜀박질을 하는 왈라비는 매끄러운 바닥에서 엉거주춤 걸어 다니는 것조차 불편해 했고, 물을 좋아하는 라쿤은 그나마 물이 있는 장소(화장실)로 들어가려 해도 문이 막혀 있어 하루 종일 애를 쓰는 모습이 관찰됐다.

가장 기본적인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 놓은 업소 조차 5곳에 불과했다. 4개 업소에서는 일부 동물에게만 물을 상시 공급했고, 3개 업소에서는 관찰 시간 동안 전혀 물을 공급하지 않았다. 1개 업소를 제외하면 모든 곳에서 상시적으로 음악을 틀어놨고, 특히 2개 업소에서는 음악 소음이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커 동물들이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우려가 있었다.

전시시간은 대부분 하루 10~12시간으로 전시시간 내내 동물들은 불특정 다수의 방문객에게 직·간접적으로 노출돼 있었으며, 몸을 숨길 수 잇는 은신처도 없어 라쿤이 자는 동안에도 방문객들은 계속 만지거나 가구를 흔들어댔다.

방문객 접촉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라쿤. 자는 동물을 만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사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휴메인벳 제공 © 뉴스1

최태규 휴메인벳 대표 겸 수의사는 이러한 현 야생동물카페가 수의학적·공중보건학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전시, 유통, 사육되고 있는 동물의 출처 및 건강상태 관련 정보에 대해서 동물 카페 소유주는 공개하거나 기록할 의무가 없다"며 "설령 정보를 갖고 있어도 이 정보를 정부기관에 제출하거나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은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라쿤의 경우 국내 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라쿤 대부분이 수입되고 있는 미국은 라쿤을 주요 '광견병 숙주'로써, 대다수의 주에서는 개인 사육을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개인 사육이 가능한 주에서는 사전에 법적인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에는 라쿤에 대한 별도 검역조건 및 수입위생조건이 확립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5일간의 계류기간 동안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모든 동물은 검역과정을 통과한다. 하지만 라쿤에서의 광견병 잠복기는 최수 1주에서 6년까지 보고된 바 있으며, 대다수는 1~3개월로 알려졌다.

수입할 때 쓰는 계류장 상자. 사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휴메인벳 제공© 뉴스1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아직 많은 국가들이 영국의 '위험한 야생동물법'처럼 개인의 소유나 거래를 금지하는 형태의 법을 운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개인 사육이 가능한 동물을 지정하는 '백색목록' 제도가 더 효율적인 관리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선 Δ동물원·수족관 외 장소에서 야생동물 전시 금지 Δ동물원수족관 허가제 및 검사관 제도 도입 Δ생물 종 별 적정한 서식환경 및 관리 제공 의무화 Δ관람객과의 직접적 접촉 규제 Δ금지행위 조항 강화 Δ야생동물 거래 규제 및 개인소유 제한 방안 마련 등 6가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규 휴메인벳 수의사와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어웨어 대표 © 뉴스1 문동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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