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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피플]"안내견은 내 운명…불쌍하단 인식 바꾸려면 교육 중요"
[펫피플]"안내견은 내 운명…불쌍하단 인식 바꾸려면 교육 중요"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김연수 기자
  • 승인 2019.09.01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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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빈센트 안내견 훈련 매니저 인터뷰
"가짜 서비스독 문제…안내견 평균 수명 길어"
사진 셰릴 빈센트 훈련매니저와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소속 안내견.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김연수 기자 = "안내견은 내 운명입니다. 앞 못 보는 사람들의 눈이 돼 줄 수 있도록 새끼 때는 교육시켜서 보내고 은퇴한 이후 다시 입양해서 평생을 책임지기도 했으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안내견과 함께 생활해왔다는 셰릴 빈센트(Cheryl Vincent) 훈련매니저의 말이다. 연간 350여두를 분양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안내견학교(Guidedogs for the Blind)에서 활동 중인 그는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안내견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세계안내견협회(IGDF) 심사관인 그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국내 안내견학교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협회 심사관들은 정회원을 대상으로 5년마다 정기인증심사를 통해 안내견학교가 협회 기준에 맞게 운영되는지를 심사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분양을 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 1994년 IGDF회원으로 가입한 뒤 1999년 정회원으로 승격돼 이후 총 3차례 정회원 인증심사를 받았다.

빈센트 훈련매니저는 "미국에도 일부 견주들이 혜택만 누리려고 가짜 서비스독(도우미견)을 내세운다"며 "부작용을 줄이고 안내견에 대한 편견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셰릴 빈센트 훈련매니저와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소속 안내견 © 뉴스1

다음은 셰릴 빈센트 훈련매니저와의 일문일답.

―8월21일~23일까지 한국을 찾았다. 방문 목적이 궁금하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세계안내견협회 정회원이라 규정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방문했다. 번식, 교육(훈련) 등 총 10개 규정을 근거로 평가한다. 예를 들면 번식은 몇 차례 하는지, 결정 과정에서 수의사가 관여하는지를 본다. 또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시각장애인과 생활은 수월한지 등을 확인한다. 이는 안내견으로서 사람을 돕기도 하지만 개의 복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확인하는 것이다.

-안내견 심사관이라는 직업이 흔하지는 않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이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전 세계에서 20명 정도다. 12세 때 가족들이 안내견 퍼피워킹(강아지 사회화 교육)을 했다. 그 때부터 안내견 관련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퍼피워킹은 1년만 하고 되돌려 보내야 한다. 내가 키웠던 강아지를 보내는 것이 슬프기도 했지만 또 다른 강아지들을 교육시키곤 해서 희비가 교차했던 기억이 있다.(웃음) 가장 처음 퍼피워킹 했던 강아지와 인연이 된 시각장애인과는 좋은 친구가 됐다. 안내견 교육은 1987년 안내견학교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

-심사관이 되려면 기본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일단 경력이 길어야 한다. 15년 정도 이상이다. 안내견학교에서 매니저 역할도 해야 하고 안내견과 관련한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개만 다룰 줄 알아서도 안 된다. 시각장애인까지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나라마다, 사람마다, 안내견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그런 모든 것을 감안해서 맞춤형 교육을 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또 짧은 기간에 전후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미국의 안내견 문화는 어떤지. 반려동물 문화가 우리부터 앞서 있는데.
▶미국에서도 문제는 있다. 가짜 서비스독(도우미견)이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환자들의 심리를 치유해주는 등의 역할을 하는 개들이다. 서비스독이 아닌 일반 반려견을 데리고 여러 권리를 누리려는 사람들이 문제다. 식당에 그냥 데리고 들어가거나 비행기를 타는 등 행위를 한다. 내가 있는 곳은 북서부 지역인데 동물친화적인 문화가 있다. 서비스독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반면, 개를 너무 많이 키워서 서비스독이 활동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결국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TV 등을 통해 에티켓을 많이 전파한다. 또 파트너인 시각장애인 스스로가 '안내견과 살고 있으니 이렇게 해 달라' 등의 내용을 지역사회에 많이 알린다. 이런 것을 전문적으로 알리는 자원 봉사자들도 많다. 우리가 하는 교육은 안내견을 만났을 때 주위를 방해하지 말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먹을 것을 준다거나 소리를 지른다거나 산만하게 행동하지 말고 만지지 말라고 교육한다.

-미국에서는 안내견을 보고 측은하게 보는 시각이 있나. 일부 한국인들은 안내견을 보고 동물학대라고 주장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있다.
▶불쌍하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게 되기까지 교육을 정말 많이 했다. 결국은 사람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꾸준히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안내견이 시각장애인과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집에서도 가족구성원으로 놀며 즐거워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는 거다. 사람의 시각에서 일이라고 보는 거지, 안내견의 입장에서는 여느 반려견과 똑같이 주인과 산책하는 거다. 오히려 집에서 산책 못하는 개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처음부터 교육이 잘 되는 개들만 선택해서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거다. 우리가 인내심 강한 사람을 보고 불쌍하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평균 수명도 다른 리트리버보다 2~3년 더 길다. 전 세계 안내견이 2만 마리인데 절반이 미국에 있다. 한국엔 60~70마리 정도가 있으니 그만큼 많이 접하지 않아서 안내견을 불쌍하게 보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안내견과 같은 특수목적격들에 대한 은퇴 후 입양 문제도 관심사다.
▶미국은 안내견 역사가 오래 돼서 은퇴 후 입양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각장애인이 평생 함께 지내기 위해 입양하기도 하고, 나이 드신 분들도 안내견을 찾는다. 안내견이 온순하고 사람과 교감을 잘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 퍼피워킹했던 가정에서 은퇴한 안내견을 입양하는 경우도 많다. 나 또한 예전에 퍼피워킹 했던 안내견을 은퇴 후 입양했다. 은퇴한 안내견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입양을 보내기 전 인터뷰도 하고 정말 좋은 가족들을 찾아준다.

-안내견 훈련매니저를 꿈꾸는 사람들과 안내견과 관련한 당부의 말이 있다면.
▶안내견 훈련매니저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내 경우 전 세계 어디를 가든지 똑같은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일한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동물을 사랑하고 시각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한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일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다. 아직 한국내 안내견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한 교육으로 안내견을 편견 없이 봐주고 더 많이 교감해주기를 바란다.

박재만 훈련사(사진 왼쪽)와 셰릴 빈센트 훈련매니저가 안내견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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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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