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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8마리 학대 혐의자에 고작 '벌금 300만원'?…동물단체 '지나치게 관대'
개 8마리 학대 혐의자에 고작 '벌금 300만원'?…동물단체 '지나치게 관대'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09.04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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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 "반복적·고의적인 점 감안해야"
'강력 처벌' 탄원 서명 1만명 넘어
천호동 다세대 주택 화장실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된 서너 구의 개 사체. 당시 기사가 나가고 한 독자는 "집은 쓰레기더미에, 개 비명소리가 자주 들려서 구청에 민원도 넣었었다"며 "그런데 구청 관계자가 '주인을 만날 수 없다'며 경고문만 붙이고 돌아갔다. 기사를 보고서 그 개도 죽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는 내용의 글과 당시 찍었던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 News1 김연수 기자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자신이 살던 집과 가게에서 개 8마리를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견주에게 검찰이 벌금 300만원을 구형, 동물보호단체들을 중심으로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동물단체들은 피의자 A씨가 반복적이고 고의적으로 동물을 학대한 만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4일 동물단체에 따르면 견주 A씨는 자신의 집과 가게에 반려견을 방치해 총 8마리를 죽거나 다치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A씨에 대한 3차 공판에서 검찰은 2차 공판 때와 똑같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종 선고는 오는 27일 진행된다.

이에 대해 동물단체 관계자는 "현행법상 동물학대의 경우 징역형까지 가능한데 벌금 300만원은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동물학대가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동물학대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아직까지 검찰의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피해자가 사람인 경우에 비해 경시된다"며 "피해 동물이 몇 마리인지, 피고인이 반성을 하는지, 재범률이 낮은지 등이 감안이 돼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견주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탄원 서명만 1만명 넘게 제출 됐음에도 벌금 300만원을 구형한 것은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벌금 정도의 처벌은 동물학대 재범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다만 (계속된)동물권, 생명보호에 대한 강의, 사회운동 등을 통해 최근 경찰에서도 동물학대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수사에 임하고 있어 검찰이나 법원의 인식도 서서히 바껴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강동구청은 지난해 6월 천호동의 한 다세대 주택 세입자의 집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백골상태의 개 사체 3~4구와 삐쩍 마른 보더콜리 한마리를 발견해 구조했다.(관련기사 쓰레기더미 집에서 백골상태 개 사체 4구 발견)

확인 결과 세입자는 2017년에도 성내동 자신이 운영하던 주점에서 개 5마리를 방치해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동물자유연대에 고발된 A씨였다.(관련기사 집에 개 방치해 굶어죽인 남성 입건) 동물자유연대는 당시 "담당 수사관에게 피의자 심문 등 수사진행을 촉구했지만 경찰은 학대자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미뤘다"며 "그러는 사이 A씨의 집에서 또 다른 개 사체가 발견돼 '상습 동물학대'로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엔 성내동 사건 당시 임대인과 천호동 사건의 임대인, 직접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갔던 강동구 동물구조대장과 고발인 동물자유연대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또 다른 혐의로 복역중인 A씨는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들어섰다.

두 임대인은 증인심문에서 공통적으로 "악취가 심하다는 동네 주민들과 다른 세입자들의 항의가 계속돼 구청에 신고했다"며 "A씨가 키우던 개들에 대해 이웃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천호동에서 개를 키웠던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성내동에선 개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원인을 임대인에게 돌렸다. 개들이 죽은 이유에 대해선 자신도 모른다고 말했다.

 

 

 

쓰레기더미로 가득한 천호동 A씨의 집 내부(사진 박상후 동물복지팀 동물구조대장 제공).© News1

 


A씨의 변호사는 천호동 집의 임대인 B씨에게 "개를 데리고 나간 것을 직접 본적이 있느냐. 집이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보이냐"며 "피고인은 집에서 살지 않고 옷과 짐을 놔두는 용도로만 사용했다고 한다. 또 개도 키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B씨는 "(쓰레기더미 집으로 만든 것은 A씨인데)어느 임대인이 세입자한테 방을 저렇게 하라고 빌려주겠느냐"며 "(A씨 집에서)개 소리를 들었고, 다른 세입자들로부터 'A씨가 개를 못살게 구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는 또 성내동 임대인 C씨에게 "명도소송을 한 후 A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거나 경고장을 쓴 적이 있느냐"며 "개들은 서열이 있으니 서열이 더 높은 개가 죽은 개를 사료를 못먹게 해서 죽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C씨는 "경고장은 A씨가 쓴 것이다. A씨가 계속 다녀간 정황도 있었다"며 "죽은 개에게서(다른 개에게 물린듯한)외상은 없었다. 살아있던 다른 개들도 말라 있거나 피부 상태가 매우 안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죽은 개는 다른 이웃 주민도 '유난히 살려달라는 듯 짖는다'고 했다"며 "사체로 발견됐을 당시에는 죽은지 얼마 안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이어진 동물자유연대 관계자의 증인심문에서 왜 학대로 추정했느냐는 질문에 "두 사건 모두 사건 당시 개들을 본 수의사가 '아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있었다"며 "특히 성내동에서 죽은 닥스훈트의 경우 엑스레이상 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소견이었다"고 증언했다. 직접 현장을 본 강동구 동물구조대장은 "현행법상 피학대 동물이라도 견주가 주장하면 돌려주도록 돼 있다"며 "성내동 사건 당시 A씨가 개들을 돌려달라고 해 돌려준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 측은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계속해서 억울함을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요청한 증인들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공판은 변호사의 추측성 위주의 질문과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다소 소극적인 검찰의 태도가 아쉬웠다는 지적이다. 실제 변호사는 B씨에게 "A씨가 개에게 밥이나 물주는 것을 본적이 있느냐, 피고인이 집에 들어가서 자는 것을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늘어놓다가 판사로부터 "그건 수사기관이 밝히는 것이지, 증인이 알 수 있는 부분이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성내동 굶어 죽은 닥스훈트.(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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