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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끌어주는 꽃마차, 낭만적으로 보이나요? 말들은 피눈물 흘린다"
"말이 끌어주는 꽃마차, 낭만적으로 보이나요? 말들은 피눈물 흘린다"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10.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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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상 우마차가 도로위 달리는 것은 '합법'
동물단체 "스트레스 받은 말 돌발행동 공중의 안전 위협"
동물권단체 하이는 지난달 한양대학교에 이어 지난 16일 숙명여대 앞에서 말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 촉구 서명' 캠페인을 진행했다. © 뉴스1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꽃마차, 낭만 뒤에 숨은 말들의 고통을 아시나요"

지난 16일 동물권단체 하이는 숙대입구 앞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은 활동가들이 들고 있는 피켓을 보고 동의한다는 서명에 참여했다. 외국인 학생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은 "이번 여름에 제주도의 한 해수욕장에 갔다가 말 한 마리가 큰 마차에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 모습을 봤다"며 "아직도 이런 게 있다는 것에 놀랐다. 밤늦게까지 쉬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차도를 다니는 말도, 마차에 탄 사람들도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꽃마차'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바뀌고 있다. 관광지에서 추억을 만들어주던 존재가 더이상 아니다. 실제로 꽃마차 사진을 찍어 보내며 동물학대가 아니냐고 제보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폭염속 충남 홍성군 남당항 꽃게 축제에 놓인 꽃마차.© News1

조영수 동물권단체 하이 공동대표는 "제주 함덕해수욕장, 강원도 낙산해수욕장과 속초해수욕장, 일산 아쿠아리움 앞, 홍성 남당항 대하축제, 경기도 시흥 오이도, 대구 달성공원이 제보가 많은 대표적인 곳"이라며 "이 중 4곳은 직접 가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꽃마차의 동물학대 논란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2015년도에는 경주에서 꽃마차를 끌다 쓰러진 말에게 마부가 얼굴을 걷어차며 채찍질하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동물단체 등이 꽃마차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우선 시각과 청각이 예민한 말의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 화려한 조명과 큰 음악 소리가 나는 스피커가 설치된 마차를 끌고 있다. 또 경적이 울리는 도로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말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말들이 혹사 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탑승 인원수 제한 규정이 없어 말 한마리가 끌어야 하는 무게는 탑승객과 마차 무게 등을 합쳐 700~1000kg에 이른다. 말 평균 몸무게가 450~500kg인 점을 감한하면 자신보다 2~3배에 달하는 무게를 끌고 시멘트 위를 달려야 하는 셈이다. 이는 말의 척추와 다리에 극심한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

조 대표는 "꽃마차 운행에 이용되는 말들은 보통 경주용이나 승마용으로 뛰다가 퇴역한 노쇠한 말들로 부상과 퇴행성관절염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수의 치료는커녕 적절한 치료와 휴식시간 없이 장시간 꽃마차를 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말은 충격 흡수와 관절 건강을 위해 적절한 '편자(말발굽을 보호하기 위해 발굽 바닥에 장착하는 발발굽형의 쇠붙이)'가 필요한데 대부분 영세한 꽃마차 사업주들의 말들은 편자가 아예 없거나 거의 닳아 없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폭염 속에서도 꽃마차 운행은 계속된다. 하지만 운행 중 말이 배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운영자는 물과 먹이를 급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대표는 "실제 현장답사에서 폭염주의보, 폭염 경보가 발생한 때도 말들은 휴식 시간 없이 장기간 꽃마차를 끌었다"며 "이는 말에게 열사병, 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말 뿐만 아니라 공중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말이 쓰러지거나 자동차 라이트, 차량 경적에 놀라 예기치 못한 돌발행동을 할 경우 말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다칠 수 있다"며 "실제 외국에서는 마차 운행 중 말이 무게를 감당 못 해 주저앉거나 돌발행동을 일으켜 말 뿐만 아니라 사람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꽃마차는 현 도로교통법상 우마차로 분류돼 고속도로를 제외한 모든 차도에서 다니는 것이 합법이다. 영업 행위이지만 관할 지자체에 신고 없이 운영할 수 있어 전국 주요 관광지에서는 꽃마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여름에 꽃마차가 동물학대라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그 자체만로 동물학대라는 판단하기는 애매한 상황"이라며 "도로교통법상 말마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단속이 사실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는 지난달 한양대학교를 시작으로 대학교를 돌며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꽃마차에 대한 인식 변화와 도로교통법 개정을 위한 서명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물권단체 하이가 꽃마차 반대 캠페인을 진행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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