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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돼지가 무슨 죄'…살아있는 동물 이용한 시위 막을 대책 필요
'애꿎은 돼지가 무슨 죄'…살아있는 동물 이용한 시위 막을 대책 필요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10.22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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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상 신체적 고통도 '동물학대' 해당
전국음식물사료연합회 소속 돼지농가 농민들이 21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열린 농식품부 규탄 대회에 돼지를 청사 앞에 풀어 놓고 시위를 하고 있다. 2019.10.2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살아있는 동물을 시위에 동원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위에 동원된 동물들이 내던져지는 등 의도하진 않았지만 동물 학대 행위가 일어나고 있어서다.

지난 21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전국음식물사료연합회 소속 양돈농가 농민들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트럭에 싣고 온 돼지 40여 마리를 도로에 던져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돼지들이 코를 아스팔트 도로에 찧는 장면 등이 뉴스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됐다.

이날 시위는 정부가 지난달 16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전체 농가에 잔반급여를 전면 금지하자 이를 항의하기 위해 열렸다.

하지만 이를 본 동물단체와 시민들은 생계 위기 몰린 농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살아있는 돼지를 집회에 동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이제 겨우 3~4개월령 됐을 법한 아기 돼지들은 그동안 잔반을 먹으며 길러진 것도 모자라 화난 사람들의 손에 마구 잡혀 내던져졌다"며 "이날 잔반돼지 시위는 국내 축산의 폭력적 단면이며 이러한 폭력적 축산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관계자 역시 "영상 속 돼지를 던지는 행위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이외에도 이송 과정과 소음 등 돼지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네티즌들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댓글 등을 통해 "살처분해야 한다고 하면 '자식 같은 돼지'라더니 어떤 부모가 그렇게 패대기칠 수 있느냐" "돼지들은 살처분돼 죽고, 시위에 이용돼 고통 받고 도대체 무슨 죄냐" "시위에 살아 있는 동물을 동원하는 것은 엄연한 동물학대"라고 지적했다.

김슬기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변호사는 "시위에 동물을 동원하는 것은 동물의 생존이나 복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위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유사한 사례가 많아 비록 상해를 입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필요하다"며 "동물보호법상 금지 행위 대한 적용범위에 대해 해석상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이 사건과 같이 아무런 정당한 사유 없이 돼지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살아있는 동물을 시위에 동원한 경우는 '생존권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돼 왔다.

지난해에는 한국육견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도사견 여섯 마리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풀어놓으려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경찰의 제지로 도사견이 풀려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2007년에는 '군부대 이전 반대 이천시 비상대책위원회가 국방부 앞에서 특전사 이전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살아있는 돼지를 밧줄로 묶어 찢어 죽이는 '능지처참 퍼포먼스'를 벌여 세계적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Δ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Δ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학대에 해당한다"며 "현재 '동물을 이용한 금지 행위'로는 도박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한하기 때문에 시위 등에 사용하는 것은 앞으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유럽연합(EU)에서는 2009년 광우병, 구제역, 돼지 열병 발생으로 동물에게 남은 음식물 급여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스페인은 1960년 ASF의 주요 원인을 잔반 급여로 보고 법으로 금지했고. 영국은 2001년 구제역 발생으로 남은 음식물을 동물 먹이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29일 오후 인천 강화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에 방역 당국이 돼지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잇단 확진 판정을 받은 강화군에서 기르는 모든 돼지 살처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2019.9.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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