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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 보고 누가 입양을?"…보호소 엉터리 공고사진에 공분
"이런 사진 보고 누가 입양을?"…보호소 엉터리 공고사진에 공분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11.04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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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듯 쓰러져 있는 사진도 올라와
유기동물 부정적 인식만 강해져
전남의 한 유기동물보호소는 새끼 5마리, 어미 모두 해당 사진 한 장으로만 올라와 있었다. 현재 6마리 전부 안락사 처리됐다. (사진 포인핸드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유기동물보호소가 입양 장려를 위해 보호 중인 동물의 사진을 공개하고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물의 뒤통수만 나오는 사진을 올려 동물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죽어 있는 듯한 모습의 사진을 올린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입양을 고려하고 해당 홈페이지를 찾았다가 오히려 입양할 마음이 사라졌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지역 유기동물 보호소는 보호자 조차 알아볼 수 없거나, 죽은 듯 쓰러져 있는 개들의 사진을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올려놓고 있다. 지방일수록 문제가 되는 사진들이 많았고, 대형견 대부분은 마취 총에 맞은 것처럼 뜬장에 널브러져 있거나 길 위에 쓰러져 있었다.

전남과 경남 지역의 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올린 공고사진.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주인이나 입양을 고려하는 사람이 알아볼 수 없었다. (사진 포인핸드 캡처) © 뉴스1

새끼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들어오면 전체를 한 번에 찍어 모두 똑같이 단 한 장의 사진으로 공고에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성별조차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거나, 뒷모습만 대충 찍고 왼쪽, 오른쪽으로 표시해 놓기도 했다. 같은 개로 추정됐지만 품종을 다르게 표시돼 있는 경우도 있었다.

새끼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한 장의 사진으로 대체해 개체별로 알아볼 수 없었다. 같은 개로 추정되지만 공고번호와 품종은 다르게 표시돼 있었다. (사진 포인핸드 캡처) © 뉴스1

공고 사진을 보고 직접 보호소에 찾아가 봤다는 A씨는 현장 관리의 문제점은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끼들은 서 있을 수도 없는 뜬 장에 여러 마리가 갇혀 있었다"며 "'공고중'으로 표시돼 있던 강아지가 안 보이길래 물어보니 2~3일 전 자연사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곳에서 본 일부 개들은 공고에 올라와 있지도 않았다"며 "보호소에 다녀오고 나서 바들바들 떨고있던 강아지들이 걱정돼 전화해 보니 일주일도 안돼 한 곳에 갇혀있던 새끼 7마리가 전부 자연사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유기동물을 보고도 선뜻 신고하기가 사실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했다가 공무원이 개인정보를 묻는 등 오히려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나와 황당했다는 경우도 있었다. B씨는 "SNS에 올라온 유기견들 사진을 보고 화가나 관리 좀 제대로 해 달라고 전화했더니 갑자기 이름이랑 주소를 물어봤다"며 "보호중으로 돼 있는 유기견에 대해 묻자 '입양 갔을거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바쁘니 확인해 보고 연락주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보니 안락사로 변경돼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지자체는 유기동물보호소를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부 개들이 공고에 왜 안 올라왔는지 묻자 "사실 시골은 어르신들이 그냥 보호소에 개를 묶어 놓고 가기도 한다. 이런 경우 공고엔 올리지 않고 군청 홈페이지에만 올리고 있다"며 "직영 보호소를 만들기 위해 신청도 해봤지만 떨어졌다. 아무도 보호소를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지원금을 늘려 입양률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의 유기동물 보호소는 유기동물 목숨으로 위탁자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동물 입양을 하지 않는 이유로 질병에 걸려있을 것 같아서가 37.7%로 응답이 가장 높았다. 지저분해 보이는 보호소의 환경이 유기동물에 대한 안좋은 선입견을 갖는데 영향을 준다는 목소리도 높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공고에 올리는 사진이나 특징은 유실된 동물일 경우 주인을 찾을 수 있고 입양을 고려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정보인데, 일부 보호소가 형식적으로만 올리고 있는 것 같다"며 "사실 이런 것까지 규정이나 지침으로 정하라고 하기보다 한 생명을 대하는 담당 공무원과 관리자의 의지, 책임감의 문제인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는 유기동물을 포획하고 수용하는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정말 동물을 '보호'하고 '살릴 수 있는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예산과 인력의 확보, 의지의 문제인데 자원이 부족한 지자체의 경우는 시민 봉사자, 또는 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또 정부는 현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 지 감독해서 연 200억원이라는 예산이 동물을 살리는 데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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