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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동물권, 선후 아닌 선순환 관계…학대 처벌 규정 명확해야"
"인권과 동물권, 선후 아닌 선순환 관계…학대 처벌 규정 명확해야"
  • (서울=뉴스1) 문동주 인턴기자
  • 승인 2019.12.0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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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피플] 동물들을 위한 변호사, 서국화 PNR 대표


(서울=뉴스1) 문동주 인턴기자 = "사람이 동물의 생명을 임의로 제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원칙을 선언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되면 좋겠습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People for Non-human Rights)의 공동대표인 서국화 변호사가 2일 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앞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한 시점이라 서 변호사의 발언은 더욱 주목된다.

서 변호사가 동료인 박주현 변호사와 2017년 공동 설립한 PNR은 동물의 권리를 위해 입법 제안, 소송·고소·고발을 진행하는 단체다. 서 변호사는 2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좀 더 전문적이고 법적인 부분에서 있어 입법, 정책 활동을 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을 만들고자 했다"며 단체를 소개했다. 현재 PNR에는 13명의 변호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가장 뜻깊은 성과는 '개 전기도살 사건 파기환송…동물보호법 통과 시급

서국화 변호사는 PNR의 가장 의미 있는 성과로 현재 파기환송심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개 전기도살 사건'을 언급했다. 서 변호사는 "1심 때는 동물단체도, 우리도 그런 재판이 진행되는지 몰랐다. 1, 2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왔다는 사실에 놀라 대응하기 시작했다"며 "대법원에 법리적으로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계속 제출했고 결국 파기환송됐다. PNR이 주장하는 내용이 반영됐다는 사실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파기환송 선고가 된 날 재판 가던 중에 결과를 들었는데 눈물 흘리면서 재판에 갔던 기억이 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서 변호사는 동물 관련법에서 당장 시급한 부분은 학대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을 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물학대죄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를 동물학대로 보느냐에 대한 규정을 제대로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동물을 죽이거나 학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선언해야 하는데, 현재는 마치 '죽여도 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죽이면 안 된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어 큰 인식의 차이를 불러온다"며 동물복지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국화 변호사가 여의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뉴스1 문동주 인턴기자

◇ 시간 부족과 낮은 동기부여가 장애물…그럼에도 현실 목격하려 애써

PNR 변호사들은 보수 없이 본업 이후 남는 시간을 활용해 활동한다. 그 탓인지 서국화 변호사는 PNR 변호사들의 가장 큰 어려움을 시간 부족이라고 답했다. "본인들이 참여하고 싶은 부분도 많은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이 분야에 있어 정부의 연구 지원 같은 부분이 늘어나 의지를 가진 변호사들이 생업 걱정 없이 의미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려움은 소송의 난이도로 인한 동기부여 문제다. 그는 "동물이 우리한테 적극적으로 소송을 해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의뢰인이 없다 보니 동기부여 자체가 힘들 때가 있다"며 "또 소송 자체가 어렵다. 법률이 제대로 완비돼 있어야 그에 따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데 법률 자체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보니 소송을 하면 반 이상은 진다고 생각하고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서 변호사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동물들이 닥친 현실을 자꾸 생각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 현실을 확인할 때 마음이 아픔에도 확인을 하지 않았을 때는 스스로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서 변호사의 답변에 그 과정이 힘들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에 서 변호사는 "고발장을 쓰려면 반드시 학대 영상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힘들다. 울면서 쓴다. 하지만 내가 잠시 괴로워하면서 쓰는 이 행위가 조금 더 나은 현실을 가지고 온다면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굳센 마음을 비쳤다.

◇ 인권과 동물권 선후 관계일 수 없어…사회적 분위기 만들어지길 바라

PNR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인권과 동물권을 비교하며 인권이 먼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해 서 변호사는 인권과 동물권이 선후 관계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답한다. "농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동물 산업에서 종사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권과 동물권이 결코 분리돼 있지는 않다"며 "그분들의 노동 환경, 인권이 보장되지 않았을 때 더 많은 동물 학대가 일어나는 것을 봐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장에서 동물 학대가 발생했을 때 그 가해자를 만나보면 애초에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일을 시작했던 분들인 경우가 많았다.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한 정도의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그 스트레스가 동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권과 동물권이 반드시 어떤 선후 관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서로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 관계임을 강조했다.

서국화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PNR을 통해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아직 우리나라는 소송에서 환경의 권리, 자연물의 권리, 동물의 권리를 얘기하는 순간 '뭐야 저거'라는 식의 반응을 받아요. 그래서 소송할 때마다 희화화 내지는 퍼포먼스로 인식이 되면 어쩌나 고민하기도 하고요. 앞으로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이 법원이나 국가에서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고민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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