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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발견(犬)]10년째 공장에서 묶여 지내는 '진숙이'
[가족의 발견(犬)]10년째 공장에서 묶여 지내는 '진숙이'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12.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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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처음 산책을 해 본 '진숙이'. 사진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서울 용산구 문배동의 한 작은 공장. 그곳엔 10년째 묶여 지내는 황구 한 마리가 있다.

곧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윤정은씨는 동네를 산책하다 공장 철문 사이로 먹을 것을 던져주고 있는 커플을 발견했다. 때마침 휴일이라 공장에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커플은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중 혼자 있는 황구를 보고 안타까워 먹을 것을 주고 있다고 했다.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고 있던 윤씨도 이런 황구 모습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황구가 있던 곳을 다시 찾았다.

황구는 같은 곳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 모터 소리에 사람보다 훨씬 더 청각이 예민한 개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윤씨는 견주로 추정되는 공장 사장에게 용기를 내 황구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사장은 10년 전 공장에 다니던 직원이 처음 데려와 키우다가, 공장을 그만두면서 개를 놔두고 간 것이라고 했다. 황구의 이름은 '진숙'이. 사장은 "마땅히 키울 사람은 없고, 그래도 키우던 정이 있어 버리거나 팔지 못했다"며 "공장 뒤 작은 공간에 묶어 밥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뒤에 묶여 지내는 진숙이. 사진 팅커벨프로젝트 제공 © 뉴스1

윤씨는 항상 묶여 있는 그런 진숙이가 안쓰러워 직접 산책을 시켜줘도 되는지 물었다. 다행히 사장은 "우리도 바빠 산책을 못 시켜줘 미안했다"며 산책 하는 것을 허락했다. 윤씨는 일단 진숙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산책을 위한 하네스와 리드줄을 구입하기 위해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다음 날 진숙이를 다시 찾았다. 진숙이는 윤씨를 알아보는 듯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그렇게 진숙이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무거운 쇠줄을 벗고, 마음껏 공원을 돌아다니며 산책을 했다. 진숙이는 깡충깡충 뛰며 매우 좋아했다.

윤씨는 "진숙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용기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숙이를 다시 공장으로 데려다 주는데 사장님께서 '이제 진숙이도 남은 여생은 주인에게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입양을 보내고 싶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씨는 진숙이를 입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팅커벨프로젝트에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회원인 윤씨를 우리도 함께 돕기로 했다"며 "진숙이에게 새 가족이 생긴다면 건강 검진 및 중성화 수술은 단체에서 모두 해서 입양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생 공장 뒷켠에 묶여 지내며 모터 소리를 들어온 진숙이가 이제라도 좋아하는 산책을 실컷 하며 주인의 사랑을 받으면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묶어 키우지 않고 산책도 자주 해줄 수 있는 가족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Δ이름: 진숙이
Δ성별: 암컷(중성화 예정)
Δ나이: 10살
Δ체중: 17kg
Δ품종: 믹스견
Δ문의: 팅커벨프로젝트

◇'가족의 발견' 코너는 반려동물 사료기업 힐스펫뉴트리션코리아가 응원합니다. 힐스코리아는 가족을 만난 반려동물들의 행복한 새출발을 위해서 사료 등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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