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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쇠꼬챙이 개도살 잔인"…개농장 운영자에 벌금형 선고유예
"전기쇠꼬챙이 개도살 잔인"…개농장 운영자에 벌금형 선고유예
  •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승인 2019.12.19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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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동물보호센터·미국수의학협회 지침 인도적 도살방법 아냐"
개농장 운영 경위·개농장 폐쇄 등 고려해 벌금형 선고유예
개농장에서 길러지고 있는 개 © 뉴스1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고 도살한 행위가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형두)는 19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66)의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쇠꼬챙이로 개의 주둥이에 대고 도살한 행위가 동물보호법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넣어 도살하는 방법은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 및 미국 수의학협회 지침에서 정하는 인도적 도살방법이 아니다"며 "피고인이 사용한 도살방법은 동물보호법에서 정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도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전살법(電殺法·전기로 가축을 도살하는 방법)에 의해 동물을 도축할 경우 무엇보다 동물을 즉각적으로 무의식 상태에 이르게 하는 조치, 즉 고통을 느끼지 못하거나 그 고통을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그런데 피고인은 인도적 도살방법으로 도살하지 않았음은 물론 즉각적·무의식 상태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 개의 뇌에 전류를 집중시켜 감전시키는 점에 대해 아무런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살 때마다 피고인이 개의 몸에 흐르게 한 전류가 뇌가 아닌 부위로도 흘렸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가 다른 신체부위 쪽으로 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뇌에 전류를 흐르게 해 대발작(앞다리를 뻗으면서 등이 활처럼 돼 몸이 뒤로 젖혀지는 것) 이외의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인도적 도살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이 사건 농장에서 돼지를 기르다 구제역으로 더이상 돼지를 사육할 수 없게 되자 생계유지를 위해 개사육 및 도축방법을 전 농장주로부터 습득했다"며 "이미 개농장과 도축 관련 시설을 폐쇄했고, 앞으로 개를 도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 건강이 좋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김포시에서 개 농장을 운영하던 이씨는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농장 도축시설에서 개를 묶은 상태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 등으로 연간 30마리 상당의 개를 도살해 동물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동물보호법은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2심은 "이씨는 전살법을 이용해 개를 즉시 실신시켜 죽이는 방법으로 도축한 것으로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다른 동물에 대한 도살방법과 비교해 특별히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등 비인도적 방법으로 개를 도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전살법은 축산물위생법이 정한 가축 도살방법 중 하나로 소·돼지 등 다른 동물을 도축하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고, 동물을 즉시 실신시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씨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원심 판결엔 '잔인한 방법'의 판단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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