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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멋진 안내견이 될 거예요"…예비 안내견 '두루'의 하루는?
"꼭 멋진 안내견이 될 거예요"…예비 안내견 '두루'의 하루는?
  • (경기=뉴스1) 정윤경 기자,문동주 인턴기자
  • 승인 2019.12.2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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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피워커 박인주씨와 예비 안내견 두루 © 뉴스1

(경기=뉴스1) 정윤경 기자,문동주 인턴기자 = "저와 함께 하는 1년 동안 두루는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는 거죠"

지난 11일 방문한 '두루'의 집 현관에는 ‘안내견 자원봉사 가정’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문이 열렸지만 두루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 손님을 맞이했다. 문이 열리면 달려나오는 여느 반려견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취재진 앞에서 앉아, 기다려, 엎드려 등의 기술을 선보인 두루는 똘똘한 눈빛으로 보호자인 박인주씨를 쳐다봤다. 두루와 박씨의 관계는 일반 보호자와 반려견의 관계가 아닌, 퍼피워킹을 하는 예비 안내견과 위탁보호자(퍼피워커)의 관계다.

퍼피워킹이란 안내견학교에서 태어난 안내견 후보생들이 생후 7주부터 1년간 봉사자의 가정에서 지내며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것을 말한다. 퍼피워커인 박씨는 퍼피워킹에 대해 “아이들이 ‘아, 사람들이랑 같이 사는 게 즐거운 일이구나’ 라는 느낌을 알게 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퍼피워커 박인주씨와 함께 산책을 하며 사회화 훈련을 하고 있는 두루. 두루가 밖에 나갈 때 꼭 입는 조끼에는 '저는 안내견 공부중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뉴스1

두루의 하루는 일반 반려견과 어떤 점이 다를까. 우선 배변 시간, 식사 시간, 산책 시간을 정해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두루가 배변이나 산책을 하면 박씨는 표에 시간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식사 시간에는 저울로 정해진 사료량을 체크해 배급한다. 사료와 간식은 안내견학교에서 지급된 것들로만 준다. 두루는 제대로 '관리'받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두루의 또 다른 특징은 산책을 다양한 공공장소로 다닌다는 것이다. 보통 지하철 한 정거장씩을 이동하거나 미술관과 도서관을 방문하기도 한다. 때로는 수원역에서부터 서울역까지 기차를 이용하는 꽤 긴 산책을 해보기도 한다.

산책 중 입장 거부 문제로 힘든 적은 없었냐고 물었다. 의외로 박씨는 입장 거부보다도 더 근본적인 반려 문화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사실 큰 개에 대한 편견이 힘들었던 것 같다. 두루는 순하고 훈련이 잘돼 있는 개지만, 크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무섭다고 반감을 표하시거나 소리 지르는 분들이 있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람이 아닌 개 때문에 힘든 부분이 크다고도 말했다. “두루는 훈련 중이라 최대한 다른 개와의 만남을 피한다. 그런데 소형견, 중형견들의 경우 목줄을 안 채우고 산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소형견들은 두루가 크고 두렵기 때문에 목줄이 없는 채로 많이 짖거나 으르렁거리며 흥분을 한다. 그런 경우 난감하다”며 “이런 부분은 안내견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반려 문화로서 서로 에티켓을 지키면 훨씬 편해지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퍼피워커 박인주씨와 함께 산책을 하며 사회화 훈련을 하고 있는 두루. 두루가 밖에 나갈 때 꼭 입는 조끼에는 '저는 안내견 공부중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뉴스1

입장 거부와 승차 거부 역시 여전히 큰 곤란이다. 박씨는 “두루를 데리고 나가면 주변 학부모들이 아이들한테 ‘이 개는 안내견 공부하는 개야. 만지면 안 돼’ 말씀을 주셔서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다"면서도 "여전히 불편해하는 사람도 많다. 예를 들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갈 때 두루랑 평행으로 2줄 서기를 해야 한다. 그때 '빨리 지나가야 하는데 왜 안 비키고 있냐, 개를 저리 치워라' 말하는 사람도 여러 번 있었다. 버스 승차 거부도 많이 당했다. 승객들도 '무는 개 아니냐, 왜 태우냐' 이러는 분들이 절반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훈련견의 고충을 덧붙이기도 했다. "사실 시각장애인인 것이 명확한 경우에는 거부가 훨씬 적다. 오히려 눈이 잘 보이는 훈련인과 훈련견인 경우 '눈이 잘 보이는 사람 같은데 뭐지?' 하면서 거부를 더 잘 당하게 된다"며 훈련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훈련견 거부 문제에 대해 박씨는 인식 부족 외에 또 하나의 원인을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훈련된 매너 있는 반려견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안내견에 대한 선입견뿐만 아니라 반려견 자체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입장 거부'였던 장소를 '입장 가능' 장소로 바꾸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공공도서관이나 공공미술관에서 거절당할 때는 화가 나지만, 직접 요청해서 다음부터는 입장이 가능하도록 한다. 혼자 힘으로 안 될 때는 안내견 학교에 전화해 담당하시는 선생님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며 안내견이 거절당하기 전, 미리 두루와 함께 거절당하며 입장할 수 있도록 바꿔놓는 것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간 졸리다는 듯 침대에 누워있는 두루 © 뉴스1

박씨는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두루와 함께 안내견을 우연히 마주친 순간을 들었다. 그는 "두루와 덕수궁을 갔을 때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이랑 같이 산책을 나오셨더라. 두루도 훈련견이고 그 아이도 안내견이기 때문에 아는 척은 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스치기만 했는데, 그 안내견을 살짝 보니 의젓하게 잘 인도하고 있었다. 그걸 보며 두루도 나중에 저렇게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보람을 느꼈다"고 그 순간을 회상했다.

이제 두루를 다시 안내견학교로 보낼 시간이 5개월 정도 남은 상황. 두루를 보내고 나면 많이 슬프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는 "두루가 온 지 6개월, 딱 절반 넘는 시점에 얘를 보내고 나면 내 삶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두루를 처음 데려온 위탁식 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위탁식 날 퍼피워킹을 마친 아이들의 입교식도 같이 했다. 한 가족이 학교 밖 차에 기대 펑펑 우시는 걸 봤다. 나도 그럴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는 수시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며 "약속을 하고 1년만 우리 집에 있다가 가기로 했으니까 계속 나한테 주문을 건다. ‘이 아이는 내 개가 아니다’하고. 너무 예쁘고 사랑이 막 뿜어져 나오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게 퍼피워킹 훈련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족들끼리의 약속을 언급했다. “가족끼리는 이렇게 약속했다. 두루가 안내견이 되면 은퇴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그래서 은퇴하면 꼭 다시 집에 데려오자고.”

두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마지막 질문에 박씨는 “일단은 건강했으면 좋겠다. 또 파트너랑 서로 교감하면서, 즐기면서 행복하게 안내견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 잘 끝낸 다음에는 꼭 엄마 잊지 말고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며 두루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퍼피워킹을 마친 예비 안내견들은 다시 안내견학교로 돌아간 뒤 약 1개월간 안내견 적합성 유무 평가를 받게 된다. 합격률은 30~40% 정도로, 합격하지 못한 개들은 일반 가정에 분양돼 반려견으로 생활하게 된다.

예비 안내견 두루의 모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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