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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의 동네방네] 동물과 공존하는 세상을 위하여
[박준희의 동네방네] 동물과 공존하는 세상을 위하여
  • (서울=뉴스1) 박준희 관악구청장
  • 승인 2019.12.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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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관악구청장.(관악구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박준희 관악구청장 = 어려서 섬에서 자랄 때 나비(고양이)보다 강아지를 키우는 집이 많았다. 어린이들에게 동네 강아지들은 누구네 집 강아지냐를 떠나 무료함을 달래주는 훌륭한 친구들이었다. 그러나 당시 강아지를 키우는 어른들은 다분히 다목적(?)이었기에 아이들은 가끔 통보 없는 갑작스런 이별의 슬픔을 감당해야 했다.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은 이제 뒤에 '동물'이란 단어를 붙이기가 민망할 정도로 소중한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된다. 최소한 반려동물가족이라 해야 할 것 같다. 반려동물가족에는 대개 개와 고양이가 많은데 이 둘은 성향도 판이하다. 동물 애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개는 밥을 주는 사람을 자신의 주인으로 생각하는 반면 고양이는 자신에게 밥을 주는 사람을 자신의 신하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은 스스로를 '집사'라고 자칭하기도 한다.

필자 주변에도 고양이나 개와 반려하는 지인들이 많은데 느낌상 5명 중 1명은 되는 것 같다.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이다. 어느 날 고양이와 개 모두와 반려하는 가까운 친구와 관악산에 오르는데 그가 말하길 "사랑이가 아파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했는데 OOO원이 들었다"고 했다. '사랑'은 그 친구네 강아지 이름이다.

내심 필자에게 그 돈이 적지 않은 터라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 물었다. 친구는 "그 아이들이 우리 가족들에게 베풀어 준 것에 비하면 껌 값"이라는 답변을 했다.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새롭게 깨달았다. 반려동물가족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정(情)과 위로를 사람 이상으로 상호간에 교감한다는 것을.

때문에 민선 7기 구청장에 취임하면서 '동물과의 공존'을 향후 구정에서 펼칠 핵심과제 중 하나로 선정함으로써 반려동물가족에 관한 정책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팀과 소통도 잦다.

행정의 어려움은 늘 주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에 있듯 반려동물가족 정책 역시 반대하는 다수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가운데 끼인 담당직원들의 고충이 크다는 것을 알아서다.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길고양이 급식소 및 중성화 사업, 유기동물 구조와 입양, 반려동물가족과 반려할 수 있는 휴식처 등등 관련 정책을 소신껏 진행함으로써 동물과의 공존이라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 중이다.

반려동물가족을 배려하는 정책과 행정 서비스는 이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시대가 저물었다.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평등과 평화는 언제나 인간 세계의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는데 동물과 공존 정책 역시 지구와 생명에 대한 평등평화사상에서 인식되고 기획됐었다.

그런 차원에서 반려동물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주민들과 그렇지 않은 주민들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는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기 위해 오늘도 반려동물팀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필자의 이런 노력을 인정해 어느 동네를 가든 고양이나 강아지, 토끼 등 반려동물가족들이 짖거나 놀라지 않고 반갑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날씨가 점점 겨울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고 있어 한파가 예상된다. 어느 누구라도 보호받지 못하고 길거리를 헤매는 동물가족들을 만나면 따듯한 인정(人情)과 배려심이 돋는 도시의 겨울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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