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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시설이"…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
[르포]"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시설이"…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12.2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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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유기묘 입양센터, 위기여성 반려동물 임시보호제 추진…'진화중'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의 마스코트인 '아롱이'와 '브라우니' © 뉴스1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우리나라에 이렇게 좋은 시설이 있는지 몰랐어요. 일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는 시설이 열악해서 입양은 꺼려지고 마음만 아픈데, 그곳은 봉사하는 동안 힐링되는 기분이었어요."

'반려견을 키워볼까'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입소문난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다. 천안에 사는 이씨는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에서 받은 인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방문한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는 화성시 청원수류지 정류장에 내려 15분 정도 걸어야 나오는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멀리서도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라고 쓰인 큰 간판이 시선을 끌었다.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는 3600㎡의 부지에는 관리동 1동과 사육시설 2동으로 나뉘어 있었다. 관리동 문을 열고 들어서자 15마리의 개들이 손님을 맞이하듯 일제히 뛰어나왔다. 개들은 사람을 무서워하긴 커녕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다가와 몸을 비비거나 만져달라며 머리를 들이밀었다. 남영희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 팀장은 "사람들과 접하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훈련 시간에 잠깐씩 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도우미미견나눔센터' 는 도민에게 반려견·도우미견을 무료 분양한다. © 뉴스1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철저한 건강관리, 훈련 통해 입소문

관리동은 동물병원과 사무실, 격리실, 훈련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무원 수의사 3명, 공무원 훈련사 5명 총 8명이 근무하며 평균 60~70여 마리의 개들을 관리한다. 최근에는 입양을 많이 가면서 52마리의 유기견을 보호 중이다. 새로운 개가 들어오면 수의사들이 건강검진과 백신접종, 중성화수술 등을 하고 훈련사들이 훈련을 맡는 구조다.

시설과 개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특별한 홍보 없이도 도우미견나눔센터를 빠르게 알리는 원동력이 됐다. 이날도 때마침 입양희망자들이 찾아와 직원과 상담 중이었다. 개소 후 2013년 12마리에 불과했던 입양이 2017년 233마리, 2018년 292마리로 증가해 2019년 327마리까지 늘어났다. 한 번에 110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입양이 잘 되면서 올 한 해만 400여 마리가 입소했다가 입양을 갔다.

남 팀장은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도 많다. 사는 지역의 유기동물보호소가 봉사자를 받지 않거나, 개들의 관리가 잘 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는 분들도 있다"며 "'도우미견나눔센터'라는 이름 때문에 도우미견만 분양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90% 이상은 일반인에게 반려견으로 입양된다. 입소 후 3주 안에는 대부분 입양 가고, 새로운 유기견을 또 구조한다"고 설명했다.

입소할 개는 도내 시·군 위탁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 기간이 지나 안락사 대상이 된 유기견 중 품종 불문, 자질이 우수한 5세 이하의 소형견을 위주로 선발한다. 기본훈련을 마친 반려견은 장애인, 독거노인 등 일반인에 분양하고, 심화훈련을 마친 장애인보조견은 장애인에게 분양한다. 도우미견나눔센터는 장애인보조견 전문훈련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입양은 입양희망자가 센터 카페에 대상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직접 방문해 입양신청서를 작성하면 센터 직원 3인 이상이 검토한다. 입양 전 예비보호자에 대한 교육도 1회 실시한다. 입양 후 사후관리도 이뤄진다. 3회 이상 유선 또는 직접 방문하고, 건강·훈련·사양 관리에 대한 상담을 수시로 지원한다. 또 매년 1회 입양한 가족들과 만나는 '홈커밍데이'도 진행하고 있다.

관리동 안에 있는 동물병원. 입소 후 일주일 동안은 혹시 모를 전염성 질환에 대비해 격리실에 있는다. © 뉴스1

센터는 생명존중 교육은 물론 자원봉사자들도 꾸준하게 받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2019년에만 4891명이 재능기부, 체험활동 등의 형태로 이곳을 다녀갔다. 이날도 안산에서부터 봉사를 하러 온 이한홍씨가 보호소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었다.

이씨는 "반려견 3마리를 키우다가 지난 8월 마지막 남아있던 한 마리를 떠나보내고 펫로스증후군처럼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다시 반려견을 키우고 싶은데 헤어지는 게 힘들어 선뜻 결정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페로만 보다가 개들이 보고 싶어 와봤는데 너무 잘 돼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다른 도에서도 이런 시설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혹시 또 키우게 되면 이곳에서 입양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사육시설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실내 온도는 22℃로 맞춰져 따뜻했다. © 뉴스1

◇2020년…유기묘 입양시설, 가정폭력 여성 반려동물 임시보호제 추진

경기도는 최근 입양을 결정하기 전 최대 2주간의 사전 친화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임시보호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반려견을 키워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무턱대고 개를 사거나 키우는 것을 예방할 수 있어 유기동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남 팀장은 내년에는 시설을 확장해 유기묘 입양시설과 가정폭력 여성들의 반려동물을 임시보호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팀장은 "이미 필요한 예산도 확보돼 있어 내년 고양이 입양센터 시설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는 여성들이 반려동물도 폭력에 같이 노출되며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걱정 없이 이곳에 맡기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임시보호제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경기도를 구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가 내년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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