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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견도 천사견으로, 프리스비를 아시나요?"…활동량 많은 개에 '딱'
"지랄견도 천사견으로, 프리스비를 아시나요?"…활동량 많은 개에 '딱'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20.01.15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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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DN 챔피언십 대회 '슈퍼 오픈 프리스타일' 부문 1위 이버금씨
도그스포츠, 미국·유럽선 대중적…훈련사만? 천만에
이버금씨(27)와 반려견 '라이카'. © 뉴스1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프리스비는 애견훈련사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지난해 7월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제1회 'KDDN(한국디스크독내셔널스)' 챔피언십 대회에서 슈퍼 오픈 프리스타일 부문 1위를 차지한 이버금씨(27)의 말이다.

국내 최초로 열린 KDDN은 국제 메이저 디스크독 대회인 'USDDN(미국디스크독내셔널스)' 월드 파이널 한국 예선전으로 학생부 토스&패치(Toss&Fetch), 슈퍼 프로 토스&패치(Super Pro Toss&Fetch), 슈퍼 오픈 프리스타일(Super Open Freestyle) 3종목 나눠 진행됐다. 학생부 수상자들에게는 총 170만원의 장학금이, 일반부 수상자들에게는 USDDN 월드파이이널 출전권이 주어졌다.

지난 13일 경기도 분당 키움애견스쿨에서 만난 이씨는 일반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이날 인터뷰를 위해 반차를 썼다고 했다.

이버금씨(27)와 반려견 '라이카'가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 뉴스1

◇반려견 위해 시작한 '프리스비'…미국 유럽 등에선 대중적인 '도그스포츠'

그는 반려견 3마리를 키우고 있다. 대학생 때부터 키워온 웰시코기 '싼쵸'(7살)와 보더콜리 '라이카'(1살), 전 견주에게 파양돼 이씨가 입양한 마리노이즈 '스팍'(3살)이 그의 가족이다. 중·대형견 3마리를 혼자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싼쵸와 라이카, 스팍을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의 말을 귀신처럼 알아듣고 따랐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프리스비'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매우 대중적인 도그스포츠 중 하나다. 원반을 던지면 원반이 땅에 떨어지기 전 개가 점프해 원반을 물어오는 게임이다. 이씨가 수상한 프리스타일 부문은 120초 동안 음악에 맞춰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대회 출전 목적이 아니라면 특별한 기술 없이도 보호자와 반려견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장 쉬운 스포츠다.

이씨도 처음부터 대회에 나갈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우연히 학교 선배가 하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어 무작정 프리스비로 유명한 훈련사를 찾아가 시작했다. 그리고 반려견도 재능을 보이며 한 두 번씩 나가본 대회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새로운 목표를 세워나갔다.

그는 "반려견 3마리 모두 활동량이 워낙 많은 견종이다 보니 산책만으론 필요한 운동량을 충족시켜줄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프리스비는 한정된 공간에서도 가능하고, 반려견과 보호자와의 관계도 좋아질 수 있어 꾸준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리스비가 동물학대?…보호자와의 '신뢰', 반려견의 '컨디션' 중요


그가 프리스비 연습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혼자 하는 원반 던지기이다. 사람이 정확하게 잘 던져줘야 개들도 잘 물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이 아무렇게나 던지고 개들이 잘 물어오길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개들과 함께 하는 연습은 출근 전 5~10분, 퇴근 후 산책 겸 나갔을 때 잠깐씩 하는 정도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들의 컨디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씨와 같은 종목에 출전한 개들이 묘기에 가까운 동작을 하는 것을 보고 '동물학대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씨도 이런 시선을 잘 알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처음 개에게 원반을 물어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선 간식으로 보상을 해주고, 개가 스킨십을 불편해하지 않도록 평소에 유대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로에 대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대가 있을 수 없고, 학대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도그스포츠'…반려견 문제행동 개선에 도움

도그스포츠에는 프리스비 뿐만 아니라 도가(Dog Yoga), 어질리티, 도그 댄스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씨는 이런 도그스포츠가 국내에선 마치 애견훈련사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잘하면 '애견훈련사니까' '애견훈련사일 것이다'라는 프레임을 씌워 버린다는 것이다.

그는 "한때 훈련사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 회사를 다니며 그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열심히 함께 운동 하는 것"이라며 "농구나 축구를 꼭 운동선수만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반려견 키우는 사람이라면 반려견 뿐만 아니라 서로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았으면 좋겠다. 학대는 개를 실내에만 가둬두고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그스포츠를 시작한다면 처음에는 전문가에게 배우는 것을 추천했다. 그런 점에선 아직 쉽게 보거나 배울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하지만 배워두면 개의 문제 행동을 개선하고 예방하는 등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리스비 대회에 나가면 보더콜리가 90%인데 본래 양몰이를 하던 종이라 시각적인 것에 예민하고 쫓으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라며 "바꿔 말하면 이것을 충분히 해소해 주지 못하면 국내에서는 키우기 어려운 견종으로, 이를 모르는 보호자들이 개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하는 행동을 보고 소위 '지랄견'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량이 많은 개일수록 스포츠를 통해 해소해 줘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기다려'를 먼저 교육하고 운동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개들이 계속 흥분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의 새로운 목표는 올해 열리는 스카이하운즈 세계 대회에 나가 1등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수상하자'가 아닌 '잘해서 수상하면 좋겠다'가 근본이다.

"앞으로도 여러 대회에 출전하면서 반려견들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과 순간들을 즐길 생각이다. 해외에서는 12살 된 개가 보호자와 함께 출전해 월드 챔피언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잘 먹이고, 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반려견들과 좋은 추억도 쌓고, 이왕이면 좋은 성과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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