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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유래병 급증하는데…전담기관은 '감감 무소식'
야생동물 유래병 급증하는데…전담기관은 '감감 무소식'
  • (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승인 2020.02.07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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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질병관리원, 직제협의 불발로 출범연기
사스·메르스·에볼라 모두 '동물유래'…"인력확충 필요"
(자료사진) 2020.1.29/뉴스1

(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박쥐가 유력한 숙주로 지목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부터 사스·메르스·에볼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대규모 유행을 일으키는 야생동물 유래 질병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생동물이 전파하는 질병을 전담하는 국가기관 '국립 야생동물 질병 관리원'(질병관리원)이 준공 이후 1년이 넘게 방치되고 있어 의문을 자아낸다.

정부 부처 간에 이견이 있어 직제 협의가 안 됐다는 이유인데, 환경부는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전문 인력 확충을 관철해 내겠다는 방침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6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질병관리원 활성화를 강조했다.

조 장관은 "2018년 10월 준공된 야생동물 질병관리원이 행정안전부와 협의 때문에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를 포함해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대응을 위해서는 전문인력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원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야생동물 유래 질병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면서 설립됐다. 국비 200억원을 들여 광주에 준공했지만, 기관 규모와 위상에 관한 이견이 불거지면서 본격적인 운영이 미뤄졌다.

조 장관은 "환경부에서는 국장급, 고공단급이 돼야 한다고 보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는 이견이 많다"며 "이를 좁히지 못해 가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감시, 연구, 진단 등 많은 역할을 해야 하기에 국장급 이상 기관 인력에 해당하는 83명을 요구했으나, 행안부에서는 고공급 지원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서로의 간격이 크다"고 말했다.

괌의 '과일박쥐 수프' 재료. (자료사진) © AFP=뉴스1

애당초 작년으로 예정된 질병관리원 출범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신종 코로나를 동물 유래병 측면에서 연구하는 환경부 활동에도 제약이 생겼다.

현재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조사·관리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맡고 있는데, 전담 인력은 정규직 7명·비정규직 8명으로 모두 15명에 불과하다.

가축 관리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500여명 규모인 것과 대비된다.

게다가 작년 말부터 경기와 강원 북부를 휩쓸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사·관리가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인력의 대부분이 ASF 대응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원래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야생동물 질병 연구와 관련해 AI만을 주로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야생 멧돼지를 매개로 한 ASF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면서 인력 부족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행안부는 바로 이러한 점을 이유로 질병관리원 규모 확대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문제가 되는 구제역만 해도 농식품부에서 담당하니, 굳이 조직을 비대화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행히 올해에는 AI가 터지진 않았지만, 지금처럼 신종 코로나를 비롯해 야생동물 유래병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시점에선 적정 규모 인력이 확보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최근 30년간 발견된 새로운 인간 병원체 가운데 야생동물 유래가 75%에 달한다고 하니, 감시에서부터 진단·대응까지 업무량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원이 예정대로 작년 말에 개원했다면, 최초 3년 동안은 야생동물 질병 139종 중 주요한 11개 질병을 중점 감시할 계획이었다. 이 가운데에는 ASF는 물론 코로나바이러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현재 ASF 때문에 신종 코로나 대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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