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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도 마스크 없어 '발 동동'…"동물병원에 동물만 오는게 아닌데"
수의사도 마스크 없어 '발 동동'…"동물병원에 동물만 오는게 아닌데"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3.12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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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공적 마스크 우선 공급대상서 제외…방문객 감소 등 이중고
동물병원.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동물병원은 동물만 오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 병원보다 보호자들을 더 오래 대면하면서 진료 상담하는 곳이 동물병원입니다. 그런데 마스크 하나 구하기가 너무 힘드네요."

일선 동물병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진료 시 착용하는 덴탈마스크 등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동물병원의 경우 의료기관 공적마스크 우선 공급 대상이 아니다.

12일 수의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일선 동물병원들은 방문객 감소는 물론 외과용 마스크, 소독용 제품 가격이 폭등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약국 등에서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는 일조차 쉽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있는 한 대형동물병원 수의사 A씨는 "동물병원도 특성상 보호자 면담뿐 아니라 수술 등 진료를 위해 덴탈마스크의 착용이 요구된다"며 "그러나 코로나 사태에 따른 정부의 의료기관 공적마스크 우선 공급 정책 등으로 인해 동물병원들은 진료에 필요한 마스크뿐 아니라 일회용 수술복, 모자 등 구입이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동물병원은 평소 공급단가보다 몇 배 이상 높은 가격을 주고 마스크와 알코올 등 소독액을 공급받으며 버텼다고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마스크 제작업체가 공급이 어렵다고 통보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마스크로 며칠을 견뎌야하는 상황이다.

1인 동물병원과 같은 소규모 동물병원들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수의사 B씨는 "마스크 가격도 올랐지만 아예 구하기조차 힘들어서 1개로 며칠씩 쓰기도 한다"며 "일의 특성상 재택근무를 할 수도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동물병원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서울시수의사회에서는 계열사인 서울수의약품을 통해 공급되는 보건위생용품의 마진을 없애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기관에 의약외품 마스크(수술용·보건용) 공급을 위한 판매처로 대한의사협회에 이어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을 추가했다. 이에 대한수의사회에서도 식약처에 마스크, 손소독제를 동물병원에 공급하기 위한 판매처 신청을 해 둔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진료비나 수의사 전자처방전제 의무화를 진행할 때는 개인사업자인 동물병원을 공공기관처럼 규제하다가 정작 위기가 닥치니 뒷전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며 일반 병원에서 사용하는 마스크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동물병원들도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수의사나 보호자가 강아지, 고양이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마스크 착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홍콩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견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영 수의사는 "동물병원은 동물과 보호자가 방문해서 기본 20~30분 이상 있을 때가 많다"며 "좁은 진료실에서 말을 많이 하니까 마스크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병원도 생명을 치료하는 공간인데, 아직 우리 사회가 정말 위급할 때는 동물을 물건 취급하고 수의사는 물건을 고치는 정비공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사람 병원만큼은 아니어도 동물병원도 마스크를 일부라도 구입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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