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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 농장견·위탁견으로 애견미용시험 본다? "불법입니다"
돈 주고 농장견·위탁견으로 애견미용시험 본다? "불법입니다"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3.23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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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실견 대신 모형 사용…업계 자정 필요
미용 실습 때 많이 동원되는 품종 중 하나인 푸들 강아지.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수백마리의 강아지들이 한자리에서 미용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애견미용사 자격검정시험을 치르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강아지들 상당수가 돈 받고 빌려주는 농장 강아지 또는 위탁견입니다. 시험 보는 사람들이 직접 키우는 반려견들이 아닙니다"

최근 뉴스1에 접수된 제보 내용이다. 자신을 애견미용사라고 밝힌 A씨는 "주인이 없는 수많은 강아지들이 단순히 수험생들의 미용시험에 실견(실습견)으로 동원됐다가 어디론가 사라진다"며 "이제는 실견이 아닌 위그(강아지 모양 인형)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견미용시험을 보기 위해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농장견이나 위탁견을 데려다 실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2018년 3월부터 동물보호법(농림축산식품부 소관)상 영리 목적의 동물 대여가 금지되면서 이 같은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러나 제보자에 따르면 미용실습을 위한 동물대여 행위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생명을 빌려주는 사람도, 빌려가는 사람도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미용시험을 볼 때 실견이 아닌 모형으로 바꾸고, 내부 자정이 필요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한자리에 모이는 수백마리 강아지들, 스트레스 ↑

애견미용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험은 매년 수차례 진행된다. 반려동물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회 응시에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이 강아지들을 데리고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 강아지가 견주와 한자리에 모여 미용한다고 생각해 감탄한다. 견주가 강아지를 직접 미용하는 모습은 애견인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강아지들의 대다수는 미용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의 반려견이 아니다. 시험을 위해 농장에서 동원된 강아지들이다. 주인과의 애착 관계가 형성된 강아지들이 아닌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왔다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존재인 것이다.

이 때문에 실견들은 반려견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주인과 함께 가는 박람회도 많은 강아지들이 다녀온 뒤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프기도 한다"며 "미용시험에 동원되는 강아지들은 시험 때 배설을 할까봐 전날부터 밥도 못먹고 시험장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게다가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하기 위해 단체버스를 타고 몇 시간씩 이동하는데 얼마나 힘들겠나"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6개월마다 보호자 바뀌는 위탁견, 분리불안 보여

미용시험 때 동원되는 농장견들도 문제지만 또 다른 문제는 위탁견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위탁견 제도는 일부 미용학원에서 학원생들의 시험 통과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품종이 좋은 강아지를 학원장이 분양받아 학원생들이 6개월~1년간 집에서 키우면서 자격검정시험시 위탁견으로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위탁견은 농장견들과 달리 가정에서 관리를 받기 때문에 자격검정시험에 통과하거나 대회에서 수상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위탁 과정에서 강아지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많고, 6개월 또는 1년마다 보호자가 바뀌다보니 공격성, 분리불안 등 심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탈모 등 건강상 문제와 배변 문제 등도 생긴다.

일부 학원생들은 자신의 강아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리에 소홀하기 일쑤다. 강아지를 단순히 시험을 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다 보니 좋은 사료를 사서 먹인다거나 동물병원에 데려가 건강검진을 받는 등의 기본 관리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위탁견은 학원생의 관리 소홀로 차에 치어 죽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혜원 잘키움동물복지행동연구소 대표는 "기본적으로 한 무리를 형성하며 평생 함께 하는 개들의 습성상 가족이 계속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아 분리불안이 생길 수 있다"면서 "동물을 대여한다는 것 자체가 물건으로 보는 행위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공정성·동물복지 문제로 해외는 실견 대신 모형

일부 학원생들은 위탁견을 키웠다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입양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소유자가 따로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암컷 강아지의 경우 더 이상 모델견으로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 때 교배를 통해 새끼를 낳아야만 위탁이 종료되고 은퇴할 수 있다. 새끼들은 학원장의 소유가 돼 또 다시 위탁견이 되고 모델견으로 활동한다.

제보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위탁이 종료된 강아지들은 졸업생들이 분양을 받아간다"며 "하지만 누구도 원하지 않는 위탁견은 은퇴 후 어디로 가게 될지, 적절한 치료는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더 이상 위탁견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실견이 아닌 모형으로 미용시험을 보기도 한다. 국가공인 반려견스타일리스트 자격검정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애견협회는 강아지 모형으로 시험을 본다.

협회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표준화돼 있지 않은 서로 다른 체형과 성격을 가진 강아지들로 시험을 보면 공정성 문제가 발생하고 동물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이미 많은 나라에서 동물복지를 고려해 미용시험 때 모형을 사용하고 있다. 협회에서도 수년전부터 실견으로 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용학원에서 대여하는 위탁견은 학원생들에게 학원비를 받고 결국 영리가 목적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선이다.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대여했다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동물을 빌려준 사람과 빌려간 사람 모두를 처벌하고 형량 또한 현행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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