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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로미 안락사 권유했지만 차마…에디슨병도 극복 가능합니다"
"11살 로미 안락사 권유했지만 차마…에디슨병도 극복 가능합니다"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3.27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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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피플] 제갑섭 서울 강동구의회 부의장
제갑섭 강동구의회 부의장과 반려견 로미.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남들은 로미가 나이도 있으니까 안락사해서 보내주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11년 동안 함께 산 가족인데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동물병원을 몇 군데씩 찾아다니면서 로미의 에디슨병을 치료한 결과 지금은 전보다 훨씬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 11세인 몰티즈 종의 반려견 '로미'(로미오의 약자)를 키운다는 제갑섭 서울 강동구의회 부의장의 말이다. 제 부의장은 최근 뉴스1과 인터뷰에서 로미의 부신피질기능저하증(이하 에디슨병)을 극복한 얘기를 들려줬다.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다른 반려견들의 보호자들이 희망을 가지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 "뼈만 남아 벌벌 떠는 로미였지만 희망 안 버려"

반려동물 보호자들 사이에서 강아지 에디슨병은 한번쯤 들어보는 병명이다. 수의계에 따르면 내분비기관인 부신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이 결핍되면 생기는 질환이 에디슨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식욕 부진, 체중 감소, 소변량 증가,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인다.

에디슨병은 아직까지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질환이다. 평생 정기 검사와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발병 원인도 알려진 바가 없다. 이 때문에 증상만 보고 에디슨병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로미도 지난해 그랬다. 기운은 없고 몸무게도 점점 줄어들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떻게 아픈지 알 수가 없었다. 동물병원도 몇 군데 가봤지만 병명을 몰랐다. 노견이고 아프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사람들 얘기만 귓가를 맴돌았다.

제 부의장은 "로미가 작년에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밥도 못 먹고 몸무게가 4.5㎏에서 2㎏ 빠져서 뼈만 앙상하게 남아 벌벌 떨기도 했다"며 "가는 동물병원마다 피검사는 기본이었다. 심장, 신장 검사 등도 다 했는데 원인을 찾지 못해 답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우연히 길을 가다 마리스동물의료센터라는 큰 병원이 있어서 마지막 희망을 걸고 로미를 데려갔다"며 "내과 수의사가 보더니 에디슨병이 의심된다고 해서 검사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했다. 지금은 살도 다시 오르고 더 건강해졌다. 무엇보다 살리고 싶었던 내 마음을 로미가 읽었는지 요즘 애교도 넘치고 항상 옆에 와서 잔다"고 흐뭇해했다.

로미의 병은 완치는 아니어서 지금도 매일 약을 먹인다. 체내 나트륨 성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물에 소금을 타서 먹게 한다. "로미가 건강하게만 지내준다면 매일 약 먹이는 거 하나 못하겠나. 10년 이상을 내가 퇴근하고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가장 먼저 꼬리 치며 반겨줬다. 그런데 이 모습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슬플지…. 로미가 건강하게 있어 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하는 제 부의장의 표정은 누가 뭐래도 자식을 생각하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제갑섭 강동구의회 부의장이 지난 23일 강아지 모형 탈취제를 만지고 있다. 제 부의장은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모형을 만지면서 기분을 가라앉힌다고 말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동물의료보험 필요…의료비협동조합 등 검토"

로미의 건강 상태가 좋아진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제갑섭 부의장은 동물병원을 다니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동물병원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병원비도 문제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매번 검사를 받아야 하는 동물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나"라며 사람과 같은 의료보험, 병원간 검사 결과 공유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물의료보험 발전을 위해 동물등록을 당부했다. 제 부의장은 "아직 동물등록을 안 했다면 반드시 해야 개체수 파악도 되고 잃어버려도 금방 찾을 수 있다. 로미는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동물등록도 했고 산책할 때는 이름표도 꼭 착용한다"며 "반려동물 숫자 파악이 제대로 되고 정부에서 동물의료보험을 시행하면 병원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구의회 차원에서도 반려동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제 부의장이 직접 동물병원을 다니면서 느낀 점들을 반영해 반려동물 의료비협동조합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질병 문제와 행동 문제 등으로 버려진 동물들이 안락사를 당하지 않도록 유기동물 입양사업 확대 지원을 위해서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고 쥐가 많은 시절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있어서 고양이도 좋아한다. 공항에서 활약하는 마약탐지견을 보면 기특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고, 지나가는 동네 개들만 봐도 사랑스러운 눈빛을 감출 수가 없다고. 키우던 작은 개와 은퇴한 투견을 잡아먹는 친구들을 보고 화가 나 그 뒤로 관계가 소원해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제 부의장은 "한번은 동네 주민이 키우는 개가 예뻐서 안 무냐고 물어보고 만졌다가 물려서 다쳤다. 주민분이 놀라서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다른 손을 내밀면서 '멀쩡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나중에 그 주민분이 사실을 알고 찾아와 미안해했고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며 "요즘은 펫티켓(펫+에티켓) 교육을 받아서 웬만하면 남의 개들을 함부로 만지지 않는다"고 껄껄 웃었다.

제갑섭 강동구의회 부의장이 지난 23일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제 부의장처럼 강아지, 고양이를 가족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이 이해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람 용어를 동물에게 쓰는 것이다. 동물들을 보고 아이·개린이·묘르신이라 부르고 키우는 사람들을 아빠·엄마·집사라고 표현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1월 반려동물 공약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키우던 14세 노견을 떠나보낸 일을 언급하던 중 "작고하셨다"는 표현을 썼다가 비반려인들에게 공격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 제 부의장은 일명 '개 아빠'이자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구의원'으로서, 앞으로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 갈등을 줄여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또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려견놀이터(애견놀이터) 설치를 추진하다가 주민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추진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반대하는 분들에게 놀이터가 필요한 이유와 동물을 키우면 삶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보여주면서 꾸준히 설득할 것입니다. 동물을 키우는 분들에게도 너무 서두르지 말고 바꿔가자고 얘기하고요. 동물을 키울 때는 교육을 받고 이웃 배려도 하도록 저부터 솔선수범하면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평생 책임질 우리 로미와 함께 말이죠.(웃음)"

제갑섭 강동구의회 부의장과 반려견 로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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