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5:53 (토)
"집에도 못가고 돼지열병 방역"…숨진 수의사에 애도 이어져
"집에도 못가고 돼지열병 방역"…숨진 수의사에 애도 이어져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4.0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악한 수의직 공무원 처우 개선 요구도
2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파주시 파평면 돼지농장에서 10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이나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2019.10.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업무를 맡은 수의직 공무원이 과로로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1일 수의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파주시 소속 기간제 수의사인 정승재 주무관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10일만에 숨졌다. 향년 52세.

가축방역 전문가인 정 주무관은 20여년간 동물병원을 운영하다 2년전 파주시에서 7급 기간제 수의사로 근무해왔다.

지난해 9월부터는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자 매몰지 관리와 야생 멧돼지 차단 등 방역 업무에 투입됐다. 특히 집에도 거의 가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업무에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고등학생 아들 2명이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에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31일 블로그를 통해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로 우리나라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아내고 있는 바탕엔 고인과 같은 수많은 공직자들의 헌신이 존재한다는 사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노력과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에 잠겨 계실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적었다.

지난달 30일 최종환 파주시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 방역에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혼신을 쏟아부은 파주시청 한 젊은 공무원이 과로로 쓰러져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고인은 남다른 책임감으로 매일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방역 최일선에서 투혼을 불살랐다"면서 "과중한 업무로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게 된 것을 매우 비통하게 생각한다"고 유가족을 애도했다.

파주시에서 근무하다 숨진 정승재 수의사. 빈소는 일산백병원 장례식장 5호실이며 발인은 1일 오전 9시30분.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장)이다. © 뉴스1

한편 정승재 주무관이 과로로 숨진 것과 관련해 가축방역관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한수의사회에서도 조류독감(AI),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대응 체계와 관련해 시·군 가축방역관을 확보해 줄 것을 정부와 지자체에 건의한 상태다.

수의계 관계자는 "가축전염병 현장에 투입된 수의사들은 질병 등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하지만 의무직 공무원과 같은 유사 직렬에 비해 임용시 직급 수준이 낮고 처우도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행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인사혁신처 등에 개선대책을 건의했지만 아무 후속조치가 없다"며 "수의직 6급(또는 5급) 임용 등 처우 개선은 물론 국민 건강을 고려해서라도 이제는 열악한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해피펫'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동물 건강, 교육 등 더 많은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