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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도 권리vs도시락 싸라"…채식 급식 공약 놓고 갑론을박
"채식도 권리vs도시락 싸라"…채식 급식 공약 놓고 갑론을박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4.0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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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녹색당, 4·15 총선 공약에 채식 공공급식 포함
도축 당하는 소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채식도 권리다. 동물들을 잔인하게 희생시키지 않는 채식선택권 보장하라."

"무상급식 받지 말고 집에서 도시락 싸오면 된다. 영양사는 무슨 잘못이냐."

일부 정당에서 4·15 총선 공약으로 내건 '채식 공공급식'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채식주의자들은 급식에도 채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채식주의자들은 개인의 선택은 존중할 테니 남들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맞서고 있다. 정당 공약 뿐 아니라 헌법소원까지 제기되면서 채식 급식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의당과 녹색당 등은 이번 4·15 총선 공약으로 채식급식을 내놨다. 이들 정당은 동물복지와 환경보호를 위해 채식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농림축산식품부 주요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1인당 육류소비량(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은 지난 2013년 기준 42.7㎏이다. 또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축산업이 전세계 온실가스의 18%를 차지한다며 육류 소비를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는 만큼 육식을 줄이자는 주장이다.

정의당의 경우 동물복지 공약 중 하나가 '동물복지주간 운영 및 육류 소비 감축'이다. 1년에 1주는 동물복지주간으로 지정하고 이 기간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해 지역 내 요식업계와 연계해서 채식 메뉴 판매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역 내 공공기관은 '동물복지주간' 외에도 한 달에 2번 이상 고기 없는 채식 식단을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학교 급식에서도 채식 식단을 확대하고 우유와 두유 선택권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뿐 아니라 육식을 줄일 필요성을 알려 민간부문에서도 함께 실천할 수 있도록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공공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의무화하고 식료품에 비건 표시제도 도입, 일상생활에서 비거니즘(완전 채식주의) 실천을 위한 환경 조성 방안 마련, 동물을 산 채로 조리하는 행위 규제 등을 동물권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동물을 산 채로 조리하는 행위 규제와 관련해서는 "낙지, 오징어, 문어 등의 두족류나 새우, 게, 랍스터와 같은 십각류들도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은 이미 학계의 정설이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며 "스위스, 영국 등 여러 동물복지에 선도적인 국가에서는 산 채로 동물을 전시, 이송, 조리하는 것들에 대한 개선방안이 공론화되고 구체적인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지난 6일 초·중·고등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을 청구인으로 하는 '공공급식 채식선택권'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학교급식법상 식단작성시 고려해야 할 사항에 채식을 하는 학생을 위한 내용이 없어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도 정부는 채식급식을 장려하고 채식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일부에서는 "고기 먹는 것이 싫으면 도시락을 싸서 다니면 되지, 한창 육류 단백질을 섭취하며 성장해야 할 아이들과 음식을 만들어주는 조리사, 영양사들은 무슨 죄냐"면서 "동물만 생각하고 사람은 배려하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은 이기적"이라고 비판한다.

환경 보호를 위해 채식을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아보카도 재배를 예로 들며 반박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보카도는 열매 하나를 재배하는데 320리터의 물이 소요되고 칠레의 강줄기가 말라간다는 보고도 있어 환경 파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멕시코에서는 마약 조직에 의해 농부들이 노동 착취를 당했다는 얘기도 있다.

일각에서는 채식을 당장 법으로 강제하려는 시도보다 캠페인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를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천어 등 동물을 오락물로 여기는 축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천명선 서울대 교수는 "동물복지와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생명 존중 교육 등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면 육식 문화도 조금씩 바뀌고 동물복지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산낙지를 먹는 모습. 자료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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