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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CF 촬영장 훌륭한 '조연' 모델견 하루 따라가 보니…
[르포]CF 촬영장 훌륭한 '조연' 모델견 하루 따라가 보니…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4.13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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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닮은 뿌숑이, 대기시간 길지만 실제 촬영시간 짧아
광고 촬영에 참여한 비숑프리제 강아지들. 왼쪽이 여름이, 오른쪽이 뿌숑. © 뉴스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어머~ 이 강아지가 뿌숑 맞죠? 인스타그램에서 봤어요."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귀여운데 사진 찍어도 될까요?"

최근 서울 모처의 광고 촬영장에서는 강아지 2마리가 인기를 끌었다. 솜사탕같이 하얗고 동그란 머리에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기꺼이 턱을 내주는 친화력. 비숑 프리제 종의 모델견들이다.



13일 광고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아 각종 광고에 동물들이 점점 더 많이 등장하는 추세다.

이날 광고에 참여한 모델견들은 뿌숑(5세·수컷)과 여름이(9개월·암컷). 뿌숑이는 모델견으로 활동한 지 2년이 됐지만 여름이는 데뷔 무대였다. 뿌숑 보호자 이지영씨와 여름이의 보호자 윤지영씨는 동물촬영 전문업체인 '애니뷰'의 모집공고를 보고 합류하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뿌숑이 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보고 귀엽다고 모델견 해보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뿌숑이랑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촬영장을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니 즐겁다"고 광고 촬영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비숑 프리제 강아지 '뿌숑'이를 본 사람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광고 촬영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발열 체크, 손 소독을 하고 진행됐다. 모델을 제외한 스태프들의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었다. 견주들의 발열 체크가 끝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뿌숑이, 여름이도 체크해 보자"며 발열체크기를 대보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사람은 "나도 강아지를 키우는데 체온을 가장 정확하게 잴 수 있는 부위는 항문이다. 요즘은 비접촉식 체온계도 있어서 귀 쪽에 갖다 대도 된다. 강아지 평균 체온은 38.5도로 사람보다 1~2도가 높다"며 깨알 양육 상식을 공유해 즉석해서 작은 펫카페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광고 촬영하는 비숑 프리제 강아지. 왼쪽 여름이, 오른쪽 뿌숑. © 뉴스1 최서윤 기자

유모차를 타고 있는 뿌숑과 여름이는 마치 커다란 솜사탕 2개를 보는듯 했다. 비숑 프리제의 동그란 머리는 일명 '하이바'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 하이바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스타일은 아니다. 곱슬곱슬한 털의 특성을 이용해 빗질을 해줘야 한다. 잔디밭을 한바퀴 돌고 온 뿌숑의 털 사이에 풀들이 박혀서 견주가 수시로 빗질을 하며 털어주기도 했다.

이씨는 "비숑이 다른 견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털이 덜 빠지기는 하지만 잘 엉킨다. 하이바 스타일을 만들려면 드라이를 1시간 이상하고 빗질도 30분 이상 한다. 거저 나오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귀띔했다.

촬영장에서 대기하는 동안 스태프는 물론 공원을 우연히 방문한 사람들까지 비숑과 여름이의 귀여운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강아지들을 보고 "이름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서 견주들은 강아지 이름을 수십 번씩 반복해서 알려줘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귀찮아하기는커녕 귀여운 자녀를 자랑하는 엄마들처럼 이름을 알려주면서 뿌듯해했다.

펫티켓(펫+에티켓) 교육이 활발해진 덕분일까? 사람들은 강아지 사진도 바로 찍지 않고 "찍어도 되냐"고 먼저 물었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던 사람들은 다른 강아지들의 광고 촬영 모습이 신기한듯 발길을 멈추고 잠시 구경하기도 했다.

광고 촬영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비숑 프리제 강아지 '뿌숑' © 뉴스1 최서윤 기자

강아지들의 광고촬영은 오전 9시부터 점심을 먹고 오후 6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됐다. 대기하는 시간이 길었을 뿐 실제 광고에 투입된 시간은 길진 않았다. 견주들은 촬영하는 동안 카메라 뒤쪽에 대기하며 "뿌숑아~ 여름아~" 하고 이름을 불렀다. 강아지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견주들도 광고 촬영에 간접 참여한 셈이다. 이들은 혹시라도 강아지들이 중간에 지칠까봐 유모차에서 쉬게 하고 간식도 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뿌숑과 여름이는 그렇게 촬영장에서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해 냈다.

일각에서는 모델견이 촬영을 하다 보면 힘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어디까지나 사람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강아지들은 견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행복해 하고, 견주는 반려견과 추억을 쌓고 좋은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광고 촬영 현장에는 애견인들이 많아서 동물들의 체력 상태를 우선 고려해 주는 분위기다.

스타견을 섭외하는 김경열 하남애견훈련소장은 "광고나 영화 촬영을 하는 강아지들은 견주와 함께 산책한다고 보면 된다. 어렸을 때 사람을 많이 보고 다른 강아지들도 많이 만난 반려견들이 사회성도 좋은 편"이라며 "앞으로도 광고와 영화를 통해 동물과 함께하면 삶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고 촬영하는 비숑 프리제 종의 강아지들과 견주들. 왼쪽 여름이, 오른쪽 뿌숑. © 뉴스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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