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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늘어나는 동물실험…"피할 수 없다면 인도적으로"
매년 늘어나는 동물실험…"피할 수 없다면 인도적으로"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4.2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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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구조네트워크 "동물실험 윤리적이고 투명해야"
대학병원에서 고통을 수반한 실험에 이용되고 고통사 당한 고양이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지난 2015년~2018년 '인공와우이식기를 통한 대뇌청각피질 자극모델 연구'라는 주제로 동물 실험을 한 서울대학교병원 A교수. A교수는 실험 과정에서 건강한 고양이 6마리에게 특정 약물을 투여해 청력을 떨어뜨렸다. 고양이들은 헤르페스(허피스), 구내염 등 질환을 앓았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 모습을 보다 못한 한 연구원이 고양이들을 입양하려 했지만 거부당했다. 고양이들은 마지막까지 마취제 없이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가 '세계 실험동물의 날'을 앞둔 지난 23일 폭로한 내용이다. 이같이 동물들의 고통을 수반하거나 비윤리적으로 진행되는 동물실험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물실험이 불가피한 만큼 되도록 고통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공개한 '2018년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사용 실태 보고'에 따르면 국내 실험동물의 숫자는 372만7163마리다. 2013년 197만마리에서 2014년 241만마리, 2015년 251만마리, 2016년 288만마리, 2017년 308만마리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는 바이오, 의학 분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동물실험도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험대상의 90% 이상은 쥐 등의 설치류다. 어류와 닭은 물론 토끼, 돼지, 원숭이, 개도 적지 않다. 이번 비글구조네트워크의 폭로처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양이도 있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동물실험의 상당수가 고통을 수반한다며 반대한다. 동물실험은 고통의 정도에 따라 A~E등급인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은 마취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고통스러운 E등급 동물실험이라는 것이 동물단체의 주장이다.

'비건을 지향하는 모든 사람들'은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에 불과하고 동물실험의 결과가 인간 임상실험에 나타날 확률은 약 5~10%에 그친다"며 "동물실험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비과학적으로 오히려 의학과 과학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등급의 실험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의학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등 전염병의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동물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윤리적으로 실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박재학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당장 코로나19 치료제 실험을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니 동물로 해야 한다. 실험을 하면서 어떻게 죽는지, 항체는 어떻게 생기는지 등의 과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동물들이니까 인도적으로 다루는 것이 맞다. 의학계에서도 계속 대체시험법을 개발하고 윤리적 실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에는 실험이 종료된 뒤 입양을 추진하는 곳도 생겨났다.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A연구기관은 비글견으로 실험 한 뒤 안락사 등을 시행하지 않고 단체 측에 기증하고 의료비용도 일부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대표는 "동물실험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동물 공급 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실험이라면 동물에게 심한 고통을 주지 않고 윤리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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