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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Q&A]文대통령도 봤다는 전설의 한라산 백록 정말 있을까?
[제주Q&A]文대통령도 봤다는 전설의 한라산 백록 정말 있을까?
  •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승인 2020.04.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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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사슴 잡아 진상' 조선시대 기록있어…토종사슴 멸종
대통령 야인시절인 2013년 백록 목격…"노루로 추정"
[편집자주]세계의 보물섬, 국제자유도시, 세계자연유산…당신은 제주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제주는 전국민의 이상향이지만 때로는 낯설게 다가온다. 제주는 지리적 특성상 타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풍습과 문화, 제도, 자연환경 등을 지녔다. 뉴스1제주본부는 제주와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제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 독자라면 제보도 받는다.

한라산국립공원 청원경찰 김동현씨가 2013년 5월 한라산 남벽 인근에서 촬영한 '백록'. 이 백록은 사슴이 아니라 노루로 추정된다. 털이 하얀 이유는 털갈이 중 착시현상 등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김동현 씨 제공) /© 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흰 사슴이 물을 마시는 연못'이라는 의미의 남한 최고봉 제주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백록담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설화들이 전해져내려온다. 모두 백록(白鹿)의 신비함과 상서로움 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말 한라산에는 백록, 즉 하얀 사슴이 살았을까? 아니면 백두산 천지에 산다는 괴물처럼 사람들의 상상이 만들어낸 생물일까?

현재 제주에 토종 사슴은 사라진 지 오래고 한라산을 대표하는 동물은 사슴과에 속하는 '노루'다. 그러나 사슴이 옛날 옛적 제주에 살았었다는 기록은 남아 있다.

제주세계유산본부가 지난해 발간한 '제주노루 행동생태관리'에 따르면 1276~1899년까지 공납했던 기록을 통해 과거 제주에도 사슴이 살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제주 토종사슴은 일제시대인 1915~1916년 제주에 거주했던 일본인들의 포획을 마지막으로 멸종됐다. 다만 농가에서 사육하던 외래종 사슴들이 탈출해 한라산에 서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있다.

그렇다면 하얀 사슴은 어떨까?

제주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눈이 쌓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2020.1.15 /뉴스1 © News1

조선시대 1593년부터 1599년까지 제주에서 6년간 재임한 이경록 목사가 한라산에서 흰사슴을 잡아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기록 등을 고려하면 단지 전설로만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

1990년대초에는 한 민간인이 3년생 수컷 백록 1마리와 암컷 꽃사슴 1마리를 한라산에 방사해 백록담 전설을 현실화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한라산에서 백록을 봤다는 가장 최근 기록은 2013년이다. 놀랍게도 그 목격자는 다음달 취임 3주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낙선하고 다음해인 2013년 5월 김정숙 여사 등과 한라산을 등반하면서 백록을 봤다는 목격담이다. 이 일화는 4년 뒤인 2017년 5월10일 지역일간지 '한라일보'가 보도하기도 했다.

대통령 후보였던 인물이, 그것도 백록을 보고 몇년 뒤 대통령에 재도전해 당선까지 됐으니 그 목격담이 더욱 흥미롭게 들린다.

당시 문 대통령 일행과 한라산을 함께 등반한 강문규 전 한라생태문화연구소장은 '뉴스1제주본부'와의 통화에서 백록 목격담을 전했다.

강 전 소장은 "정상에 오르고 내려오는 길에 근처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누군가 '저기 백록이 있다'고 소리쳤다. 처음에는 잘못 봤겠지하고 생각했는데 정말 내 눈앞에 백록이 있었다. 백록 1마리와 일반 노루 1마리가 데이트를 즐기듯 걷고 있었다"고 전했다.

수십년간 언론인 생활을 하며 100여회 이상의 한라산 관련 취재를 했던 강 전 소장조차 백록 목격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회상했다.

강 전 소장은 "백록에 관심이 많아 수십년을 한라산에 오르면서 목격담을 수집했지만 나는 물론이고 한라산 백록을 봤다는 산악인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 일행이 목격한 백록은 사슴이 아니라 노루라고 추정했다. 노루가 털갈이를 하는 시기여서 빛을 받아 하얗게 보였거나 알비노(백색증)를 앓고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 전 소장은 여러 정황상 목격한 백록이 사슴이 아니라 노루였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털갈이 중이였다는 추측에는 의문을 표했다. 단순한 털갈이였다면 백록 목격담이 이전부터 꾸준히 더 있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강 전 소장은 백록 사진 촬영에 실패했지만 이 목격담을 전해들은 한라산국립공원 청원경찰 김동현씨가 약 열흘 뒤 야생의 백록을 사진에 담는데 성공했다.

김씨는 "백록을 촬영한 곳은 통제돼 일반인이 등반할 수 없는 한라산 남벽쪽이었다"며 "정상에서 아래로 100m 정도 되는 곳이었는데 처음에는 하얀색 개 인줄 알고 몰래 따라가 봤더니 노루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이후로 같은 백록이나 털갈이하면서 하얗게 변한 노루는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한라산 정상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백록을 봤다는 증언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지금도 그 백록이 생존해 있는지, 사슴인지 노루인지, 30여년 전 방사한 사슴의 후손인지 아니면 평범한 털갈이가 빚어낸 해프닝인지 등도 명확치 않다.

오히려 더이상 목격담이 없어 그 존재의 신비로움을 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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