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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처방 약품 확대 놓고 약사 vs 수의사 '전면전'…5대 쟁점은?②
수의사 처방 약품 확대 놓고 약사 vs 수의사 '전면전'…5대 쟁점은?②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5.0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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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우리가 동물 전문" vs 약사 "인체약 왜 쓰나"
약사·수의사 싸움에 소비자·동물들 피해볼까 우려도
[편집자주]농림축산식품부가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약품'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의사회와 약사회가 격돌하고 있다. 수의사회는 '반려동물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조치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약사회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약되고 비용 부담으로 인해 예방접종을 기피하는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고 있어 반려동물 문제는 이제 곧 '우리'의 문제가 되고 있다. 반려인들이 알아야할 쟁점들을 들여다봤다.

동물병원에서 진료 받는 강아지.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 이어 계속

수의사 처방 약품 확대 놓고 약사 vs 수의사 '전면전'…5대 쟁점은?①

"수의사들은 4~6년 동안 동물만 배웠다. 약사들은 동물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

"의사들도 함부로 안 쓰는 인체약을 왜 동물만 공부한 수의사들이 맘대로 갖다 쓰나?"

수의사들은 자신들이 동물 전문가이기 때문에 동물에게 투여하는 약의 용량과 부작용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약사들은 상당수 인체용 의약품이 동물실험을 거쳤고 복약 지도 전문가는 자신들이라며 동물도 의약분업을 해야 한다고 맞선다.

◇ "동물병원 폭리" vs "진료비 미포함…소매가로 약 구입"

5일 업계에 따르면 동물병원에서 동물을 진료할 때 70% 가량은 동물용의약품이 아닌 인체용의약품을 사용한다. 전문의약품의 경우 보호자가 약국을 통해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 약사회의 지적이다.

일부 동물병원은 3000원짜리 세레스톤 30g을 가져다 3g만 덜어서 통에 담아주고 3만원에 팔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약사회에서는 이번 행정예고의 문제점으로 이미 의약품 폭리를 취하고 있는 동물병원에 더 큰 폭리를 안긴다고 보고 있다.

약사회는 "동물병원에서는 보호자에게 어떤 약이 처방됐는지 알 수 없게 안약, 연고 등 약품의 라벨을 제거하고 주거나 소분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용의약품은 동물병원, 동물도매상, 동물약국 등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동물병원이 독점하기 위해 제약회사를 압박해 가격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조에티스, 벨벳 등 제약사에 동물병원 뿐 아니라 동물약국에도 심장사상충 약인 레볼루션과 애드보킷을 판매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벨벳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공정위 명령을 따른 조에티스는 수의사들의 괘씸죄(?)에 걸려 혹독한 대가를 치른 전례가 있다.

반면 수의사회는 약값이 폭리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인체용의약품도매상이 아닌 약국에서 소매가로 구입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박카스나 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막기 위해 제약회사를 압박하며 폭리를 취한 약국이 할 소리는 아니라고 주장도 내세운다. 수의사의 인체용의약품 사용에 대해서는 선진국의 동물병원에서도 off-label use(미국식품의약국에서 인가되지 않은 약품의 사용)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문제되지 않는다고 맞선다.

또 의약품 폭리는 일부 동물병원의 문제라고 항변한다. 전체가 다 약값이 아니라 진료비 등이 포함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30분 이상 보호자들을 상대하면서 진료비를 안 받는 병원도 많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동물병원이 포화 상태라 진료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적자만 내다 폐업하는 곳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동물병원 숫자는 4526개. 이 중 반려동물은 3280개, 산업동물은 890개, 혼합형은 356개로 반려동물이 대다수다. 반려동물을 치료하는 동물병원의 상당수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매년 개업하는 500여개 동물병원의 절반가량은 폐업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말 폭리를 취한다면 동물병원이 다 잘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나온다.

◇ "약사는 동물 몰라" vs "의약분업·처방전 의무화해야"

수의사 측은 동물용의약품의 약국 판매를 저지하려는 이유로 "약사는 동물을 배우지 않았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동물병원에서 주사를 놓다가 특이 체질 등으로 예상 못한 문제가 생기면 바로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자가 진료는 바로 진료를 할 수 없어 자칫 동물들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와 관련해 약사회 측은 "제품의 상당수는 동물실험을 거친 것으로 약은 약사가 전문가"라며 "수의사는 왜 의사도 함부로 쓰지 않는 인체용의약품을 남용하나"라고 꼬집는다. 또 "약 처방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의약분업을 진행 중인 사람 의료와 달리 동물 쪽은 수의사가 독단적으로 하면서 오히려 동물 건강을 해치고 있다"며 "처방전 의무화가 실시됐지만 실제 처방전을 발행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Δ반려동물 의약분업 실시 Δ동물병원 인체용의약품 사용 제한 Δ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모든 의약품은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에 입력 및 처방전 의무화 Δ모든 의약품 및 의료기기 관리부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일원화 Δ동물의료사고시 형법상 과실치사와 같이 사람과 동일한 기준의 법적 책임 필요 Δ동물병원 내 투약시 동물보호자 이름 및 주민등록번호 입력 등을 제안한 상태다.

이에 수의사 측은 "전세계적으로 동물약품은 의약분업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의료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완전의약분업을 하고 있는 나라는 공적의료보험과 같은 재정과 법률시스템 아래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의약분업도 사람은 의사와 약사, 한의사와 한약사 같이 전문가가 따로 있지만, 동물은 수의사만 있고 동물약사가 없으니 사람 약사는 전문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모든 의약품을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에 입력하는 경우 행정비용이 발생하고 병원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특히 수의사 1명이 진료하는 동네병원은 이른바 '단골' 보호자들에게 갑자기 주민등록번호와 진료비, 처방전 비용(5000원 이하) 등을 요구하는 것이 불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진료비사전고지제도 진료항목이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를 하다가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수의사회는 "약사가 수의사 처방전 의무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동물약 판매를 허용한 약사법상 예외조항 수정이 먼저"라고 맞선다.

이같이 수의사와 약사의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동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한국소비자연맹이 반려동물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병원비가 가장 큰 부담(84.8%)이라는 대답이 많았던 것만 보더라도, 병원비가 계속 논란이 되면 결국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약사는 예방주사가 안전하다고만 하지 말고 자가 진료 위험성도 알려주고, 수의사는 약 판매보다 진료에 집중하는 등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해 동물병원에 대한 불신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천명선 서울대 교수는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한 것이 2000년 이후인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과도기라고 얘기한다. 수의료 쪽에서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계속 개선점을 찾고 있으니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호자들도 동물마다 건강 상태가 다른데 물건 값 묻듯이 '슬개골 얼마냐' 하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줘야 한다. 수의사와 약사가 계속 대립하면 결국 피해는 동물이 보게 되니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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