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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혜민동물병원, 어쩌다 강제집행까지…'엇갈린 시선'
잘나가던 혜민동물병원, 어쩌다 강제집행까지…'엇갈린 시선'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5.15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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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1년 이상 밀려" vs "두달 밀렸고 합의 중"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혜민동물병원. 14일 강제집행을 당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혜민동물병원이 지난 14일 법원으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병원은 반려동물 한방 침치료와 난치병치료전문으로 유명한 곳이다. 2년 전 사람 병원에서도 보기 힘든 3T MRI(자기공명 영상장치)를 아시아 최초로 도입하는 등 최고의 의료시설을 자랑했다. 특히 슬개골 탈구 등의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환불을 약속하는 등 기존 동물병원들과 차별화로 입소문을 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잘 나가던 혜민동물병원은 어쩌다 강제집행을 당하는 처지가 됐을까?

◇ "1년 이상 임대료 밀려" vs "2개월밖에 안 밀려"

건물주 등에 따르면 이 병원의 임대료, 관리비는 1년 전부터 연체됐다. 이 때문에 보증금도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혜민동물병원은 지난 2018년 6월 광진구에서 강남역 인근인 이곳으로 이전을 했다. 이전 후 6개월 만인 같은해 12월 건물주는 동물병원을 상대로 '제소전화해'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나 이때부터 임대료가 밀렸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제소전화해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 지방법원 단독 판사 앞에서 화해하도록 하는 절차다. 업계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의 경우 제소전화해 신청을 할 때 '3개월 이상 임대료를 밀리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는 조항 등을 삽입한다. 이 병원과 건물주도 2019년 4월 이 같은 조항을 삽입한 제소전화해에 합의했으며 2020년 4월 27일 퇴거도 약속했다는 것이 건물주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병원 측은 건물주가 무리하게 보증금 인상을 요구했고 계속 합의를 진행 중이었다고 반박했다. 보증금도 다시 채워 넣었고 임대료도 3개월이 아닌 2개월 밀린 상황이었는데 건물주가 예고도 없이 시설물을 철거하는 강제집행을 했다고 하소연했다.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병원 측에서 지난 13일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내면서 일부 보호자들이 탄원서까지 제출했지만 다음날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황준오 혜민동물병원 원장은 "동물병원은 특성상 이전을 하려면 폐업 신고를 한 다음에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폐업 신고를 하면 10억원의 부채를 바로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힘들기도 했고 건물주에게 며칠만이라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사정했는데 강제집행이 됐다"고 말했다.

◇ 수의계 "터질 게 터져"…반려동물 보호자도 평가 엇갈려

수의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무리하게 병원을 확장하다가 이 사태가 벌어졌다는 평가다. 병원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직원 임금도 체불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 불만족시 환불제도가 경영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증 질환의 100% 완치를 장담하고 슬개골 탈구를 침을 놓아 고친다는 것에 대해 수의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며칠 전부터 병원 입구에 강제집행 경고문이 붙은 상황에서 입원한 동물들의 보호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제집행 당시 17마리 강아지들이 입원 상태였고 이 가운데 10마리가 주인이 있었다. 강아지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일부 이송된 강아지들의 보호자들에게 확인 결과 병원으로부터 강제집행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황 원장은 "병원이 어려워서 직원들 월급이 밀린 적도 있지만 계속 벌면서 갚고 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이미 경매에 넘어간 상황"이라며 "치료비 환불제는 그만큼 수술 등에 자신 있기 때문에 내걸었던 거다. 그런데 일부 보호자들은 치료 다 받고 개선된 것이 없다며 환불을 요청하기도 해 난감했다"고 말했다.

혜민동물병원에 대해서는 보호자들의 평가가 엇갈린다.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이라는 점에서 '다른 병원에서 못 고치기 때문에 이곳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반응과 '못 고치는 것을 알면서 희망고문 한다'는 반응이 맞선다. 몇백만원하는 병원비의 선불 결제를 유도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강제집행 소식을 뒤늦게 듣고 강아지를 데리러온 한 보호자는 "하반신 마비가 온 강아지를 10개월 동안 입원시켰는데 별 차도는 없었다. 병원비만 수천만원 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강제집행 현장에서 병원을 옹호한 또 다른 보호자는 "강아지 항문이 탈장됐는데 다른 병원에서는 고치지 못하고 혜민동물병원에서 고쳤다. 병원에서 유기견들도 많이 도와준다. 이 병원은 없어져서는 안 될 반려동물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주장했다.

14일 법원의 강제집행 종료 후 혜민동물병원 전경. © 뉴스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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