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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자의 동행]'개들의 지옥' 애린원에 천사의 미소가…정연·쯔위도 함께
[최기자의 동행]'개들의 지옥' 애린원에 천사의 미소가…정연·쯔위도 함께
  • (포천=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5.1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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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엔젤봉사단&경기도수의사회 120여명, 포천 보호소서 봉사
[편집자주]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명 시대. 전국 각지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반려동물 관련 행사가 열립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중단됐던 행사들도 속속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가보고 싶은 행사인데 거리가 너무 멀거나 시간대가 맞지 않아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행사들을 '최기자'가 대신 가서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동물 구조 현장이나 야생동물 등 '생명'과 관련된 현장은 어디라도 가겠습니다.

트와이스 정연과 쯔위(오른쪽)가 17일 경기도 포천시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구 애린원)에서 열린 블루엔젤봉사단의 유기동물 봉사활동에 참석해 유기견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5.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포천=뉴스1) 최서윤 기자 = "떨지 마. 널 해치려는 게 아니야. 주사 맞고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있다가 좋은 가족 만나자."

지난 17일 경기도 포천시 유기(실종)동물보호소에 모인 사람들은 좀처럼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개들을 보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과 경기도수의사회 수의사들은 다른 보호소보다 유독 사람을 무서워하는 이곳의 개들을 어느 때보다 더 많이 보듬어줬다.

이곳 보호소는 '개들의 지옥'으로 불리던 구 애린원이다. 이전 관리자는 개들의 중성화수술을 시키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개체수가 무분별하게 증가했다. 한때 2000마리가 넘는 개들이 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이곳의 개들 1000마리를 구조한 뒤 쉼터로 관리하면서 암수를 분리했다. 일부는 입양을 보내 개체수가 조금 줄어들었다. 현재는 900마리 개들이 살고 있다. 센터 관리자에 따르면 조만간 서울 용산구 이촌역 근처에 입양센터도 문을 열 예정이라 개체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사람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일까? 견사를 청소하러 들어간 사람들을 보고 구석으로 몸을 숨기며 벌벌 떠는 개들이 유독 많았다. 봉사자들이 더욱 조심스러워했던 이유다. 배우 장민영, 이지유는 견사에 들어가 개들과 눈높이를 맞춘 뒤 "우리 청소만 잠깐 하고 나갈 거야. 놀라지마"라며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봉사자들은 견사가 조금이라도 안락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톱밥을 깔아줬다. 고유거 회원들은 개들의 미용을 도맡았다. 미용이 처음이라 버둥대는 개들도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빨리 미용을 끝내 개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미용이 끝난 뒤에는 "고생했다"며 간식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450마리가 넘는 개들의 예방접종도 진행했다. 수의사들과 서울대, 건국대 수의과대학 학생들은 놀란 개들이 견사 구석으로 도망 다니는 바람에 광견병 주사 하나 놓는데도 진땀을 빼야 했다. 이웅용 훈련사는 수의사들이 개들에게 주사를 놓을 동안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훈련사로도 활동 중인 모델 김효진도 개들이 주사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이 과정에서 개에게 발을 물리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에 5년짜리 파상풍 주사를 맞아서 별로 아프지 않다"며 오히려 영광의 상처인 듯 웃었다.

생전 주사를 처음 접한 개들은 긴장해서 변을 보기도 했다. 개를 안고 있는 수의대생의 옷에도 변이 묻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이고~ 옷은 빨면 되는데 강아지 발에 묻은 변부터 닦아줘야겠다"며 개들을 안고 걱정했다. 이 모습을 본 한병진 수의사는 그런 학생들이 기특한 듯 "지금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 간직해서 몇 년 후 수의사이자 훌륭한 봉사자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이인형 교수는 "유기견이지만 백신 주사 하나도 함부로 놓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주사를 잘못 놓으면 부작용이 생겨서 개들이 다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들을 붙잡기 위한 포획틀을 갖고 보호소를 찾은 정지혁 수의사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사람이나 동물 모두 같은 생명"이라며 모든 생명이 행복해지는 날까지 봉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혀 듣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봉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이날 마스크를 쓴 채 개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마스크로도 존재감이 가려지지 않는 트와이스 멤버 쯔위와 정연, 에이핑크 윤보미는 개들이 하루빨리 좋은 환경의 가정으로 입양되길 바라며 열심히 입양 홍보를 했다. 친자매인 공승연과 정연이 견사 청소와 사료 배분을 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이번 블루엔젤봉사단 봉사는 12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지난 2013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많은 봉사자들은 "900마리 개들이 다가올 여름을 어떻게 견딜지 걱정이 돼서 찾아왔다"고 했다. 이들은 냄새 나고 변과 흙이 섞여 질퍽거리는 땅바닥에서 점심을 먹으면서도 개들의 양육 환경이 개선된다는 생각에 행복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윤성창 블루엔젤봉사단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봉사를 계속 미루다 진행하게 됐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이곳의 유기견들이 좋은 가정으로 입양갈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내추럴발란스 블루엔젤봉사단과 경기도수의사회는 17일 경기도 포천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17일 경기도 포천시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구 애린원)에서 열린 블루엔젤봉사단의 유기동물 봉사활동에 참석한 자원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봉사는 내추럴발란스와 경기도수의사회가 주최하고 서울대와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와 학생, 고유거 등이 참여했다. 2020.5.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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