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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개 키우면 안된다고?…어르신-유기동물 함께하는 실버타운 꿈"
"노인은 개 키우면 안된다고?…어르신-유기동물 함께하는 실버타운 꿈"
  • (고양=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6.05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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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피플] 한병진 유기동물보호단체 '고유거' 대표
강아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병진 고유거 대표. © 뉴스1 최서윤 기자

(고양=뉴스1) 최서윤 기자 = "독거노인은 개, 고양이를 키우면 안 된다? 글쎄요. 사람마다 다른 것 아닌가요? 함께 지낼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독거노인이든 아니든 동물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봅니다."

수의사인 한병진 고유거 대표의 말이다. 한 대표의 또 다른 이름은 '한봉사'. 동물봉사가 일상생활이라서 주변인들이 붙인 별명이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고유거 유기(유실)동물보호소에서 만난 한 대표는 동물만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소외계층에도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 노인과 유기동물이 함께 행복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노인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안타까움이 앞선다고.

한 대표는 "지금은 동물보호소만 운영하고 있지만 여유가 된다면 실버타운을 만들어서 어르신과 강아지, 고양이들이 교감하고 여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저 또한 나이를 먹고 있어서 그런지 어르신과 동물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혹자들은 '노인들은 개를 사랑할 줄 모른다'고 단정 짓는다. 노인들이 시골 마당에서 개를 목줄에 묶어 키운다거나 잔반을 먹인다거나 5일장에서 새끼 강아지를 내다판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5일장에서 강아지를 판 노인을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한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해 키우면 안 된다는 인식이 크다.

한 대표는 "동물을 사랑하는데 있어서 나이만 보고 선입견 갖는 것은 경계해야한다고 본다. 양육 방식의 차이일 뿐 동물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며 "나이가 많고 돈이 없어도 동물을 사랑할 수 있고, 나이가 어리고 돈이 많아도 동물을 학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떤 어르신들은 자식보다 반려동물이 더 낫다고 한다"며 "반려동물과 지내다 보면 손주와 대화도 더 잘 되고, 평소 자녀들과 할 말이 없을 때 동물들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동물을 키울 때 생기는 순기능을 설명했다.

한 대표는 실버타운이 꼭 공기 좋고 물 맑은 산 속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시내에서 여가 생활을 즐기며 어르신들끼리 안부를 묻고 동물들과 함께 교감하면 외로움도 덜 할 것"이라며 "유기동물들도 돌봐주는 가족들이 생긴 것이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외로움이다. 독거노인일수록 불안한 마음도 있을 텐데 실버타운이 잘 조성되면 어르신들끼리 말벗도 되고 동물들 얘기도 하면서 위로가 되니 사회 문제도 줄어들지 않을까. 사람과 동물이 서로 교감한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라며 얼굴에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한 대표가 운영하는 보호소는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 공간이 분리돼 있다. 여러 마리가 몸을 비집고 들어가 있는 좁은 견사는 없다. 실내와 야외를 연결시켜 실내에서 자다가 놀고 싶으면 운동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다. 50여 마리 개들이 견사에 갇혀 지내지 않으니 사납지도 않다. 보호소가 잘 돼 있는 것을 보니 소문이 나면 혹시나 동물들을 버리러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고유거는 동물학대나 기업 앞 시위 같은 사회 이슈를 만들어서 후원을 받는 곳이 아니다. 한 대표가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돈을 벌어 월급을 충당하고 보호소 재정에 보태기도 한다. 자극적인 이슈를 만들어 모금을 하면 사정이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묵묵히 입양 캠페인과 봉사를 하다 보니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실버타운을 조성하고 싶지만 아직 언제 될지는 모른다고. 그는 누군가가 해줘도 좋겠다는 희망도 전했다.

한 대표는 "제가 당장 못하더라도 여유가 되는 누군가가 어르신과 유기동물이 함께 할 수 있는 실버타운을 조성해 주거나 지원해 줄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도 좋겠다"며 "꿈을 이루고 인식 개선을 위해 거리입양 캠페인을 꾸준히 하면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고유거 동물보호소의 내외부 모습. © 뉴스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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