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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자의 동행]"번식 안 되게 중성화 먼저"…마당개들 구조하던 날
[최기자의 동행]"번식 안 되게 중성화 먼저"…마당개들 구조하던 날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6.18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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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어, 마당개 1m 목줄 해방 캠페인 진행
[편집자주]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명 시대. 전국 각지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반려동물 관련 행사가 열립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면서 중단됐던 행사들도 속속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가보고 싶은 행사인데 거리가 너무 멀거나 시간대가 맞지 않아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행사들을 '최기자'가 대신 가서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동물 구조 현장이나 야생동물 등 '생명'과 관련된 현장은 어디라도 달려 가겠습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가 서울 근교 주말농장에서 구조한 마당개들. © 뉴스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개들을 마당 바깥에 풀어두실 거면 제발 중성화 수술을 시켜주세요. 안 그러면 계속 새끼 강아지가 태어나요."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대표가 최근 서울 근교의 한 주말농장에서 진돗개 '진돌'(4세 추정, 수컷)과 혼종견 '천순'(2세 추정, 암컷)의 소유권을 견주로부터 넘겨받은 뒤 한 말이다. 이 견주는 진돌이와 천순이 말고도 개들을 더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개들을 중성화하지 않고 풀어놓아 동네를 돌아다니게 했고 새끼들이 태어났다. 늘어난 개들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일부는 개농장으로 팔려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개들을 중성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지만 견주는 끝내 거부했다.

◇ "돌아다니다 번식하는 마당개들…무책임한 방치"

이 대표는 몇 년 동안 이곳에서 '마당개(시골개, 공장개) 1m 목줄 해방과 산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주인이 있는 개들이라 직접 구조는 하지 않는다. 짧은 목줄에 묶여 생활하는 개들을 위해 긴 줄을 제공하고 양육 방식을 바꿔달라고 계속 소통하며 인식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이 대표의 노력에 동네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개들에게 상한 음식 대신 사료를 먹이고 '가축'에서 '가족'이라고 느끼는 주민도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개들이 태어나고 개농장으로 팔려가고 또 태어나는 모습에 이 대표는 한계를 느끼는 듯했다.

그는 "동물보호법을 설명하고 양육 포기 각서를 받아도 소용없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품종견을 생산하는 번식장인 일명 '강아지 공장'도 문제지만 마당개들의 자체 번식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들을 짧은 목줄에 묶어두고 산책을 시키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반대로 무책임하게 풀어두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계속 교배를 한다는 것이다.

유기동물보호소에 가보면 마당개들이 많다. 일부 보호소에서는 구조한 마당개들의 자체 번식으로 수백마리가 태어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엔 '마당개 중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동물구조119 등 단체에서 '마당개 중성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직접 동물 구조는 하지 않지만 각별한 인연이 있는 진돌이와 천순이가 "보신탕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냥 있을 수 없어서 구조를 했다. 진돌이는 어렸을 때부터 산책시키면서 봐왔고, 천순이는 외국인 노동자가 시장에서 샀다가 일터에 불이 나자 주변에 묶어두고 그냥 떠나는 바람에 돌봐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웨어는 동물복지 정책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주로 한다. 동물을 구조하고 입양보내는 것이 주요 활동은 아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본의 아니게 여기서 시간을 많이 쏟다보니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했다. 구조 활동을 하면 후원금이 많이 들어오지만 구조가 본 업무가 아니다보니 단체가 받는 후원금은 적다. 그는 "비록 후원금은 적지만 마당개는 주인이 있는 개들이라 간식도 사비로 사고 후원금에는 손대지 않는다. 그게 단체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마당개처럼 돌아다니다 자체 번식해서 새끼가 생기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런 경우 유기도 아니고 유실도 아니고 통계를 내기가 쉽지 않다. 책임감 없이 태어나게 하는 것이 정말 큰 문제"라며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도 중요하지만 이제 마당개들의 중성화 등을 통해 개체수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가 서울 근교 주말농장에서 구조한 진돗개와 혼종견 © 뉴스1 최서윤 기자

◇ "투견으로 사는 마당개도 문제…투견 도박 사라져야"

진돌이와 천순이를 구조한 이 대표는 경기도 용인시 '행강유기동물입양센터'로 이동했다. 센터에서 개들을 보호하며 새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서다. 이곳에는 이 대표가 앞서 위탁한 핏불 테리어 '애기'가 있었다. 애기도 진돌이와 천순이가 있던 주말농장에서 데려왔다.

핏불 테리어는 동물보호법상 농림축산식품부가 맹견으로 지정한 종이다. 얼핏 봐도 20㎏이 넘는 개였다. 애기는 투견으로 길러질 뻔했다. 다행히 본격적으로 투견 활동을 하기 전인 어릴 때 이 대표가 발견해 센터에 맡겼다.

이 대표와 노는 애기의 모습은 참 즐거워보였다. 애기는 센터 소장에게도 애교가 넘쳤다. 이 대표는 "새끼 강아지 때 '애기'라고 부르다보니 덩치가 커진 지금도 그대로 부르고 있다. 사람에 대한 친화력이 아주 좋다"며 "다만 애기가 아주 살짝 무는 습관이 있다. 놀자는 거지만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물지 못하게 훈련을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기의 활동량은 매우 왕성했다. 이날 유기견 중성화와 백신 접종 등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센터를 찾은 수의사들도 핏불이 사람들을 보고 독특한 소리를 내서 깜짝 놀랐다고 센터 소장이 귀띔했다. 한 수의사는 소장에게 자신이 알던 기존의 핏불과 다르다면서도 그래도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는 후문이다.

애기는 이 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구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말농장에는 핏불 테리어를 마당에 묶어두고 교배시키는 집이 있어서 새끼 강아지들이 계속 태어나고 있었다.

그는 "투견 도박이 없어져야 하지만 누군가 계속 하고 있다. 개들을 번식시키고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인식을 바꾸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힘은 들지만 마당개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계속 캠페인을 진행하겠다.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말했다.

* 진돗개 '천돌'과 혼종견 '천순', 마당개들이 낳은 새끼 강아지들과 핏불 테리어 '애기'가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입양 문의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어웨어 대표가 서울 근교 주말농장에서 구조한 핏불 테리어 강아지. © 뉴스1 최서윤 기자


한 수의사가 행강유기동물보호소 견사 바깥에서 핏불 테리어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경기도수의사회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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