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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한다더니 살처분하듯 고통사…보성군 동물보호소 '논란'
안락사한다더니 살처분하듯 고통사…보성군 동물보호소 '논란'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8.13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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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들 사이로 살아있는 강아지 발견되기도
10일 전남 보성군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한 개들. 살아있는 강아지도 있었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영상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전남 보성군이 관리하는 동물보호소가 수십마리의 개들에게 인체용 근육이완제를 투여하고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안락사를 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비구협) 동물복지팀에 따르면 지난 10일 보성군 보호소에서 90마리 개들을 안락사한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급습했다.

현장은 끔찍했다. 개들 사체를 싣기 위한 불도저가 대기 중이었고 트럭에는 이미 안락사 된 사체들이 포대자루에 실려 있었다. 사체들 사이로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강아지도 있었다. 피가 맺혀있고 몸에 변이 묻어있는 개들도 보였다.

국내에서 동물 안락사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된 마취제를 투여하지 않는 등 비인도적인 안락사는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의사 없이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안락사를 시행하거나 아직 죽지 않은 동물을 사체 처리하는 것 또한 동물학대가 될 수 있다.

현장에는 안락사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시콜린 약물과 대용량 주사기가 발견됐다. 대형 주사기에 약물을 한꺼번에 넣고 개들을 안락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소 마취 경험이 있는 수의사에 따르면 석사메토니움(Suxamethonium) 성분이 들어간 석시콜린 약품은 인체용의약품과 동물용의약품으로 나뉜다. 석사메토니움은 수의사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농림축산식품부)상 동물용 마취제 유효성분에 포함돼 있다. 구제역 등에 감염된 소를 살처분할 때 사용된다.

인체용 석시콜린은 전문의약품으로 근이완제로 쓰인다. 성분과 작용 원리는 동물용과 같다. 소포장으로 돼 있고 동물용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동물용 석시콜린이 마취제로 분류돼 있고 투여시 2분 안에 즉사한다지만 고통이 심해서 안락사 약품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 동물보호단체인 HSUS에서도 석시콜린은 비인도적인 안락사 시행 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석사메토니움을 동물용 마취제 유효성분에서 제외하고, 국내에서 안락사 전용 약품으로 허가받은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구협 측은 "동물들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며 담당 공무원과 수의사, 보호소장을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전남도청과 보성군청에 Δ고통사가 이뤄진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묻고 Δ남은 50마리 동물들에 대한 보호와 안위 보장 Δ보호소 환경 개선 Δ재발 방지 약속 등을 촉구했다.

유영재 비구협 대표는 "안락사 관련법만 있고 처벌 규정이 없다보니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물들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며 "하루빨리 관련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하고 고통 받는 동물들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안락사 논란이 일자 보성군은 입장문을 내고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체감사를 통해 이번 안락사 시행 과정에서 지침을 지키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일 보성군 동물보호소에서 발견된 인체용 근육이완제 석시콜린 약품.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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