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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동반카페 갔다가, 공원 산책하다 무지개다리 건넌 강아지" 왜?
"애견동반카페 갔다가, 공원 산책하다 무지개다리 건넌 강아지" 왜?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09.08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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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박비료 사고 줄이어…산책로·공원·아파트단지 사용 규제해야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 해당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최근 강아지가 애견동반카페나 공원 산책로 등에서 유박비료를 먹고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유박비료 규제를 강화해 달라는 요청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내용이 올라와 1만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유박비료를 먹은 강아지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박비료란 아주까리 등 식물의 씨앗을 압착, 가공 처리 후 생긴 부산물로 만든 비료를 말한다. 그런데 이 아주까리에는 동물의 건강을 해치는 성분인 리신이 포함돼 있다. 사람에게도 위험할 수 있는 만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카페와 식당이 늘어나면서 특히 관련 업소에서 유박비료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울러 산책 시 강아지가 땅에 떨어진 것을 먹지 못하도록 견주 또한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 애견동반카페, 화단 등에 유박비료…강아지 숨져

'뉴스1'에 강아지 유박비료 사고를 제보한 A씨 등은 최근 경기도의 한 애견동반카페에서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이 혈변을 보고 구토를 하는 등 건강 이상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이 카페를 방문했던 B씨에 따르면 반려견 맘보가 카페에 다녀온 직후 숨졌다. 당시 카페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맘보는 진한 흙갈색 가루가 섞인 구토를 했다. 처음엔 차멀미로 생각해서 넘겼다.

그런데 맘보가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토하고 설사를 하자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상태가 계속 안 좋아져서 입원을 시키고 치료를 받았지만 맘보는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B씨는 혹시나 해서 해당 카페에 전화해 강아지의 상태를 설명한 후 나무나 화분에 어떤 비료를 주냐고 물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안 준다고 하던 카페 관계자는 올해 초 유박비료를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뒤라 괜찮을 것이라고 해서 B씨는 강아지를 그냥 가슴에 묻어두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B씨는 해당 카페를 방문한 또 다른 강아지들이 맘보와 같은 증상을 보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블로그 등을 찾아본 결과 올해 초뿐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유박비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을 발견하고 카페에 항의했다. 현재 해당 카페는 휴업 중이며 내부 정비 후 더 이상 강아지 동반 운영은 하지 않겠다고 공지한 상황이다.

B씨는 이를 계기로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B씨의 글을 본 애견인들은 자신의 강아지도 산책 중 화단에 뿌려진 유박비료를 먹고 숨지거나 건강이 나빠졌다며 규제가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4일에는 '유박비료 규제 강화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더 이상 사람, 동물이 유박비료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박비료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7일까지 1만500명 이상이 동의했다.

◇ 유박비료 규제 강화 필요…견주들도 산책 시 주의해야

유박비료는 친환경 비료다. 유기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농작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전국 지자체에서 화단, 산책로, 공원 등 생활 시설 관리를 위해 살포하고 있다.

문제는 유박비료에 함유된 아주까리(피마자) 원료다. 이 아주까리에는 독성물질인 리신이 들어있다. 리신의 독성은 청산가리보다 6000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리신은 0.0001g의 소량으로도 사람의 장기를 손상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리신을 B등급의 독극물로 분류한다.

유박비료는 반려동물의 사료와 모양이 비슷하고 고소한 향이 난다. 강아지를 비롯한 고양이, 새, 너구리 등 동물들이 먹는 이유다. 어린 아이들이 모르고 만졌다가 입 안에 넣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7년 비료공정규격을 개정해 리신의 관리기준을 1㎏당 10㎎ 이하로 설정했다. 비료의 포장지 앞면에도 적색 네모박스 안에 적색글씨로 '개, 고양이 등이 먹을 경우 폐사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 손에 닿는 곳에 놓거나 보관하지 마세요' 라는 주의문구를 반드시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유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해 외국산 아주까리 유박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유박비료로 인한 반려동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려동물 영양 전문인 조우재 수의사는 "유박비료는 흙에 영양분을 서서히 주기 위해 사료 모양과 비슷하게 만들고 어분을 넣는다"며 "어분의 향이 고소해서 강아지들이 냄새를 맡다가 먹을 수 있다. 유박비료를 먹으면 곧바로 동물병원에 가서 집중치료를 받아야 한다. 해독제가 없어서 몇 시간만 지나도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예방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유박비료 살포 시 주의사항'을 공지하고 있다. 강아지, 고양이의 출입이 잦은 지역(산책로, 공원, 아파트단지 및 텃밭)에 유박비료 살포 시 위험성을 경고하고 살포 장소에 접근하지 않도록 안내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안내하는데 그치지 말고 아파트, 공원, 애견카페 등 사람과 동물이 자주 통행하는 곳에서의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견주 스스로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알고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집안에서 화초를 키울 때 모르고 유박비료를 쓸 수도 있어서 유해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반려동물과 외출 전 목줄 교육 등은 필수다.

김효진 훈련사는 "반려동물은 어린 아이와 같아서 외출 시 가급적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며 "주인한테 집중하게 하고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아무거나 주워먹지 못하도록 하는 교육을 해두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산책하는 강아지. 사진 이미지투데이 / 원 안은 유박비료 모양 예시. 사진 인터넷 자료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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