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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도 관람객 된 국립현대미술관…"예술, 이젠 우리도 즐긴다멍"(종합)
반려견도 관람객 된 국립현대미술관…"예술, 이젠 우리도 즐긴다멍"(종합)
  •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승인 2020.09.21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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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展
10월25일까지…미술관 휴관으로 오는 25일 온라인 선공개
설채현 수의사와 반려견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기자설명회에서 전시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0.9.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멍멍!"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인간만의 것으로 여겨지던 '미술관'에 '비인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들은 설채현 조광민 수의사와 함께 온 반려견인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종 '세상이'와 '세동이'다.

세상이는 평생 불법 번식장에서 살던 개로, 설 수의사가 지난 2018년 여름 구조하며 현재까지 기르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세상이와 동생 세동이는 이날 전시장에 마련된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보고, 듣고, 느꼈다. 특히 후각동물인 개들답게, 코로 다양한 냄새를 맡으며 미술관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처럼 세상이와 세동이가 미술관을 돌아다닐 수 있는 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를 위한 미술관'으로 꾸며졌기 때문이다. 오는 10월25일까지 열리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展)은 사람과 개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전시이다.

성용희 학예연구사는 이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개들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그들의 영역 또한 늘어나고 있다"며 "인간 주변에서 살던 개들이 이제는 침실이나 사람의 중요영역에 들어오는 현상을, 사람의 공간으로 대표되는 미술관에 들어오는 것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전시장은 '인류세-광장' '고통스러운 반려' '소중한 타자성' '더불어 되기' '자연문화' '움벨트'(자기중심적 세계를 의미)와 같은 주제어로 이뤄진 전시·퍼포먼스·스크리닝(영화)으로 구성됐다. 13명(팀)의 신작 7점을 포함해 설치, 조각, 애니메이션 등 작품 20점이 소개된다.

개는 적록색맹으로 빨간색과 녹색을 보지 못하고, 파란색과 노란색만 볼 수 있다. 이에 참여작가들은 개들을 위해 파란색과 노란색 위주의 작업을 펼친다.

또한 작가들은 개들이 놀이기구로 여길 수 있는 설치작품들을 미술관 중정과 광장에 설치해, 놀면서 작품을 느낄 수 있는 작업도 했다. 숲으로 꾸며진 전시장을 개들과 함께 돌아다니는 체험도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조각스카웃의 '개의 꿈'은 개와 인간의 협동 스포츠인 도그 어질리티 경기에 사용되는 오브제들로 구성된 작품이다. 개들이 식별할 수 있는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작업을 했고, 실제 개들이 이를 체험할 수도 있게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가족 구성원과 반려동물인 개를 관람객으로 초청해 현대사회에서 반려의 의미, 미술관의 개방성과 공공성의 범위 그리고 공적 공간에 대한 정의 등을 표현했다. 2020.9.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개와 관련된 사회적 현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들도 소개된다. 사진작가 권도연은 오랜 시간 관찰한 북한산 들개들의 사진을 선보인다. 북한산 개들은 인간과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잡히면 죽거나 보호소에 가 새주인을 찾는다. 물론 대부분은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소련이 우주 궤도 진입을 시도하기 위해 발사한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진 빈민가의 떠돌이 개 '라이카'를 3D 모션 그래픽 영상으로 표현한 작품도 소개된다. 라이카는 인간들의 우주여행을 가능케한 존재 중 하나이지만,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짧은 기록으로만 여긴다. 김세진 작가는 인류의 역사에서 잊힌 종들을 다시 호명한다.

이외에도 인간중심적인 상태를 벗어나 다른 무엇이 되기를 시도하거나, 반려 로봇 아이보와 미술관을 산책하는 등의 퍼포먼스, 영화 전체가 단 하나의 색(국제 클라인 블루, IKB 79)의 단일 쇼트와 보이스 오버 그리고 사운드 트랙으로 구성된 데릭 저먼의 '블루' 등을 상영하는 스크리닝 등의 프로그램이 전시장에 마련됐다.

이번 전시에서 개를 위한 개방과 환대의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설채현 조광민 수의사는 동물행동 및 감정, 습성에 대한 자문을, 김수진 인천대 법학부 교수는 법률자문을 맡았다. 개를 위한 건축과 조경을 위해서는 김경재 건축가, 유승종 조경가가 참여했고, 김은희 독립큐레이터가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휴관 중인 미술관 사정상 오는 25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번 전시가 온라인으로 선공개될 예정이다. 이 영상에서는 전시를 기획한 성용희 학예연구사의 전시설명, 참여 작가 인터뷰를 비롯해 작가들의 개가 직접 전시장을 방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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