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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강아지 보는 앞에서 짐짝 던지듯…보호소 안락사 '논란'
다른 강아지 보는 앞에서 짐짝 던지듯…보호소 안락사 '논란'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0.10.09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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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구조네트워크, 동물보호소 고발 예정
열악한 시보호소 환경 및 인식 개선 시급
9월 18일 경남의 한 지자체 위탁 보호소에서 강아지 안락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경남 의령군의 위탁을 받은 동물보호소가 유기동물 공고도 없이 다른 강아지들이 보는 앞에서 안락사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동물보호법 등을 적용해 처벌은 물론 인식 개선과 지자체 보호소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갓 태어난 새끼 강아지들, 공고 않고 안락사

9일 비글구조네트워크(대표 유영재, 이하 비구협) 제보에 따르면 최근 경남 의령군 지자체 위탁 보호소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강아지들을 유기동물 공고에 올리지 않고 안락사 했다.

동물보호법상 유기·유실동물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고를 하고 10일이 지나야 안락사할 수 있다. 보호소에서 갓 태어난 새끼도 공고를 먼저 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보호소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 보호소는 지난 9월 18일 공고기간이 끝난 개 24마리와 함께 어미 개와 공고하지 않은 강아지들까지 모두 안락사했다. 안락사는 의령군 공수의사와 계약을 맺은 수의사가 진행하고 공무원들은 죽은 동물들을 마대에 담았다.

수의사들이 사용한 약품은 석시콜린으로 투여시 2분 안에 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고통이 심해서 안락사 약품으로는 추천하지 않지만 다른 약품들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영상 속에서 주사를 맞은 강아지들은 고통스러운 듯 큰소리로 '깨깽' 대며 죽어갔다.

당시 현장에는 총 45마리의 개들이 이를 지켜보고 소리를 들었다. 동물보호법상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안락사 하는 것은 동물학대에 해당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에 등장한 사람들은 익숙한 듯 주사를 투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사체를 마대에 넣었다.

유영재 비구협 대표는 "이 보호소는 지난 1년 동안 고통이 극심한 석시콜린을 사용해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불법 안락사를 시행했다"며 "당분간 임의대로 안락사 시행을 하지 못하도록 군청과 협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비구협은 이르면 다음주에 관계 공무원들과 해당 수의사들을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강아지 안락사를 진행한 경남의 한 지자체 위탁 보호소.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 뉴스1

◇ 시 직영 보호소로 전환하고 인식 개선 절실

지난 8월 전남 보성군 위탁 동물보호소에서도 석시콜린을 투여해 고통사한 사체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강아지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지자체 보호소를 위탁이 아닌 직영으로 전환해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이번 의령군 위탁 보호소는 안락사 과정에서 강아지를 짐짝 취급하는 모습이 포착돼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같은 직종에 있는 수의사들도 생명을 경시한 듯한 모습과 안락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수의사는 "안락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생명에 대한 예의를 지켜줬어야 한다"며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의료봉사하는 수의사들도 많은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안락사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열악한 동물보호소 운영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1000만명이 넘으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유기동물이 매년 급증하면서 지난해에는 13만 마리가 주인을 잃거나 버려졌다. 관련 업무는 급증한데 비해 담당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같은 수도권의 경우 동물보호 업무를 진행하는 인력이 다수다. 이 또한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지방의 군청 단위 지자체는 이마저도 없어서 1~2명이 가축방역부터 동물보호까지 관련 업무를 다 처리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동물 관련 부서는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부서 중 하나다. 더욱이 지방은 소, 돼지 등 전염병 방역 업무에 집중되고 살처분 등을 많이 하다 보니 생명에 대한 인식이 약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방 동물병원의 사정을 잘 아는 수의사는 "소, 돼지 가축병원을 하는 시골 수의사들은 생존 문제 때문에 군청에 공수의 신청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공수의로 위촉받으면 활동비를 받는 대신 질병에 감염된 가축의 살처분, 유기동물 안락사 등에 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트라우마가 생기면 해당 업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러 사정 때문에 시 직영 동물보호소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반발도 심하고 동물 예산은 다른 예산보다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력 1명 확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지방의 한 동물 담당 공무원은 "동물에 대한 관심은 높은데 특히 지방일수록 인력이 거의 없다. 맡겨지는 책임에 비해 업무도 과중하다"며 "보호소 환경 개선과 생명 존중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들을 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의 한 지자체 위탁 보호소에 있는 강아지.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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