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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동래읍성 잔디밭에 독성물질 함유 유박비료 살포…반려인들 '불안'
[단독]동래읍성 잔디밭에 독성물질 함유 유박비료 살포…반려인들 '불안'
  •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승인 2020.10.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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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물질 '리신'함유…먹으면 반려동물에 치명적…
구청 "민원 접수후 매일 50여명 투입 수거 작업"
동래읍성 잔디밭 일대에 출입 금지돼 있다.2020.10.19/ © 뉴스1 박세진 기자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반려인 A씨는 얼마 전 부산 동래읍성 잔디밭에 강아지와 산책을 나갔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잔디밭에 뿌려진 '유박비료' 냄새를 맡은 강아지가 비료를 삼키려는 것을 겨우 말리면서다. 유박비료는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사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19일 부산 동래구 등에 따르면 최근 동래읍성 일대에 구가 살포한 '유박비료'로 인해 반려인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구가 동래읍성 일대 잔디와 나무 등 식물 생장을 위해 선의로 살포한 비료로 되레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유박비료는 아주까리라는 풀의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다시 말려서 만든 비료다. 당초 유기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친환경 비료'로 불린다. 동래구뿐만 아니라 부산시 등 전국 지자체에서 공원 등 생활 시설 관리를 위해 살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유박비료에 함유된 아주까리(피마자) 원료인데 독성물질인 '리신'이 들어있다. 리신의 독성은 청산가리보다 훨씬 높다고 알려져 있다. 리신은 0.0001g의 소량으로도 사람의 장기를 손상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동래구가 사용한 유박비료에도 '피마자' 원료가 사용됐다.

반려인 A씨는 "강아지가 풀냄새를 맡고 있는 줄 알았는데 땅을 파더니 뭔가를 먹으려고 해서 가까이 가서 보니 유박비료라 깜짝 놀랐다"며 "반려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으로 유명한 곳인데 유박비료를 사용했다는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동래읍성 일대 잔디밭출입이 금지돼 있다.2020.10.19/© 뉴스1 박세진 기자

유박비료는 반려동물 사료와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고 고소한 향이 난다. 이 때문에 사료로 착각하고 섭취했다가 탈이 나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이 잘 모르고 입안에 넣을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유박비료가 땅에서 녹아 분말로 날리면서 인간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는 논문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경우 리신을 B등급의 독극물로 분류한다.

실제 반려인 카페 등에서도 산책 중 유박비료를 먹은 반려동물이 숨졌다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로 혈변을 보거나 구토를 하는 등의 증세를 보이다 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에는 '유박비료 규제 강화해야 합니다'라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와 1만6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리신은 유박비료 제조과정에서 고온에 의해 대부분 녹아버리지만 일부 원료에 한해 열처리가 누락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도 비료 1㎏당 인체에 무해한 수준인 리신 10㎎만 들어갈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동래구는 민원이 제기된 이후부터 50여명의 인력을 매일 투입해 동래읍성 일대에 뿌려진 유박비료 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는 살수차를 이용해 비료를 녹이는 작업과 동시에 잔디밭 제초 작업도 마쳤다. 다행히 동래읍성에서 유박비료를 먹은 반려동물이 죽었다는 신고는 없다.

구 관계자는 "좋은 의도로 비료 작업을 벌였다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 곧바로 유박비료 제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비료가 뿌려진 일대에는 당분간 출입을 금지하도록 했고 작업자들이 손으로 비료를 수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유박비료는 자료 사진. ©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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