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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00℃] 北에도 애견이 있다?…그럼 강형욱 훈련사는
[북한 100℃] 北에도 애견이 있다?…그럼 강형욱 훈련사는
  •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승인 2020.11.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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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문화를 통해 바라본 북한 사회

[편집자주][북한 100℃]는 대중문화·스포츠·과학·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코너입니다. 뉴스1 북한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관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지난달 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국가도서전람회 행사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오른쪽 상단에는 <개 훈련 지도서>와 <개 훈련요리 101가지>라는 개 전문 서적이 마련돼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지난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평양엔 다양한 전시가 기획됐다. 산업·예술·문화 등을 통해 북한의 최신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창이 마련된 것이다. 특히 정보가 제한적인 북한 사회이기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지난달 7일 개최된 국가도서전람회에서 눈에 띄는 책 두 권이 포착됐다. 각각 <개 훈련 지도서>와 <개 훈련요리 101가지>라는 제목의 책이다. 해당 도서들을 보며 북한 주민들은 개를 어떻게 키우고 있을 지에 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북한 매체에선 자국의 애견 문화를 외부로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반면 '단고기(개고기)'를 먹는 문화에 대한 선전은 종종 내보낸다. 북한엔 당연히 애견 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국가 행사에 등장한 개 전문 훈련 서적은 매우 독특하게 느껴졌다. 북한 사회에서도 개와 교감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또 혹시 북한에도 우리나라의 강형욱 동물훈련사처럼 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최근 북한 사회에서 개는 어떤 존재일까.

◇ 북한 애견 문화는 실제로 어떨까…집 안에서 키워도 'OK'

 

 

 

지난 8월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북한 내 애견의 모습.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SNS' 갈무리) © 뉴스1

 


북한의 애견 문화가 유행하게 된 것은 1990년대부터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1년 북한 대중잡지 천리마 '5월호'에는 애견이 사람의 정서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기록이 실려있다. 특히 개를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완견 장려 정책도 북한 사회 내 애견 문화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까지만 해도 남북 모두 개는 집 밖에서 키우는 동물로 인식해왔다. 개의 주된 역할은 집을 지키는 경호원이었다. 하지만 남한이 그랬듯 평양에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집 안에서 개를 키우는 가정이 늘어났다.

이렇게 북한에서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 위주로 애견 문화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개 몰티즈·시추와 같은 소형견 위주의 개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화는 북한 전역으로 퍼져 최근엔 지방에서도 집 안에서 개를 키우는 가정이 있다고 한다.

2000년대 중후반 평양에서 애완견을 키워 식용으로 판매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김정일 위원장이 애견 통제령을 내린 적도 있다. 개를 좋아하는 주민들은 집에서 몰래 키우며 산책도 한번 시킬 수 없는 고충을 겪기도 했다.

최근에는 애견을 키우는 데 통제가 없는 듯하다. 지난 2019년 YTN의 '북한이 천연기념물 풍산개 부각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집 안에서 개를 키우는 주민을 소개했다. 또 지난 2018년 '84년생 김정은과 장마당 세대'라는 영상에서는 평양 모란봉공원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주민들이 등장한다.

집 안에서 개를 키우는 데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다. 2014년 남한에 정착한 평양 출신 나민희씨는 애견을 집에서 키우는 일은 개인의 기호로 여겨진다고 언급했다. 특히 젊은 층과 아이들이 좋아해 부모도 긍정적으로 여기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지난 8월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북한 내 애견의 모습.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SNS' 갈무리) © 뉴스1

 


다만 남한처럼 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에서 좋은 개는 집을 잘 지키는 개라고 한다. 주민들끼리도 자기 집 개가 얼마나 충성스러운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자신도 북한에서 개를 키웠지만, 남한의 애견 문화가 매우 낯설었다고 한다. 특히 개 전용 사료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이야기한다. 북한에선 개에게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물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탈북자들도 남북의 차이점을 논할 때 자주 언급하는 부분이다.

북한의 애견 문화는 과거 남한에서 개를 키우던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도 예전엔 집 안에서 개를 키우고 개에게 옷을 입히는 행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던 시절이 있다.

그러나 최근 남한에선 애견 호텔과 애견 미용실 등을 봐도 개인의 기호로 여기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 개 전문 훈련서 출판하는 北…혹시 강형욱 훈련사도?

오늘날 남한에선 애완견이란 단어가 오락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주장에 따라 '반려견'이라는 말로 개를 부르고 있다. 개를 키우는 일이 개인의 기호를 넘어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 최근 TV 프로그램에 강형욱 동물훈련사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주로 반려견을 키우는 데 있어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해결해준다. 반려견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 잡으면서 개를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진 모습이다.

 

 

 

 

북한 중앙동물원에서 풍산개의 특성을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유태원 박사의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 뉴스1

 


북한에도 동물조련사 중에 개 전문가가 있다. 다만 일반 가정의 강아지를 교육하기보단 동물원에서 근무하며 '박사' 혹은 '사양공'이라는 직책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개를 훈련해 묘기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 전문 훈련서가 북한에 들어오게 된 배경에는 이런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의 수요가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하지만 개 전문 훈련 서적이 국가도서전람회에 등장했다는 건 의미가 조금 남다를 듯하다. 개를 키우는 데 유용한 정보가 북한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개 전문가와 애호가 사이에서만 필요하던 내용이 일반 주민들에게도 관심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 남북한이 서로의 개를 바라보는 이질적인 시각…'오해'는 거둬야

 

 

 

 

지난 2018년 개봉한 영화 <공작>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애견 말티즈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연출했다. © News1

 


지난 2018년 개봉한 영화 <공작>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개를 데리고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급스런 느낌이 물씬 나는 하얀 몰티즈였다. 영화는 북한의 애견이 특권층의 전유물임을 넌지시 드러낸다.

영화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해당 장면을 탈북 시인 장진성 씨의 책 <친애하는 지도자에게> 묘사에서 참고했다고 언급했다. 윤 감독은 책의 저자가 김정일 위원장의 별장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때 흰색 말티즈가 저자의 발을 핥았다는 부분을 극화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김정일 위원장이 국가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 개를 데리고 나온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고급 별장에서 고급 애견을 키우는 지도자의 사치스러운 모습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담겨 있다는 점에선 맥락이 같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과도하게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8월 한 언론에서 북한의 '애완견 소탕령'을 보도한 적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언론은 북한이 애완견 문화를 '자본주의의 요소'로 여기고 있으며 대대적인 '비사회주의 투쟁'을 위한 대대적인 애완견 소탕에 나섰다고 전했다.

 

 

 

 

평양에서 개를 키우는 북한 거주 외국인들의 모습.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SNS' 갈무리) © 뉴스1

 


해당 보도는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오보로 확인됐다. 대사관은 최근 거리에서 애견이 줄어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따른 통제의 결과라며 이 같이 밝혔다.

대사관은 지난 8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에서 애완견을 기르는 게 부르주아적 행태란 이유로 개를 안락사시키거나 동물원에 보내고 있다는 등의 외신 보도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면서 평양의 애견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애완동물의 존재가 현대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진 뒤 평양 주민들 사이에선 애완견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한의 반려견 문화에는 북한이 다소 공격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남한에서 사람이 굶어 죽는 와중에서 개를 유별나게 챙긴다는 식으로 남한의 반려 문화를 비인간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탈북자들은 북한당국으로부터 남한에서 개를 키우는 행태를 '썩어빠진 자본주의의 산물'로 교육받았다며, 이 때문에 남한 정착 초기 반려견 문화를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남북 간 정보가 통제돼 있다 보니 애완견 문화에서도 오해가 발생하는 모습이다. 남북이 서로의 문화를 지나치게 일반화하다 보니 편견과 왜곡이 발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일반화를 경계하고 서로의 문화를 더 투명하게 바라보려는 노력이 쌓이다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는 지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 된다면 향후 북한 내 애완견 문화 확산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 변화들을 보다 유연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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