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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대형견이 산책하기 싫어한다면 '고관절 질환' 확인해야
[기고]중·대형견이 산책하기 싫어한다면 '고관절 질환' 확인해야
  • (서울=뉴스1) VIP동물의료센터 영상의학과 과장 장진원 수의사
  • 승인 2020.12.1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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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힙 검사 후 치료 및 예방 조치 필요
리트리버 종의 강아지. 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서울=뉴스1) VIP동물의료센터 영상의학과 과장 장진원 수의사 = 강아지의 파행과 관련된 질환은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보더콜리, 리트리버 등 중·대형견이 어려서부터 산책을 싫어하거나 뒷다리를 잘 움직이지 못한다면 세심한 진찰이 필요합니다. 단순 염좌 등 여러 원인들이 있을 수 있으나 강아지의 고관절 이형성증(Canine hip dysplasia, 이하 CHD)을 반드시 고려해봐야 합니다.

고관절이란 골반과 뒷다리 뼈, 즉 대퇴골 사이의 관절로 보행 및 운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CHD는 주로 중·대형견의 고관절에서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으로 골반과 대퇴골을 이어주는 고관절이 튼튼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불안정하게 존재합니다. 따라서 고관절에 향후 2단계 관절염이 진행돼 반려견들에게 통증, 파행 등 다양한 임상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중·대형견 보호자분들에게 이러한 질환 관찰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CHD는 유전성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부모견이 CHD일 때 자견도 CHD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것은 특히 가족처럼 생활하는 반려견은 물론 시각장애인안내견, 구조견, 군견 등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강아지들에게서도 확인이 필요한 질환입니다. 유전성 질환이 있는 강아지들은 통증 및 파행으로 인해 훈련 과정에 지장이 있고 향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강아지와 사람 모두에게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CHD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개들의 교배는 추천되지 않습니다.

둘째, CHD는 어린 연령에서부터 반려견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CHD는 이르면 생후 한 달부터 고관절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후 관절염이 진행됨에 따라 비교적 어린 나이인 1~2세 무렵부터 걸을 때마다 통증 호소, 운동하기 싫어함, 파행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어린 나이 때부터 관절염에 시달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CHD 확인을 위해서는 어린 연령에서부터 조기검사가 필요합니다.

CHD는 펜힙 검사(PennHIP examination)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검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개발돼 선진국들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펜힙 검사는 반려견이 갖고 있는 고관절의 유전적인 불안정한 정도를 측정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고관절의 불안정한 정도가 클수록 향후 관절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펜힙 검사 시 견인기(Distractor) 장비를 이용해 고관절의 불안정성을 측정하게 되는데 이는 distraction index(이하 DI)라고 부릅니다. DI는 반려견마다 다양한 측정값을 갖고 있으며 견종별로 그 값에 대해 상세한 연구가 이뤄져 있습니다.

DI 정도에 따라 향후 관절염으로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DI가 품종 평균보다 높으면 고관절의 불안정성이 높고, 평균보다 낮으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고관절이라 여길 수 있습니다. 펜힙 검사 시 반려견의 뒷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가 필요하며 다리 근육의 원활한 이완을 위해 마취가 필수입니다. 따라서 펜힙 검사 전 금식과 마취가 가능한 지에 대한 정확한 검사가 동반돼야 합니다.

펜힙 검사의 장점은 첫째, CHD에 대한 조기 검진을 통해 선제적 대응 및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검사와 달리 펜힙 검사는 생후 16주령부터 실시할 수 있습니다. DI 값이 높게 나올 경우 향후 관절염으로의 진행을 완화하기 위해 체중 관리, 적절한 운동 및 관절에 도움이 되는 사료, 보조제의 처방 등 선제적인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펜힙 검사는 후천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비만 강아지나 무리한 활동을 하지 않은 강아지는 기존 방사선 검사 시 CHD가 과대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른 강아지들보다 관절염이 더 진행됐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펜힙 검사로 측정하는 DI는 해당 강아지가 갖고 있는 고관절의 유전적인 불안정한 정도를 의미하기 때문에 비만과 같은 후천적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펜힙 검사는 반려견의 교배 여부를 가늠하는 정확한 척도의 하나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DI는 다른 검사와 비교 시 부모 세대에서 자손 세대로의 세대 간 유사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펜힙 검사를 통해 DI가 평균보다 낮고, 관절염 소견이 보이지 않을 때는 보통 교배가 추천됩니다.

펜힙 검사는 인증 받은 수의사에 의한 검사만 공식 검사로 인정됩니다. 펜힙 검사 공식 주관기관인 AIS(미국 소재)로부터 인증을 받은 수의사가 정확한 펜힙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숙련된 의료진에 의한 안전한 마취 및 신속한 검사가 가능합니다. 검사 이후에는 내·외과와의 협진 및 한방재활센터와의 연계를 통해 레이저 치료, 침·뜸 등의 한방 치료, 그리고 재활운동치료와 줄기세포치료 등 강아지에게 적합한 예방 솔루션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CHD는 더 이상 우리 반려견들에게 극복하지 못할 질환이 아닙니다. 조기 검사와 예방 및 재활운동치료를 통해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질환입니다. 펜힙 검사를 통해 반려견들이 CHD의 고통에서 작게나마 벗어나고 보호자가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장진원 수의사(VIP동물의료센터 영상의학과 과장)

VIP동물의료센터 영상의학과 과장 장진원 수의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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