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8:38 (수)
고양이 급식소 가로막은 눈더미 '논란'…동물혐오 vs 무단적치물
고양이 급식소 가로막은 눈더미 '논란'…동물혐오 vs 무단적치물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황덕현 기자
  • 승인 2021.01.15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급식소 출입구 눈으로 막아 고의성 제기돼
타인 배려없는 수거함 옆 설치 장소도 문제
13일 서울 마포구 길고양이 급식소 입구에 눈이 쌓여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황덕현 기자 = 서울 마포구내 설치된 길고양이(동네고양이) 급식소를 둘러싸고 '동물혐오' 논란이 일고 있다. 주변에 눈이 다 치워진 상황에서 유독 급식소 앞에만 눈이 산처럼 쌓여 있어서다. '동물을 혐오한 사람이 고의적으로 그런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급식소가 설치된 곳이 의류수거함 바로 옆인데다 차와 오토바이가 많이 지나는 곳이어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람은 물론 길고양이에게도 위험한 만큼 '무단 적치물'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동물혐오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무단 적치물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 "고양이혐오자가 눈으로 출입구 막아"

15일 제보자 A씨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폭설이 내린 이후 연남동내 설치된 한 고양이급식소 앞에만 유독 눈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이 발견됐다. 눈더미가 급식소 입구를 막은 상태여서 누가 봐도 고의로 눈을 쌓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입구가 막혀 있었던 탓에 고양이들이 먹이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졌다. 급식소에 밥을 먹으러 오는 것이 습관이 된 고양이들은 사료를 먹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이 모습을 본 주민 B씨는 "고양이 밥 주는 사람들(캣맘)이 간간이 왔다가는 걸 고양이들이 알아서 5~6마리가 때 되면 오곤 한다"며 "급식소 입구를 눈으로 아예 막아놔서 몇 마리가 왔다가 그냥 돌아갔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지자체 관계자에 따르면 제설작업은 주로 구청과 주민센터에서 한다. 큰 도로의 경우 구청에서, 골목길과 같이 좁은 곳은 주민센터 쪽이 맡아서 치운다. 최근엔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우기'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어서 개인이 치우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길고양이 급식소에 누가 눈을 쌓아놨는지는 확인이 쉽지 않다.

마포구가 지원하는 급식소는 관내 10곳이다. 연남동 쪽에는 경의선책거리와 홍익문화공원에 설치돼 있다. 관리는 캣맘들이 한다. 하루 2번씩 사료와 물을 주고 주변 청소도 하면서 고양이들을 살핀다. 하지만 구청이 설치 여부조차 몰랐던 이곳 급식소 앞에 쌓인 눈은 이틀이 넘게 치워지지 않았다.

눈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 사료만 놓아 둔 흔적도 발견됐다. 하지만 제설작업을 할 때 염화칼슘을 쓰기도 해서 눈 위에 있는 사료를 고양이가 잘못 먹으면 탈이 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캣맘이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13일 서울 마포구 길고양이 급식소 입구에 눈이 쌓여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 "수거함 옆 차량 다니는 곳에 설치돼 위험"

길고양이 급식소 입구를 눈으로 막은 사람도 잘못이지만 애초 급식소 설치 장소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급식소가 설치된 장소가 의류수거함 바로 옆이고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울음소리를 무서워하는 사람, 또는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옷을 버리려 왔다가 놀랄 수 있다. 수거함 안으로 고양이가 들어가거나 새끼를 낳을 수도 있어서 수거함 관리자가 당황할 수도 있다"면서 누군가 항의성으로 눈을 쌓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주변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다니는 곳이라 고양이가 자칫 로드킬을 당할 수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로드킬을 당한 동물 1위는 길고양이다. 2017년 6612마리, 2018년 6947마리, 2019년 5589마리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 공원이 아닌 자동차 밑 또는 차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먹이를 줘서 경계심을 없앤 것도 로드킬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의류수거함 옆에 설치된 급식소는 구청이 지원하지 않는 무단 적치물이기도 하다. 해당 급식소는 반려동물용품 쇼핑몰 뽀시래기가 출시한 제품이다. 뽀시래기 측은 "급식소는 판매도 하고 기부도 한다"며 "구매자가 설치할 수 있도록 제품만 보내주기 때문에 누가 설치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급식소는 고양이들이 음식물쓰레기를 뒤지는 일을 줄이는 등 애묘인과 비애묘인간 갈등과 민원을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아무 곳에나 설치하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재영 국경없는 수의사회 대표는 "고양이는 다른 동물에 비해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극단적으로 나뉜다"며 "과거보다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고양이에 대한 긍정 문화가 향상되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캣맘들은 급식소를 나무와 풀이 있는 공원 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에 설치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생각해줘야 한다. 그런 곳이 고양이에게도 안전하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고양이가 존재만으로 쥐와 같은 설치류를 방어해 주는 유익한 동물이라는 것을 생각해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14일 서울 마포구 길고양이 급식소 입구에 눈이 쌓여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 동물 건강, 교육 등 더 많은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도 기다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