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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트럭에 실려온 7마리 강아지 가족 '안락사 위기'
새벽 트럭에 실려온 7마리 강아지 가족 '안락사 위기'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박수빈 인턴기자
  • 승인 2021.01.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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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애견훈련소에 유기 "제발 버리지 말아주세요" 호소
훈련소에 버려진 7마리 개들. 사진 GPS애견학교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박수빈 인턴기자 = 이른 새벽 애견 훈련소에 버려진 강아지 가족 7마리가 안락사 위기에 처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훈련소 측은 이전에도 이런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제발 버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28일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GPS애견학교에 따르면 지난 21일 새벽 5시30분께 흰색 트럭을 타고 온 사람이 훈련소에 개들을 버리고 떠났다. 버린 개들은 무려 7마리. 모견 1마리와 태어난 지 2~3개월 정도 된 새끼 강아지 6마리였다. 강아지들 옆에는 20kg 사료가 하나 놓여 있었다.

CCTV를 확인해 개를 버린 사람을 찾으려했지만 워낙 주변이 어두운 탓에 확인이 어려웠다. 훈련소에서는 결국 파주시에 신고, 개들을 지자체 위탁 보호소에 보냈다. 지자체 보호소로 보내면 10일의 보호기간 이후 입양을 보낸다. 입양이 안 될 경우 안락사 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규학 훈련사는 "사실 위탁업을 하면서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다"며 "우리한테 버리면 잘 키워주거나 다른 가정에 입양 보내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도 7마리를 한꺼번에 유기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7마리 개들은 다 크면 10㎏이 넘는 혼종(잡종)이자 일명 '마당개'(시골개)로 추정된다. 경기 지역에는 폐업하는 개농장에서 버려지는 개나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로 돌아다니는 개들이 많다.

예전에는 이런 마당개들을 장터 등에서 쉽게 판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판매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개를 팔다가 자칫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동물학대로 신고당할 수도 있어서 판로가 막힌 사람들이 버리는 경우가 늘었다.

7마리 개들을 키운 사람도 이같이 마당개로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아 애물단지가 되면서 갖다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마당개들의 상당수는 예방접종도 잘 하지 않아서 파보바이러스 등 전염병에 걸려 죽기도 한다. 예방접종도 안 한 7마리 개들은 사설 보호소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훈련소에서도 데리고 있을 수 없어 결국 지자체 보호소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김 훈련사의 얘기다.

그는 "이곳에 전염병이 돌면 훈련소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고 소문이 나고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전에도 누가 반려견을 버려서 CCTV를 추가 설치했다. 그런데 이번엔 어두울 때 버려서 찾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에 유기견을 입양 보낸 적이 있는데 계속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오히려 더 버릴 수 있어서 지자체 보호소에 신고했다"며 "어떤 사람은 이런 외진 곳에 사람들이 갖다버리는 게 당연하다며 훈련소에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당황스러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유기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실제 적발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적발한다고 해도 발뺌하면 그만이다. 특히 훈련소에 맡겨 놓고 연락이 두절된 경우는 유기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어서 신고하기가 더 난감하다고 김 훈련사는 말했다.

그는 "경찰에 신고해도 견주와 훈련소가 계약 관계고 견주가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기라고 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푸념했다. 훈련소와 같은 위탁업을 하는 사업자들은 코로나19 여파에 유기견까지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김 훈련사는 "개를 맡길 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포기한다는 내용을 삽입한 계약서를 쓴다. 하지만 보호자가 연락이 두절됐다고 지자체 보호소에 보내는 것은 죄책감도 들고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맹견이라 입양 보내기도 힘든 카네코르소를 맡기고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제발 그만 좀 버려달라"고 하소연했다.

훈련소 앞에 버려진 개들. 사진 동물보호관리시스템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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