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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 굶주리던 유기견과 입양동행…이동봉사를 아시나요
맞고 굶주리던 유기견과 입양동행…이동봉사를 아시나요
  •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승인 2021.02.1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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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편 이용 육지부 입양가정·임보처로 유기견 실어날라
신규 봉사자 유입 쉽지 않아…"홍보 절실"
제주에서 구조된 강아지가 이동봉사자와 함께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독자 제공)2021.2.13/뉴스1© News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에 한파가 몰아치던 1월의 어느 날, 진도믹스 암컷 두 마리가 중성화 수술도 없이 한 농가에 묶인 채 방치되고 있었다.

주인에게 맞고 사료조차 제대로 얻어먹지 못해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있는 상태였다.

설상가상 두 어미 개가 최근 낳은 새끼만 해도 총 10여 마리.

이 중 네 마리는 혹독한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주인의 학대와 무관심 아래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가던 이 대가족은 최근 비행기를 타고 임시보호처와 입양가정으로 향할 수 있었다.

수년 전부터 제주도 내 유기견들을 구조하고 있는 이모씨(38)와 전국에서 뻗친 이동봉사자들의 따뜻한 손길 덕이다.

유기견 이동봉사는 구조된 동물을 타 지역 혹은 타국에 있는 임시보호처나 병원, 입양가정으로 실어나르는 활동이다.

제주와 같은 섬의 경우 차량으로 이동할 수 없어 비행기나 배편으로 유기견을 실어나를 이동봉사자가 필요하다.

특히 제주도는 중성화비가 비싸고,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치료를 위해서라도 육지부 이동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씨는 "제주를 오가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모집에 난항을 겪진 않는다"면서도 "이동봉사를 아는 이들이 적다보니 한 번 하셨던 분들이 계속 봉사에 참여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동봉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해 신규 봉사자 유입이 쉽지 않은 환경인 셈이다. 이동봉사를 알게 된 후 봉사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이 "진작 알았으면 더 많이 참여했을텐데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시 용강동 제주도 동물보호센터에서 한 유기견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2018.2.16/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항공사마다 동물 무게와 마릿수 제한 규정은 다르지만 봉사 방법은 어렵지 않다.

예약한 비행편만 있다면 누구든지 유기견을 실어나를 수 있다.

이씨는 "이동봉사자가 모집된 후 항공사에 동물 탑승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신청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며 "김포공항에 도착하면 제가 아이들을 픽업해 입양가정이나 임시보호처로 이동시킨다"고 설명했다.

부산, 목포 등 제주에서 배로 갈 수 있는 지역이라면 비행기가 아닌 배편으로도 이동봉사가 가능하다.

특히 여객선에 차량을 싣고 갈 경우 마릿수 제한이 없어 한꺼번에 많은 유기견들을 이동시킬 수 있다.

제주와 같은 도서지역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는 차량으로 유기견을 옮겨줄 봉사자가 절실하다.

다만 봉사자 모집은 전적으로 개인과 소규모 구조 단체에 맡겨져 있는 실정이다.

이들 대부분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동봉사자를 모집한다.

제주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제주에서 구조한 유기견을 육지부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아직까진 없다"며 "입양가정에서 직접 제주로 내려오거나, 개인적으로 인원을 모집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이동봉사와 관련한 홍보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제주 이동봉사의 경우 대부분 항공편을 통해 이뤄지는만큼 항공사에서 이동봉사와 관련한 홍보에 나서주면 어떨까 희망한다"며 "홍보가 활발해지면 이동봉사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역 유기동물 수는 2016년 3027마리, 2017년 5828마리, 2018년 7979마리, 2019년 8111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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