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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입양하는데 이혼 경력 왜 필요?…신상털이식 정보 요구 논란
유기견 입양하는데 이혼 경력 왜 필요?…신상털이식 정보 요구 논란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1.02.22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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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침해, 과도한 정보 요구에 입양률 ↓
임시보호 활용하고 교육과 표준양식 필요
경기도 한 사설동물보호소의 유기유실견들.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일부 동물보호단체가 유기유실동물을 입양하는데 신분증 사본은 물론 이혼 경력까지 기재하게 하는 등 도 넘은 개인정보 요구로 논란이 되고 있다.

개인정보 기재가 불편해 입양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이 같은 신상털이식 정보 요구가 오히려 입양률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정보 기재보다 입양 동물과 성격, 환경 등을 맞춰보고 데려가거나 표준 입양신청서 양식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잠재적 유기·학대범 취급에 입양하려다 포기

22일 동물단체 등에 따르면 보호소 동물을 입양하기 위해서는 상담을 하고 신청서를 작성한다.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하는 곳도 있다. 동물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사는지 확인하고 파양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문제는 일부 단체의 입양절차가 너무 까다롭다는 것이다. 설문 문항만 40~50개에 달한다. 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이혼 여부까지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생긴다.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관공서에서도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 수집을 자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설보호소가 동물 입양을 이유로 신분증과 재직증명서까지 요구하면서 개인정보 침해 우려까지 나온다. 누구나 쉽게 보호소를 설립하는 상황에서 낯선 사람에게 세세한 정보를 넘기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다.

유기동물 입양을 위해 한 보호소에 연락을 했던 A씨는 "사지 말고 입양하라고 해서 유기견을 키우려고 입양신청서를 찾아봤다"며 "그런데 가족 관계랑 여러 가지 묻더니 혼자 산다고 하니까 파양할 수도 있다며 연락을 끊더라. 동물은 편견 갖지 말라면서 사람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강아지를 좋아해서 입양하려던 건데 잘 모르는 사람한테 개인정보를 넘긴다는 게 찜찜해서 그냥 포기했다"며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받고 잠재적 유기·학대범 취급 받으면서 데려오고 싶지 않아서 다른 곳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 임시보호, 사전교육 등으로 파양 줄일 수 있어

동물단체 관계자 중에서도 까다로운 입양절차를 문제 삼는 사람도 있다. 대다수 보호소가 환경이 열악하고 지자체보호소의 경우 안락사를 당할 수도 있어서 나중에 파양이 되더라도 입양을 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한 관계자는 "책임감이 중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런 것 저런 것 다 따지다 보면 입양이 어렵다"며 "더욱이 우리나라는 아파트 문화라서 중·대형견들은 입양이 쉽지 않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다 배제하면 유기견들은 열악한 환경의 보호소에 계속 머물다 죽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입양신청을 무조건 까다롭게 받기보다 임시보호나 사전교육 등을 통해 반려동물과 잘 살 수 있는지 맞춰보고 입양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서류상으로 꼼꼼하게 적어도 막상 데려가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강동리본센터나 서초동물사랑센터 등은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와 까다로운 입양절차 대신 사전 미팅과 교육을 한다. 현실적으로 잘 지낼 수 있는지를 직접 맞춰보는 것이다. 그 결과 파양은 거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또 동물 입양에 있어서 표준화된 양식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경선 강사모 대표는 "동물복지와 동물권이 신장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하지만 동물을 유기하고 학대한다는 전제하에 사람을 대하거나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일은 문제가 있다. 표준 양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아지, 고양이가 아파서 버려지기도 하지만 행동문제 때문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주거환경과 책임감은 물론 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며 "양육에 필요한 교육을 하고 동물과 입양자와 잘 맞는지 등을 고려해야 현실적으로 입양률이 더 많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기도 한 사설동물보호소의 유기유실견들.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 뉴스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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