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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더워지자 파리까지 꼬였다"…길고양이 쓰레기집 다시 가보니
"날씨 더워지자 파리까지 꼬였다"…길고양이 쓰레기집 다시 가보니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최은지 인턴기자
  • 승인 2021.04.02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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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치웠지만 곳곳 배설물…깨끗한 곳도 있어
"지저분한 환경은 사람, 고양이 다 위험 빠뜨려"
[편집자주]이 기사는 특정 캣맘이나 동네를 비난하기 위한 기사가 아닙니다. 동물을 위한 행동이 때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애묘인과 비애묘인이 모두 '공감' 할 수 있는 성숙한 동물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길고양이 집이 쓰레기더미 같이 쌓여있는 서울의 한 지역을 다시 한 번 방문했습니다. 캣맘들이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는 고양이집 사례는 기사 본문과 영상에 나와 있습니다.

3월 29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 쌓여있는 쓰레기더미 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락날락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최은지 인턴기자 = "저게 길고양이 집이라고요? 쓰레기더미 아닌가요?"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강아지와 함께 지나가던 한 여성이 구석에 쌓여 있는 스티로폼과 상자 등을 보고 깜짝 놀라며 한 말이다.

얼핏 보면 쓰레기처럼 보이는 이 안을 검은 색 고양이가 익숙한듯 들락날락거렸다. 누군가 이곳에 밥을 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바로 옆 공간에는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3월 29일 경의선숲길 2군데에 쓰레기처럼 보이는 길고양이 집과 급식소가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집 관리 안 하면 결국 피해는 고양이한테"

2일 알려진 속사정은 이랬다. 누군가 이 지역에 길고양이 겨울집(급식소 포함)을 갖다 놓기 시작했다. 집의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게다가 지저분했다. 그렇다고 집을 함부로 치우기도 쉽지 않았다. 일부 캣맘들이 '불쌍한 고양이들의 집을 치운다'고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에서 새로운 급식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공원 내 집은 치웠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다 치웠다는 고양이집의 일부는 공원 울타리 바로 옆에 쌓여 있었다. 그곳은 사유지로 알려져 있다. 건물 주인이 치워달라고 부탁했지만 치우지 않았다고 한다. 고양이집을 또 설치할까봐 토지에 식물을 심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공무원, 수의사 등 다수의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선뜻 얘기하기를 꺼려했다. 말 한 마디가 조심스럽고 캣맘들에게 계속 민원을 받는 것이 두려워서였다.

경의선숲길에 쌓여 있는 고양이집은 1군데가 아니었다. 반대편 방향 공사장 앞에도 스티로폼으로 만든 집이 많이 쌓여 있었다. 밥그릇과 물그릇도 있었다. 밥을 주는 사람이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지난달 25일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길고양이 집…"없던 혐오 생길 판" 주민들 고통'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간 바 있다. 이후 고양이카페에 공유되면서 "이미 다 치웠다" "기자가 직접 가서 확인한 것 맞냐" "밥자리가 노출돼서 고양이들이 죽었다" 등등 댓글이 달렸다. 그래서 해당 아파트 단지를 다시 찾아갔다.

3월 29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 설치돼 있는 길고양이집. 한군데에만 6~7개가 있고 얼핏 봐도 지저분한 모습이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일부는 치웠지만 여전히 많은 고양이집이 그대로 방치돼 있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날이 더워지면서 먹이그릇에는 파리가 날아다녔다. 고양이집이 설치된 인근 어린이놀이터 모래밭에는 고양이 배설물이 꽤 많았다. 잠깐 치웠는데도 비닐봉지가 금방 찼다.

고양이는 모래에 배설을 하는 습성이 있다. 배설을 한 뒤 모래로 덮는 고양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고양이도 있다. 요즘은 펫티켓 문화가 많이 정착돼서 견주들은 배변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치운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은 캣맘이 배설물을 치워야 한다는 법은 없어서 치우지 않아도 문제는 안 된다. 자발적으로 치워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3월 29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 있는 어린이놀이터. 놀이터 양쪽으로 길고양이 집이 설치돼 있고 모래에서 배설하는 고양이들의 특성상 변이 꽤 많았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이곳에 사는 고양이는 26마리. 고양이 숫자보다 집이 더 많았다. 고양이집이 1층 세대 바로 밑에 있거나 주차장 옆에 있기도 했다.

이런 장소는 고양이 울음소리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고양이들도 차나 오토바이에 부딪혀 로드킬 당하기 쉬운 위치다. 애초에 고양이집을 설치해서는 안 되는 곳들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사람도 동물도 힘들어지는 상황을 초래하는 셈이다.

3월 29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길고양이집과 급식소. 이 사진 속 집만 세어봐도 10개가 족히 넘는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3월 29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 길고양이 집을 철거한 흔적이 남아 있다. 몇 개는 쓰레기장에 놓여 있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일부 깨끗한 고양이집도 있었다. 관리하는 캣맘이 다른 듯했다. 깨끗한 집을 본 한 주민은 "대다수 사람들은 고양이를 혐오하거나 싫어하는 게 아니다. 생명인데 같이 살아야지"라며 "집을 잘 관리한다면 누가 설치하는 걸 반대하겠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본지 기사가 나간 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서로 소통하며 깨끗한 고양이집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3월 29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길고양이 집과 급식소. 같은 단지 내 다른 고양이집보다 깨끗하다. 다만 첫 번째 사진은 통풍을 필요로 하는 시설물 앞에 놓여 있어서 집을 옮기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오염된 집 지적했더니…"고양이 독살당했다" 주장

다만 일부 캣맘들은 각종 온라인 카페를 통해 '혐오'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기사가 나가고 지난달 27일 토요일에 밥자리가 노출된 고양이 1마리가 혐오자에 의해 독살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죽은 고양이는 1마리에서 갑자기 6마리까지 늘었다는 얘기도 했다. 심지어 주말이 낀 상황에서 경찰이 벌써 수사를 들어갔다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 말대로라면 이 아파트에는 현재 20마리 고양이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경찰 수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에 들어갔다고 해도 혐오 범죄로 인한 독살이라고 단정짓기는 쉽지 않다. 독성 물질을 먹었다고 해도 누군가 의도적으로 먹인 것인지, 밥을 주다 실수로 다른 물질까지 잘못 먹인 것인지, 고양이가 스스로 먹은 것인지 등은 알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캣맘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단 댓글. 관련 기사가 나간 뒤 고양이가 죽었다며 반복해서 댓글을 달았다. © 뉴스1

일부 동물보호단체와 캣맘들은 길고양이가 죽으면 혐오 범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개체수가 늘어난 고양이들이 죽는 이유는 로드킬이나 전염병, 동족끼리 싸움, 개 물림 등으로 죽는 건수가 많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자치구별 동물사체 처리현황을 보면 2016년 1월부터 2020년 9월까지 3만마리에 가까운 길고양이들이 로드킬을 당해 생을 마감했다. 2019년의 경우 서울시 길고양이 숫자는 11만6000마리로, 이 중 5589마리가 로드킬을 당했다.

한 동물구조 전문가는 "주차장, 길가에 설치한 급식소에서 영역다툼을 하다 밀려난 고양이들 중에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꽤 많다"며 "고양이가 특정 영역을 벗어나면 죽는다고 잘못 알고 있는 캣맘들이 위험한 장소에 밥을 줘서 사고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길고양이들에게 밥만 주고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전염병에 걸려 죽는 경우도 상당수다. 진드기, 벼룩 등 구제가 되지 않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인수공통감염병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는 지저분한 환경에 노출되면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오염된 고양이집은 차라리 설치하지 말거나 철거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수의계 관계자는 "고양이들이 죽으면 동물학대를 당했다고 생각해 부검을 포함, 병성감정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그런데 검사해보면 세균,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는 경우가 70%다. 독성 물질이 발견됐다고 해도 혐오 범죄 여부는 경찰 조사를 해야 알 수 있는 것이니 함부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길고양이와 공존을 위한 서울시 포스터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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