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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발 변이 코로나, 반려견에서 시작됐을 가능성"
"영국발 변이 코로나, 반려견에서 시작됐을 가능성"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1.04.20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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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연구팀 "개에서 초기 감염 사례 발견…밍크·고양이도 후보군"
"반려동물이 숙주로 밝혀지면 도살 필요…동물 백신 개발해야"
서울시 동물이동검체채취반이 10일 강북구 확진자가 기르던 반려동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영국에서 처음 출현해 전염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가 반려견 감염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실일 경우, 반려동물에게도 백신을 맞혀야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1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세포생물학연구소 첸루오난 교수의 영국발 변이(B117) 기원 연구팀은 지난 16일 관련 사이트(biorxiv.org)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그간 세계 각국 감염 샘플을 모아 조사했지만, 영국발 변이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다 동물까지 조사 범위를 높이자, 개의 초기 감염 사례들이 발견된 것이다.

첸 교수와 연구팀은 "초기 변이주는 개에서 발현했고, 급속한 변이를 거쳐 인간에게까지 퍼졌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영국발 변이주에는 이전에 인간 감염에서 거의 볼 수 없던 9개의 변이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 변이들은 연관된 유전자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 전체 바이러스 게놈에 걸쳐 광범위하게 확산했는데, 이 모든 변이가 동시에 출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설명이다.

첸 교수와 연구진은 "이 9개의 변이는 순차적으로 생겨났고, 영국 밖에서 생겨나 인간이 아닌 숙주의 변이를 획득했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들이 발견한 초기 개 감염 샘플엔 작년 7월 미국에서 나온 감염 사례도 있었다.

아울러 개가 가장 가능성이 높고, 밍크나 고양이일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동물과 사람이 모두 걸릴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특히 WHO 기원조사팀은 박쥐에서 유래된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동물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낸 바 있다.

그러나 인간과 동물은 면역 체계가 달라 바이러스가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도약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첸 교수와 연구진은 "영국발 변이주는 감염력을 증가시키는 독특한 진화 전략을 갖고 있어 더 쉽게 퍼진 반면 한 숙주 내 복제 수는 줄였다"면서도 "이러한 전략이 변이가 숙주의 종 차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는 동료 검증을 거치지는 않았다고 SCMP는 전했다.

26일 경기 부천시 스토어봄 부천점에서 관계자가 반려동물 마스크를 소개하고 있다. 국내 첫 반려동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옮긴 사례는 없지만, 방역수칙은 사람과 똑같이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1.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영국발 변이주 출현은 연구원들에게 큰 혼란 요소였다. 작년 9월 잉글랜드 켄트와 런던에서 2명의 감염 환자가 격리된 이후, 이 변이는 빠르게 확산해 영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도 우세종이 됐다.

영국에서는 최근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변이주 감염 사례가 상당수 보고되고 있다.

하얼빈 수의학연구소의 큐리안동(Qu Liandong) 바이러스학 교수는 "이번 이론을 입증하려면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에게서 발견된 변이가 영국인 환자에게서 처음 확인된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은 데다, 각국 연구진이 확보한 게놈 서열이 수십만 명에 달한다고 해도 전체 환자 수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 변이주의 일부 초기 형태가 샘플링 프로그램에서 누락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큐 교수는 "개와 같은 반려동물이 숙주로 밝혀지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까지 팬데믹과 싸우기 위한 거의 모든 조치들이 인간만을 염두에 두고 취해졌는데, 동물이 연관되면 게임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한 양계장에서 조류 독감이 발생하면 세계 표준에 따라 그 양계장의 모든 닭을 죽인다. 만약 동물발 변이가 사람을 감염시킨다면, 그 감염지에서는 취약한 동물은 물론 건강한 동물까지 모두 제거돼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큐 교수는 "개는 인간의 중요한 동반자이지만, 그들이 코로나19의 변이를 생성해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 도살될 수 있다"고 했다.

도살의 다른 대안은 동물에게 백신을 맞히는 것이다. 큐 교수는 "인간 백신을 줄 수는 없고 완전히 새로운 버전의 동물 백신을 개발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코로나19의 동물 감염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멜리타 부즈노비치 WHO 러시아 대표는 지난달 초 "사람과 접촉한 밍크, 개, 집고양이, 사자, 호랑이, 너구리 등 몇몇 동물들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며 동물 전염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한 러시아 연방 동식물위생감독국(Rosselkhoznadzor)은 연방동물건강보호센터가 개발한 동물용 코로나19 백신 '카르니백(Carnivac-Cov)'을 3월 말 세계 최초로 승인하고 양산에 들어갔다. 감독국에 따르면 해당 동물 백신 임상 결과 항체 생성 효과는 100%, 추정 면역 보호 기간은 6개월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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