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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 없어진 유기견에게 희망 준 수의사 "수술하다 어깨 쥐났죠"
항문 없어진 유기견에게 희망 준 수의사 "수술하다 어깨 쥐났죠"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22.03.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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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피플]윤헌영 건국대학교 부속 동물병원장
윤헌영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가 2020년 라오스 봉사활동 당시 강아지와 교감하는 모습(건국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만약 항문이 손상되거나 괄약근이 약해져 배변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다. 그나마 사람은 불편함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은 표현조차 하지 못한다.

이런 동물을 위해 세계 최초로 다리 근육 중 하나를 사용해 항문 괄약근 재건에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건국대학교 부속 동물병원 수의사들이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사는 동물병원장인 윤헌영 수의과대학 외과 교수다.

윤 원장은 학자이자 술자(통상 외과의사를 이르는 말)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아픈 동물들을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수의료 발전을 위해서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대학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헌영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가 21일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 "어렸을 때부터 수의사가 꿈…라오스 등 해외 봉사도"

"한 동호회에서 유기견을 구조해 동물병원을 찾아왔어요. 강아지가 선천적 질병도 있고 지역병원에서 5번 수술을 받고 온 상태였죠. 항문 수술을 많이 해서 괄약근이 없어진 탓에 변을 흘리고 다니더라고요. 안쓰럽다는 생각에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하다 '다리 근육을 이용해 항문 재건 수술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까지 시도한 적이 없는 거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했죠. 다른 나라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는 수술법이었죠. 수술은 성공적이었어요. 생명에 대한 사랑이 가져온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윤 원장에 따르면 최근 진료진과 함께 유기견의 항문 재건 수술을 진행했다. 동물의 다리 근육 중 하나를 사용해서 항문 괄약근 재건 수술을 한 것은 세계 최초다. 강아지의 나이는 이제 3살. 평균 수명이 15세임을 감안할 때 유기견에게 삶의 희망을 준 것이다. 수술이 잘 끝난 덕에 강아지도 건강하고, 함께 살게 될 가족들도 행동문제를 걱정하지 않게 됐으니 이보다 큰 선물이 있을까.

윤 원장은 수의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산업동물 수의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소, 돼지, 사슴 등을 진료하는 모습을 봐 온 덕분이었다. 집에서 강아지, 고양이도 많이 키워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동물에 대한 사랑이 자연스러웠다고. 동물을 향한 애정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모양이었다. 교수실 한쪽에는 학생들의 응원글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많이 봐서 동물이란 동물은 다 좋아했다. 자주 보는 TV프로그램도 동물의 왕국"이라며 "수의대 봉사동아리 바이오필리아 지도교수로 학생들과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봉사도 갔다. 코로나 때문에 최근엔 못 갔지만 전에는 라오스에 가서 소, 돼지가 전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접종을 해줬다"고 밝혔다.

동물을 좋아하는 윤 원장이지만 속상할 때도 있다. 신이 아닌 이상 늘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다 보니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때다. 종종 수의사들이 최선을 다해 치료하지 않았다고 보호자들이 오해할 때면 속상한 마음에 잠을 못이루기도 한다고.

그는 "동물들의 병을 고치는 것을 장난감 수리하듯이 뚝딱 고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있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보호자들의 반응에 힘들 때가 많다. 수술을 하고 결과 좋지 않았을 때 보호자보다 수의사들도 더 많이 운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래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임상 수의사로서 아픈 동물들을 치료한다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란다. 장시간 수술하다 보면 어깨가 저리고 디스크가 올 때도 있지만 동물들을 보면 아픈 것도 잊는다고.

그는 "6~7시간 수술하다보면 팔, 다리, 어깨에 쥐가 나기도 한다. 수술 후에는 녹초가 된다. 직업병으로 생긴 디스크 때문에 스트레칭을 매일 해야한다"며 "속상할 때도 있지만 수술이 잘 끝나 한 생명이 살아났을 때 보호자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보람을 느낀다"고 빙그레 웃었다.

윤헌영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왼쪽 두번째)가 2020년 1월 라오스에서 소 백신접종 봉사활동을 한 뒤 수의대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건국대 제공) © 뉴스1

◇ "병원 시스템 체계화·특화된 센터 설립 등 수의계 선도"

윤헌영 원장은 2018년 건대 동물병원장에 취임한 이후 병원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일은 병원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것이었다. 보호자들과 마찰을 줄여줄 수의료 기록을 전산화 하고 진료진의 처우 개선 등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그는 "의료기록을 온라인화 하면서 수기 차트는 더 이상 쓰지 않았다"며 "보호자들이 믿을 수 있는 병원, 진료진이 일하고 싶은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동물병원은 건대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세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동물병원 내 7개 센터 설립 발전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가 지난해 8월 문을 연 KU동물암센터다. 국내 수의과대학 최초로 선보인 암센터에는 종양분석팀이 따로 있다. 외과에서 종양 조직을 떼서 분석팀에 보내면 관계자들이 명확하게 분석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그 뿐 아니라 암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도 한다.

그는 "KU동물암센터는 맞춤형 치료 뿐 아니라 임상시험실시기관으로 인증 받아 신약 개발까지 가능한 원스톱 시스템을 갖췄다"며 "동물과 사람의 종양이 큰 차이는 없다. 동물 신약이 개발되면 사람에 대한 신약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 동물들 덕분에 사람들의 암 치료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령동물들이 늘어나면서 동물병원에 오는 환자(환견, 환묘)들의 40%가 암 때문에 방문한다"며 "세계적인 수준의 동물병원이 되기 위해 암센터와 같이 특화된 센터가 여러 개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병원에도 도움을 주고 협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는 암센터에 이어 오는 5월 헌혈센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센터에서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는 '아임도그너' 캠페인도 진행한다. 공혈견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피를 채혈당하는 개들을 대신해 보호자들의 동의하에 반려견들이 헌혈해주는 캠페인이다. 헌혈을 하면 건강검진도 해준다. 헌혈을 하는 개들이 대부분 대형견이라는 점에서 '큰 개들은 다 무섭다'는 편견도 깨줄 수 있다.

윤 원장은 "철장에 갇혀 채혈당하는 매혈견들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 사람은 가둬놓고 밥 주면서 피만 뽑아서 팔지는 않으니까"라며 "외국에서는 은퇴한 경주견이나 군견을 가둬놓고 피를 뽑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바꿔야할 문화"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암센터 2층에 아임도그너 헌혈센터를 개설해 현대차와 함께 보호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요청할 계획이다. 동물 헌혈센터는 아시아 최초"라며 "대형견 1마리가 헌혈하면 소형견 4마리가 산다. 이전에 캠페인을 진행했을 때 많은 분들이 참여해 헌혈영웅견들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난치성 질환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동물들의 윤리적인 부분까지 생각하는 것, 그것이 대학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KU동물암센터 내부.(건국대 제공)/뉴스1 © 뉴스1


환견들을 위해 헌혈한 강아지들(건국대 동물병원 제공) © 뉴스1

건국대 동물병원은 최근 동물애호가인 유자은 이사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건물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과 장비 마련은 물론, 반려동물과 보호자 친화적인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다.

동물병원 방문객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현대 감각에 맞춰 시설을 재정비하고 한쪽에 산책이 가능한 공간도 조성 중이다. 다음달 완공 예정이다.

윤 원장은 "대학의 동물병원이 대한민국의 수의학을 선도해야 한다"며 "병원도 현대식에 맞춰 반려동물 친화 병원으로 바꾸고 수의학 발전에 이바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동물병원은 대한민국의 수의학과 진료를 발전시키고 세계적으로 수의학과 진료 분야를 선도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암센터, 헌혈센터로 시작하지만 향후 특화된 센터를 중심으로 특정 질병이나 분야에 있어 수의학 전체를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윤헌영 건국대학교 부속 동물병원장 프로필 © 뉴스1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및 환경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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