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대구 수성구가 제정한 동물보호·관리 조례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대받는 동물이 발견됐는데도 지자체가 제대로 손을 쓰지 않고 있어서다.
7일 대구 수성구에 따르면 수성구는 2019년 12월20일 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나 2년이 넘도록 동물복지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고 동물보호명예감시원도 위촉하지 않았다.
또 수의사회에 위탁을 줘 유기견 등을 보호할 수 있는 동물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로 운영되는 동물병원 6곳이 전부여서 보관 장소도 턱없이 부족하다.
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는 구청장이 자문을 위해 동물복지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고, 동물복지위원회는 유실·유기동물 또는 피학대동물을 발견하거나 신고받으면 구조·보호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최근 경기 양주시에 있는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은 수성구 주민의 제보를 받아 불법 투견장으로 의심이 되는 현장을 발견, 경찰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견주 A씨를 고발했다.
캣치독팀이 지난 3일 현장을 방문한 결과 핏불테리어 등 맹견 21마리가 음식물쓰레기에서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르는 환경에 노출돼 있었고, 주변에는 러닝머신 1대, 소와 돼지에게 투여하는 근육주사약품, 주사기, 중탕기, 톱 등이 발견됐다.
정성용 캣치독팀 팀장은 "업주가 투견으로 기르기 위해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을 시키고 주기적으로 개들에게 근육주사를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개들이 싸우는 링 위에서 1마리는 반드시 죽게 돼 있고, 죽은 개는 결국 중탕기 안으로 들어가 개소주 등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불법 투견훈련장으로 의심되는 시설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산책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개가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면 30분 정도 달리곤 한다. 개들이 달릴 때 다른 개들이 크게 짖어 소음이 컸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 관계자는 "개 21마리에 대해 보호 조치를 해야 하는데, 마땅한 공간이 없고 개들이 위급한 상황이 아닌 것 같아 그대로 둔채 수시로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불법 투견훈련장으로 의심되는 곳이 발견된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며 "지자체가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할 공간이 없어 격리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보호시설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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