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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은 건 3~4년 됐죠"…보신탕집 '특수' 없었다
"복날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은 건 3~4년 됐죠"…보신탕집 '특수' 없었다
  •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권진영 기자
  • 승인 2022.07.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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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도 눈치 보는 경우 많아"…반려인구 1000만 시대 영향
식용 개 사육·도축, 적용법따라 '합법 불법' 오락가락…정비 필요
대구 칠성시장 골목 안 보신탕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시민들이 이야기 나누고 있다. 2021.9.2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권진영 기자 = "복날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 건 3~4년 정도 됐죠. 손님이 더 줄어들면 아예 식당 문을 닫을 생각도 있습니다."

절기상 중복(中伏)인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보신탕집 사장 A씨는 대목임에도 표정이 어두웠다. 종로구에서만 5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한 A씨는 "단골들도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분위기에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푸념했다.

이날 점심시간 찾은 서초구의 한 보신탕집은 사정이 좀 나았다. 33년째 운영 중인 식당은 복날을 맞아 모처럼 만석이었다. 이날만큼은 삼계탕이나 옻닭보다 보신탕을 주문하는 손님이 더 많았다. 식당의 10년 단골이라는 최모씨(70)는 "요즘엔 보신탕집 자체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며 "80~90년대에는 시장에서 개고기를 구해 식당이나 야외에서 요리해 먹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절기상 중복인 26일 서울 서초구의 한 보신탕집 벽에 메뉴판이 걸려있다. 22.07.26/뉴스1 © 뉴스1 권진영 기자

식용 개 문제는 매년 삼복더위만큼이나 뜨거운 화두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 보신탕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만큼 곱지 않다. 하지만 식용 개 사육과 소비 문제는 법적 허점으로 합법과 불법을 오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의 기준·규격·제조법을 규정하는 식품공전에 따르면 개고기는 돼지·소와 달리 식품 원료가 되는 종류에서 제외된다. 동물단체가 개고기 유통·판매 행위를 식품공전의 상위 법인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식용 개 문제에 '축산' 관련 법을 적용하면 동물단체 주장이 불리하다. 현행 '축산법' 시행령은 소·돼지·닭과 함께 개를 가축으로 규정한다. 축산법을 근거로 하면 개 도축 산업과 개 농장에서의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축산물 사육·도살·유통·검사 기준을 규정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은 소·돼지·말·양·닭을 포함한 가축에 개를 포함하지 않는다. 이 법에 따르면 개를 도살하고 유통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가 없다.

축산법과 축산물위생관리법은 주무 부처도 각각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로 다르다. 결국 식용 개 문제는 법률의 모순과 관계부처 책임 떠넘기기 속에 공전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식용을 위한 개 '도살' 행위 자체를 처벌할 법적 근거조차 없다. 다만 2020년 대법원이 전기가 흐르는 봉으로 개를 기절시킨 뒤 도축하는 전살법(電殺法)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판단한 판례를 남겼을 뿐이다.

해당 판결로 식용을 위한 개 도살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매년 개 농장에서의 학대 행위와 도살은 계속되고 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정부가 법을 만든 뒤 단속을 하지 않는 행위는 법을 사문화하는 것"이라며 "도살 행위나 식용 개 소비자를 처벌하기보다 현재 있는 법부터 명백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동물임의도살금지법 제정 촉구 국민대집회'에서 동물유관단체협의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8.1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보신탕 문화를 바라보는 여론도 여전히 엇갈린다. 대학생 양은하씨(23·여)는 "아무리 개인의 기호라지만 불법으로 규정된 보신탕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소비하지 않으면 판매하지 않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35)는 "위생을 개선하거나 조달하는 방식을 투명화하자는 논의는 이해되지만, 개고기니까 먹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소·닭·돼지와는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이 원주시의 식용견 사육농가에서 개와 강아지를 구조하는 가운데 사육장 속 도사견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2017.1.9/뉴스1 © News1 이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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