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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탄 쏘고 돌 던지고"... 반복되는 길거리·야생동물 학대 그들은 왜?
"비비탄 쏘고 돌 던지고"... 반복되는 길거리·야생동물 학대 그들은 왜?
  • (서울=뉴스1) 조현기 박혜연 김성식 기자
  • 승인 2022.08.1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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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시 벌금형·징역형으로 처벌 가능
'동물권'·'동물학대' 관련 교육 의무화 필요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조현기 박혜연 김성식 기자 = "고양이에게 비비탄을 쏘지 마세요"

서울의 한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에서 주기적으로 주민들에게 공지하는 내용이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윤 모 씨는 13일 뉴스1과 통화에서 "정말 저 방송을 들을 때마다 충격적"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 "고양이를 향해 비비탄을 쏘는 사람이 어린이든 어른이든 이건 진짜 하면 안 되는 일"이라며 "제발 이런 방송을 듣지 않게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 반복되는 길고양이·야생동물 동물학대

다른 아파트들에서도 고양이에 비비탄을 사용해 논란이 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양이한테 비비탄총 쏘던 고딩들', '죄책감 없이 비비탄 쏘는 아이들' 등 길고양이에게 비비탄을 쏘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폭로성 글들 찾아볼 수 있다.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아파트 근처 하천에서 야생 동물에 폭력을 가하는 행위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아내와 함께 성북천을 걷던 오 모 씨(38·남)는 "초등학교 1~2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애들 4명이 오리한테 500원짜리 정도 되는 돌을 던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오 씨 부부는 아이들을 불러 "왜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냐며 훈계조로 한마디를 했지만, 애들이 지겹다는 얼굴로 바로 돌아서 버려서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특히 "장난으로 할 일이 따로 있지 어떻게 말 못하는 약한 동물을 괴롭히냐"며 "그게 나중에 다 약한 동급생 괴롭히는 학교폭력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어 "촉법소년으로 보이는데 처벌도 어렵지 않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성북천뿐만 아니라 방학천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타고 하천 산책로를 지나던 10대 형제가 오리들에게 여러 차례 돌을 던져 죽인 사건도 발생했다. 이후 도봉경찰서는 "귀하들께서는 차후, 반드시 검거될 것"이라며 "자진출석하면 자수로 인정해드리겠다. 이를 외면하면 법에서 정하는 가장 큰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경고 전단지를 방학천에 부착했다.

결국 10대 형제는 경찰에 붙잡혔고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법률 제 68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동물에 대한 비비탄 발사 등으로 상해를 입힌 경우 동물보호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가해자가 촉법소년인 경우 형사 처벌은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리 가족을 돌팔매질하는 것으로 보이는 남성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 계속되는 '동물학대' 범죄…'동물권'·'동물학대' 관련해 공교육 의무화 필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은 법에 처벌 조항이 명시돼 있지만 반복되는 동물학대 문제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는 본능적으로 동물이고, 교육 이전에는 동물적 본성에는 다른 동물을 보면 잡고자 하는 욕구가 내재돼 있다"며 "교육을 받지 않으면 잠재된 본능이 발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물법학회의 김태림 변호사는 "이 문제를 단순히 형사처벌 여부를 떠나서 우리 사회의 생명 경시 풍조 혹은 인식 부족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법으로만 해당 내용을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도 "만 4세~5세 이후면 고양이와 야생동물이 살아있는 생명이고 비비탄이나 돌에 맞으면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법으로 처벌을 한다고 해도 인식하지 못한다면 (동물학대는)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동물학대를 인지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겐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전 대표는 장기적으로 아이의 인성이 잘못돼 더 큰 범죄나 추가 동물학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 같은 동물단체와 상의해 '재발 방지 교육과 함께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공교육 내 (동물학대 관련 내용이) 의무적인 정규 교육으로 됐으면 좋겠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동물권과 동물학대 관련) 교육을 부모와 학교의 자율에 맡길 게 아니라 의무적으로 할 수 있는 강제 장치가 필요하다"며 시스템 구축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 교수도 "요즘 아이들은 실제로 살아 있는 동물들과 교류를 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왜 동물학대를 하면 안 되는지를 유아교육 단계에서 우리에게 그런 마음을 어떻게 자제하고 야생동물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동물학대가 심각한 사회 문제이고, 아이들에게 (그 행동이) 동물학대임을 인지시켜 주는 것이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교육 시스템에 동물권과 동물학대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동물학대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4.20/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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