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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에 대대적인 '토끼떼 포획작전' 벌이는 제주…왜?
계묘년에 대대적인 '토끼떼 포획작전' 벌이는 제주…왜?
  •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승인 2023.01.0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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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명소' 제주시 사라봉 유기 토끼로 생태계 위협
토끼 왜 잡아가냐 항의도…"개체수 늘어나면 관리 어려워"
제주시 사라봉에 서식하는 굴토끼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공원은 집토끼가 거주하기 적합한 환경이 아닙니다'

3일 오전 아름다운 일몰로 유명한 제주시 사라봉공원 정상. 평일 대낮인데도 산책과 운동을 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도심지에 위치한 높이 184m인 오름 사라봉은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이자 쉼터로 사랑받아왔다. 여기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사봉낙조'라 불리며 제주의 열두가 아름다운 풍광인 '영주십이경' 중 하나다.

그런데 토끼가 거주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다소 생뚱맞은 현수막이 사라봉 정상 곳곳에 걸려져있다.

아니나다를까 공원 화장실 뒤편으로 점박이 토끼와 짙은 회색 토끼가 껑충껑충 뛰어왔다.

사람에 익숙한 탓인지 가까이 다가가도 두려워하는 기색없이 좌우를 살피며 끊임없이 입을 오물거렸다.

제주시 사라봉 정상에 걸린 현수막


'검은 토끼의 해'라는 계묘년. 다산의 상징인 번식왕 토끼가 제주에서 골칫덩이가 됐다.

쫑긋세운 귀와 커다란 눈망울, 깜찍한 뒤태가 매력적인 토끼는 왜 생태계를 위협하는 위험요소가 된 걸까?

4일 제주시에 따르면 최근 몇개월사이 사라봉에 출처를 알수없는 토끼떼가 출몰했다.

품종은 굴토끼로 누군가가 기르다가 야생에 버린 것으로 보인다.

버려졌을때 몇마리였는지는 몰라도 현재는 최소 20~30마리 이상이 사라봉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토끼는 한해에 5차례 이상 새끼를 낳는다. 괜히 '다산의 상징'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사라봉을 자주 찾는다는 도민 김모씨(61·여)는 "사라봉에 올때마다 토끼가 부쩍 늘어나는 것 같아 놀랐다"며 "사람을 무서워 하지도 않는것 같고 귀엽기는 하지만 너무 많은 토끼가 무리 지어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 토끼들이 과거부터 제주의 자연환경과 함께해온 고유종이 아니라 어느날 나타난 외래종이라는 점이다. 식성이 좋고 번식력까지 좋은 이 토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사라봉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제주시 사라봉에 서식하는 토끼


실제 호주에서는 과거 외부에서 들여온 토끼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전쟁을 방불케하는 포획을 한 사례가 있다.

사라봉에는 포식자가 없어 토끼가 급격하게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 포식자는 있어도 없어도 문제다. 들개 등의 포식자가 토끼를 잡아먹으려고 사라봉에 출몰하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굴토끼는 이름처럼 굴을 파는 습성이 있는데 송이 화산체로 이뤄진 사라봉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

제주에서는 과거 한림읍 비양도가 흑염소 무리에 점령당해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한라산에 서식하는 외래사슴이 노루 등 고유종을 위협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

손놓고만 있을 수없던 행정당국은 대대적인 포획에 나서 현재까지 16마리 이상을 잡았다. 포획틀을 설치하거나 토끼와 경주하며 손으로 직접 잡기도 한다. 붙잡은 토끼는 민간에 분양한다.

추정되는 서식 개체수는 20~30마리 수준이지만 굴속에 숨어있거나 발견못한 토끼를 고려하면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위협을 감지한 토끼들이 내성(?)이 생겨 재빨리 숨어버려 포획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귀여운 토끼를 왜 잡아가느냐는 시민들의 불만도 터져나와 행정당국이 난감해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토끼가 완전히 야생화하면 더욱 관리하기가 어려워진다"며 "호주 사례에서 보듯 토끼가 사라봉 생태계에 좋지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관계자는 "토끼가 도로까지 나와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구조한 적도 있다"며 "사라봉에 토끼를 계속 살게한다고 해도 통제와 관리 아래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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