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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견 한 마리와 우연한 만남, 이젠 못말리는 사랑으로"
"유실견 한 마리와 우연한 만남, 이젠 못말리는 사랑으로"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5.05.08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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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는 전체 가구의 20%에 해당합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애완동물(Pet)'을 '가족(Family)'처럼 여긴다는 뜻으로 '펫팸족(petfam 族)'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뉴스1'은 [셀럽&펫] 코너를 통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유명인들을 만나 그들의 반려동물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김형식 서울국제학교 이사장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국제학교 이사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속 반려견은 '로띠'. 뉴스1 2015.05.0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로띠'와의 첫 만남은 정말 드라마틱한 이야기입니다."

김형식(74) 서울국제학교(SIS) 이사장은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지만 동물사랑에 대한 열정은 '청년' 같다.

흔히 애완견이나 애완묘 한 두마리를 기르며 생활하는 수준을 넘어 그는 현재 개 5마리, 고양이 6마리, 오리 9마리, 거위 7마리 등과 함께 지낸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주인에게 버려졌다가 그의 따뜻한 애정과 손길을 거쳐 새로운 가족들을 만난 동물들도 여러마리다.

김 이사장의 집무실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여느 학교 이사장 집무실과 다른 낯선 광경에 화들짝 놀라곤 한다.

출입문 바로 곁에는 강아지와 고양이 밥그릇들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고, 책장이나 장식장 위에는 동물들의 사진과 소품들로 가득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집무실 쇼파 위에선 모견인 블랙탄 시바견 '로띠(11세)'를 비롯해 자견인 '미미(7세)'가 고양이들과 함께 제집처럼 뛰어다닌다.

김 이사장은 딸 같은 '로띠'를 지난 2005년 7월 처음 만났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부근을 지나던 그의 눈에 매우 마르고 주린 모습의 강아지 한마리가 달리는 차를 피해가며 대로변을 걷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걱정스런 마음에 일단 학교로 데려온 김 이사장은 피부병을 앓고 있던 강아지를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해 주고 경찰청, 구청, 구조견협회 등에 주인을 찾아달라며 신고를 했다. 발견장소 부근 곳곳에 직접 전단지를 붙이기까지 했다. 처음 발견한 장소인 롯데월드에서 이름을 따 '로띠'로 불렀다.

어쩌면 처참하게 생을 마감할 지도 모를 유기견보호소로 보내지 않고 '로띠'의 주인을 찾아주기로 결심한 김 이사장은 얼마 후 개의 귀 안쪽에 있는 'L634'란 일련번호를 발견했다.

알고보니 '로띠'는 전주기전대학 동물학과에서 기르던 200여 마리의 애견 중 한 마리였다. 유기견이 아닌 유실견이다. 분실 당시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품평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던 것이다.

주인을 찾기까지 3개월간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강아지를 돌봤던 김 이사장은 전주기전대측에 간곡하게 요청, '로띠'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후 전주기전대측 도움으로 2007년에는 혈통 좋은 수컷 블랙탄 시바견과 짝을 맺어줘 '로띠'는 현재 자견인 '지니', '써니', '미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서울국제학교 직원들 사이에는 김 이사장의 각별한 동물사랑과 관련해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현재 학교가 터를 잡고 있는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으로 이전하면서 교정 정비작업을 할 때 참나무를 베어야만 했는데 나무 위 까치집을 발견한 김 이사장이 "멋진 동산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나무를 베어 둥지가 없어지면 까치들은 살 곳을 잃어 버리지 않느냐"며 극구 만류했다고 한다.
김형식 서울국제학교 이사장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국제학교 이사장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05.0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로띠'와의 인연을 계기로 김 이사장의 반려동물 사랑은 더욱 커져만 갔다.

한 쪽 눈을 잃고 거리를 떠돌던 유기견 '까미'를 데려다 양막 이식수술을 시켜준 뒤 입양보냈고, 학생들이 데려온 떠돌이견 '안녕'이는 치료 후 잘 따르던 외국인 교수에게 입양시켜 캐나다로 떠나보냈다.

이밖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 '다롱이' '재롱이' '막내' '네로' '뽀롱이' 등도 학교로 데려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여러 동물들이 학교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산 교육이 됩니다. 아이들 스스로 돌보기도 하고 인사면서 동물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이젠 학생들도 불쌍하게 버려진 동물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스스로 구조해 학교에 데려오기도 합니다."

김 이사장은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종류에 따라 다른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만 제대로 된 교감을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띠'가 새끼들을 낳을 때인데 겁이 너무 많은 아이라 병원에 가는 것을 참 두려워했어요. 그리고 예정일보다 일찍 찾아온 산통 때문에 제가 직접 분만을 도와줘야했는데 그때 막내가 거꾸로 자리잡고 있어서 애를 먹었죠. 만일에 대비해 미리 공부를 해뒀던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최근 늘어나는 유기동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산책을 하던중 하수구에 버려진 새끼고양이를 '로띠'가 발견해 데려와 함께 생활하기도 했는데, 유기동물을 줄이기 위해선 우선 사람들이 동물의 본성을 먼저 이해한 뒤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진정한 동반자로 여겨 무책임하게 버리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동물들은 자신이 버려지더라도 주인을 항상 기다립니다."

◇김형식 이사장은?

지난 1973년부터 외국인 자녀교육을 위한 서울국제학교를 경영하면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명문외국인학교로 발전시키는 등 지난 40년간 한국의 교육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또 한국국제문화협회를 통해 국내 거주 주한미군장교와 외국인들을 위한 문화강좌를 진행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

특히 1993년 서울국제장학재단을 설립해 불우한 청소년들과 천재지변으로 고통을 받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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